페넘브라의 24시 서점
로빈 슬로언 지음, 오정아 옮김 / 노블마인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제목이다. 페넘브라의 24시 서점. 페넘브라라는 이름이 주는 어감도 좋지만 무엇보다 매력적인 것은 24시간 내내 열린다는 느낌을 왕창 주는 24시 서점. 왜 진작에 생각하지 못했을까 라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눈이 번쩍했더라는 것이다. 도서관도 아니고 24시간 편의점도 아닌, 24시간 서점이라...설정만으로도 뭔가 땡기지 않는가. 정말로 나는 이 제목에 혹했더란 말이다. 그리고 일단 배경을 저렇게 생각해 놓은 이상 뭔가 있으리라고, 해리 포터의 킹스로드 9와 3/4 승강장 정도의 막강한 상상력이 아닐지라도 뭔가 있을 거라고 강력하게 믿었던 것이렸다. 그리하여 파블로프의 개 모냥 침을 질질 흘려대면서 이 책을 읽어본 결과는? 제목이 제일 나았더라는 희한한 결론? 이렇게 좋은 설정을 가지고 이렇게밖에 뻗어 나가지 못하는 상상력을 가졌다는 것은 이 책을 쓴 작가에게 대단히 안타까운 일인터, 어찌보면 이 작가는 타고난 작가가 될만한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대걔 이 정도의 착상이라면 뭔가 대단한 것이 나와 주는 것이 보통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말이다. 


초반까지는 그래도 그럭저럭 봐줬지만서도, 초반을 살짝 넘어가면서부터 정신이 사나워 지더니, 도무지 어디로 이야기가 흘러 가는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지도 알 수 없었을 뿐더러, 종착점을 몰라도 이야기가 재밌다면 그럭저럭 꾹 참고 읽어 내려가련만, 하~~ 그 이야기도 하도 재밌지 않더란 것이지. 뭔가 대단한 것이 있을 거란 분위기가 디립다 띄우다 결국 아무것도 건지지 못한 채 끝나 버린 이야기가 아닌가 싶었다. 길기는 또 왜 이렇게 길고, 이야기는 또 왜 이렇게 복잡해. 잡다하게 뭔가 이야기를 하려고 한 듯은 한데, 그리고 작가 자신이 책을 엄청 많이 읽었다는 티를 내려고 한 것은 같은데, 그것이 한가지 이야기로 맛깔나게 종합되진 못한게 아닐까 싶었다. 시간 때우기 용으로 기대를 내려 놓으시고 읽으시면 좋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것 같은데, 사람들이 시간 때우기 용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지 싶다. 일단 시간 때우기 용이 되려면 재밌어야 한다는 사실 말이다. 해서 이 책은 시간 때우기 용으로도 적합치 않은게 아닐까 싶었다.


그러게 제목에 이 책에서 제일 맘에 든다고 하지 않았나. 거기에 표지도...이 정도면 올해의 표지상에 제목상을 줘도 무방하지 않을까 한다. 거기에 이렇게 더럽게 재미없는 책을 꼼꼼하게 번역해준 역자에게도 박수를...나에게 이 책을 번역하라고 맡겼다면 난 절대 다 번역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하여 전체적으로 이 책은 출간해준 출판사에게 모든 영광을 돌려야 하는게 아닐까 한다. 이 책의 모든 장점은 작가가 만들어 낸 것이 아닌 출판사가 만들어 낸 것이므로. 혹시나 자신의 책에 자신이 없다시는 분들은 이 출판사에 의뢰를 하시길...적어도 내용보단 알차게 출판해줄 것 같으니 말이다. 어쩜 월등하게 찬란한 책을 만들어 줄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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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20 17: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네사 2013-11-21 23:45   좋아요 0 | URL
블러그를 오래 하다보니 점점 게을러 지네요. 감을 잃어서인가 요즘은 예전에 제가 쓴 글을 읽으면서 놀란다니까요. 어떻게 이렇게 썼지 하면서요. ㅋㅋㅋ 아마 그 시절이 다시 오진 못할 것 같아요.
앨리스 먼로의 책을 읽으셨군요. 우리나라에 나온 그녀의 책들은 그닥 흥미롭진 못해요, 그죠? 물론 잘 쓴 단편이긴 하지만 노벨상을 탈 정도야? 라는 느낌은 안 들잖아요. 아마도 좋은 작품들 대다수가 우리나라엔 아직 소개가 다 안 되었는가봐요. 내놓으라 하는 작가들이 그녀를 칭송하는걸 보면 분명 뭔가 더 있을텐데 싶거든요. <미움...>은 아마도 재출간이지 않나 싶은데...예전에 읽은 기억이 나거든요. 맞아요. <행복한 그림자>도 완벽하진 않죠? 저도 뭔가 빠진듯하다 싶었는데, 그래도 그 중에서 제 상황하고 겹치는 단편이 있어서 인상이 남았네요. 이번에 노벨상 받은 덕분에 새로운 작품들이 나온다고 하니, 기대해 봐야 겠어요. 좋은 작품들이 소개되지 않을까, 이번에야말로 먼로의 매력에 좀 빠져 보고 싶네요.

로랑 코세란 작가는 처음 듣네요. 그런데 용두사미라니...ㅋㅋㅋ 그래도 이 책에 비하면 낫네요. 처음이라도 재밌다니 말여요. 이 책은 제목이 클라이막스고 ,그뒤로 쭈욱~~ 내리막길이거든요. 물론 이런 책을 좋아하는 분들도 있긴 하겠지만서도, 정신 사납기만 하더라구요. 착상은 좋았는데, 작가가 안 됐더라구요 .이걸 못 살리나 싶어서 말이죠.

맞습니다. 시작보다 끝을 어떻게 맺는가가 더 어렵죠. 물론 가끔 아주 드물게~~~끝이 흐지부지한 것도 무시하고 칭찬해주고 싶은 작가를 만나긴 하지만서도, 그건 정말 드문 일이고요. 완성작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 실은 타고난 작가가 아니면 어려운 일이지 싶네요.그렇게 보자면 수작들을 만들어 내는 작가들이야말로 대단한 사람들이여요. 나이를 먹어가면 갈수록 그들의 천재성에 감탄하게 되네요. 나이가 드는 것의 장점중 하나가 아닐까 해요. 가늠하게 된다는 것이 말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