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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천재가 된 코믹 아빠 - 시트콤처럼 재미있는 육아 매뉴얼
게리 그린버그 지음, 이주혜 옮김, 지니 헤이든 그림 / 명진출판사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이 책도 내가 기대했던 것과는 차이가 있었다. 제목에서 연상이 되다시피, 나는 시트콤처럼 재밌는 육아 일지를 보게 되리라 기대를 했던 것이다. 종종 그런 책에서 예상치 않았던 감동과 재미를 맛 보았던 적이 있었던 차라, 이 책도 그런 책들 중 하나이지 않겠나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막상 책을 펼쳐드니, 아니, 이게 뭐야? 이건 그냥 육아 서적이지 뭔가. 신생아를 둔 초보 생짜 아빠를 위해 만든 초보 육아 서적. 초보 아빠의 생생한 육아 일지를 깔깔 소리 내며 읽게 될거야 라면서 집어든 이 책은 초반부터 심각한 자세로 아기 육아에 대해 논의하고 있어서 실망하고 말았다. 조금은 사기를 당한 기분이었다. 왜냐면 분명 제목이 육아 천재가 된 코믹 아빠이다 보니, 어디선가 코믹한 아빠가 튀어 나와 줄 것이라고 기대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디에서도 초보 아빠를 위한 육아 서적이라고는 말해주지 않던데, 제목만 보곤 코믹한 육아 일지를 기대한 내가 잘못한 것이려나? 그럼에도 이제 6 개월에 접어드는 내 조카를 위해 새롭게 읽어본 결과는...
드디어 이런 책이 나와줬다는 것에 반갑다는 것이었다. 그래, 아빠들을 위해서 아주 기초적인 육아 상식을 알려주는 책이 진작에 나왔어야 했다. 이제서야 이런 책이 나왔다는 것이 어쩜 뒤늦은 감이 있다. 그리고 그간 나는 왜 아빠들은 육아 서적을 읽지 않을까 궁금했었는데, 이 책을 보니 알겠더라. 육아 서적은 너무 여성적이고 자세해서 그걸 들여다볼 아빠들이 많이 않을 것이란 사실을. 이 세상에 나와 있는 모든 육아 서적들은 엄마들을 겨냥해 만들어 진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렇다보니, 아빠들이 육아 서적을 나몰라라 하는 것도 당연했다. 아빠들에게 육아에 동참할 것을 강력하게 주장하던 여성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아빠 눈높이에 맞춘 육아 서적 하나 정도는 있었어야 했다는 점이다. 그간 우리는 우리 눈높이에 맞춰서 우리보다 더 육아를 잘 하는 이상한 아빠들만 바라 보면서, 우리 주변 아빠들은 왜 그렇지 않는가 성토를 했었더랬다. 사실 아빠들이 그렇게 육아에 지극 정성을 쏟아야 아이가 잘 크는 것만은 아닌데도 말이다. 하여간 무식해서 내진 서툴러서 육아에 소외당하고 욕먹는 아빠들을 위해 지금이나마 이런 책이 나와 줬다는 것은 무척 고무적인 일이지 싶다. 대충 어떤 내용이냐고?
아빠 눈높이에 맞춰서 그들의 고민과 불안을 잠재워준 책이라고 보심 되지 싶다. 거기다 아빠들이 읽기 쉽게 단순하고 간단하게 핵심만 짚어서 서술한 점도 높이 사고 싶다. 일단 무언가를 읽으려면 읽을만해야 하는 것이 먼저이니 말이다.한마디로 난생 처음 아가를 받아들고 쩔쩔대는 아빠들이 읽기엔 딱 적당한 책이다. 그들이 엄마처럼 학자 포스를 풍기면서 육아 서적을 탐독할 일도 없고, 그럴 마음이 설사 있다고 한들 시간이 없을 터이며, 작정하고 읽기 시작했다 한들 육아 서적 대부분은 지나치게 자세하고 복잡하며 읽고 나서도 왠지 건지는 것이 별로 없는 듯한 기분이 들어 집어치우기 쉽상이니 말이다. 그에 비하면 이 책은 초보자 아빠용으로는 부족하지도, 그렇다고 넘쳐 나지도 않는, 아가들 연령별로 아빠들이 알아야 할, 하지만 남들이 알려 주지 않는한 알지 못할 육아 상식들도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더군다나 말도 많지 않다. 군더더기 없이 증상과 상황 처방이 전부다. 만화가 옆에 그려져 있어서 뭐, 그닥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시각적으로 설렁 설렁 읽힌다는 느낌은 준다. 그러니 아마 아빠들이 읽는다면 나보단 더 열광하지 않을까 한다. 여자인 나보단 훨씬 더 공감이 될터이고 말이다. 전적으로 아빠들용이기에, 아빠들이 아기가 생긴 뒤에 느낄만한 여러 감정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도 좋다. 그건 아빠가 아니라면 느끼지 못한 감정들이므로, 아기가 생긴 뒤 남모를 감정 때문에 고민이신 분들은 이 책을 읽고 나면 아~~ 난 정상이었구나 라면서 안도하실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아가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서, 아가와 함께 하는 시간들이 보다 즐겁고 행복해지지 않을런지...책 하나로 행복까지 바란다는 것은 좀 오바일지도 모르겠지만서도, 하여간 아기가 태어남과 동시에 아빠들은 가족안에서 좀 찬밥 신세가 되는 경향이 있다는걸 생각하면, 실은 그런게 아니라는걸 알게 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싶다. 우리에게 아가들이 중요한 것은 그만큼 아빠들이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그들이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가들은 바로 아빠들의 자식 아니겠는가. 하여간 모든 아빠들에게 건투를 빌어본다. 엄마가 되는 과정 만큼이나 아빠가 되는 과정 역시 드라마틱하고 즐거우며 행복한 이야기가 있는 과정이니, 그들이 그 과정을 놓치지 않고 다 누리길 바라마지 않는 바이다.
그나저나 아빠용 육아 서적이라는 말을 당당하게 붙이지 못하고 은근 슬쩍, 육아 서적이 아닌 육아 일지여요~ 라는 듯 코믹아빠라는 타이틀을 붙인 것이 재밌다. 차라리 길을 잃느니, 길을 물어 보지는 않는다는 남성들의 성향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런지...하지만 남자들이여! 육아에 관한한 물어보는 것이 낫다. 나중에 후회하거나, 자책하게 되는 것보다는 말이다. 하니 ,불안에 쩌는 초보 아빠라면 이 책을 집어 드셔라. 천재도 코믹 아빠도 되지 않을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초보에서는 벗어날 수 있을터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