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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싫은 사람 ㅣ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먼저 읽으신 분들이 30이 넘은 여성이라면 꼭 봐야 한다고 거품을 물길래 어떤가 해서 보게 된 책이다. 수짱 시리즈...공감단을 뽑는다는 말에 얼씨구나 신청을 했지만서도, 일단 어떤 것을 달라고 해야 할지 부터 문제였다. 제목 하나 하나가 다 너무도 공감이 가는 탓에 어느 하나만 고르라고 하니 도무지 선택이 어려웠던 것이다. 수짱 시리즈를 처음 알린 < 지금 이대로 괜찮을 걸까?>는 내가 하루 종일 문득 문득 생각날때마다 쉬지 않고 묻고 있는 질문이었기에 땡겼고, < 아무래도 싫은 사람>은 ' 나에게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 ' 이라고 손을 번쩍 들고 싶은 마음에 호기심이 생겼으며, <수짱의 연애>는 테러리스트에게 테러를 당하는 것보다 더 힘들다는 , 30대 중반을 넘어선 수짱에게 연애 상대가 생겼다는 사실만으로도 궁금증을 유발했다. 도대체 어떤걸 골라야 한단 말이냐~~~라면서 고민에 고민을 하다 결국 고른 책, 이유는 도무지 작가가 누구에게나 한 명쯤은 존재하는 아무래도 싫은 사람을 어떻게 요리할까 그것이 궁금해서였다. 도무지 짐작할 수 없었기 때문에도 그랬다. 연애나 , 결혼을 해야 하나 아니면 그냥 살아야 할까라는 문제들은 우리가 늘 수다를 떨면서 이런 저런 결론을 내리는 것이지만서도, 아무래도 싫은 사람에 대해서는 아무리 이야기를 나누어도 해결책이나 속시원함이 해소되지 않는 그런 느낌이 남는다는 것을 알아서 말이다. 지극히 사소해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의 속을 언제나 갉아먹는 이런 소재를 과연 작가는 어떻게 끄적여 나갔을까,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받아든 책을 읽어본 결과는? 역시 모든 사람들이 한 목소리로 꼭 읽어봐라 하고 하는데는 이유가 있구나 싶었다. 소소한 이야기를 전혀 과장하지 않고 풀어 나갔음에도 너무도 공감이 되었기 때문이다. 분명 나는 수짱이 아닌데, 그리고 수짱처럼 까폐 점장도 아니며, 점장으로써 점원 관리를 하는 사람이 아님에도 수짱의 기분을 이해하는데는 전혀 부족하지 않더라는 것이다. 도대체~~~이 작가는 얼마나 능수능란한 것이냐, 라면서 혀를 내두를 수 밖엔 없었다.
하긴 내가 그러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투박한 그림체로, 말이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설명을 구구절절 애타게 하는 것도 아니며, 임팩트 있게 강력하게 상황을 묘사하는 것도 아닌, 그저 퇴근하고 집에 온 수짱이 한숨을 내쉬는 장면이 전부인데도, 그냥 이해가 되었으니 말이다. 명품 배우들의 절제미가 배인 자연스런 연기 한 자락을 보는 듯한 기분이랄까. 무엇보다 지극히 생활에 밀착해서 나온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꼭 내 이야기처럼 들여왔으니 말이다. 작가의 관찰력이 대단하지 싶다. 특히나 내가 놀란 것은 내가 같은 상황을 당한다고 해도 이 작가처럼 설명하긴 힘들 것이라는 점이다. 나는 과장에 과장을 하고, 분석에 분석을 해도 타인을 미워하는 것에 대한 분노와 죄책감을 설명할 수 없을 것 같은데, 이 작가는 그걸 단 몇 컷의 그림과 몇 마디 상황을 보여 주는 것으로 다 끝내더라. 정말 대단한 필력 아닌가. 수짱 시리즈의 서평단 이름을 공감단 이라고 붙인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정말로 공감 100%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으니까...
친구의 수다를 곁에서 들은 듯 그렇게 친근한 것이 마음에 든다. 또는 내가 누군가에게 아무래도 싫어지는 사람에 대해 설득력있는 설명을 해 낸듯 자랑스럽기도 하고...누군가를 미워한다는 것은 사실 여자들에겐 굉장한 스트레스다. 우리 여자들은 왠만하면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내고 싶은 경향이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선함으로 단단히 무장을 하고 사회에 나간다 하더라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아무래도 싫어지는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것은...그럴때 우린 어떻게 해야 할까? 언제나 나는 왜 이렇게 모난 사람일까 라는 것을 고민을 해야 할까? 아니면 그 사람을 변화 시키려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일까? 둘 다 시도해 봤지만 현실에서는 별 도움이 안 되더라. 현실 속에서는 상대는 변할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하거나, 한다해도 너무 늦는다. 한 20년 정도의 거리? 죄책감으로 나를 다잡으면서 상대와 잘 지내 보겠다는 것도 일단 혐오감이 자리잡으면 바로 잡기 힘들다. 혐오감이라는 것이 그냥 괜히 생기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이럴때 여자들은 흔히 딜레마에 빠진다. 내 직감과 본능을 믿어야 할까? 아니면 착한 여자 신드롬에 빠져서 헤어나지 못해야 하는 것일까 라는...현명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전자를 택해야 한다고 할 테지만서도, 문제는 사회라는 현실이 종종 전자를 실행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싫어도 만나야만 하는 사람들은 늘상 생기는 법이고, 이럴때, 과연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적어도, 수짱은 어떻게 했을까?
뻔한 답이 아닌, 진짜 수짱이 할만한 답을 내리는 것이 특히 좋았다. 멋진 결말을 기대하시는 분들이라면 아마도 수짱이 상대를 개과천선 시키거나, 아니면 복수를 하거나 둘 중 하나를 했기를 기다렸을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아서 오히려 수긍을 했다.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많이 봐 왔기 때문이다. 그렇지, 현실은 드라마가 아니질 않는가. 명쾌한 해답에 해결이란 왠만하면 보이질 않는다. 그런 면에서 끝까지 현실의 맥을놓치 않는 작가 정신이 돋보이는 만화였지 싶다. 어쨌거나, 얇디 얇은 만화를 보면서도 어찌나 공감을 했던지, 수짱의 다른 책들이 읽고 싶어졌다. 아마도 한번 그녀의 맹한 매력에 빠지면 다들 헤어나지 못하는 것인가보다. 그녀의 친구들과 그녀의 연애가 과연 어떻게 되었을지 기다려지는 가을이다. 적어도 보고 싶은 책이 있다는 것은 이 가을을 보다 알차게 보낼 수 있다는 뜻이 아닐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