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래빗 이야기 어린이작가정신 클래식 13
베아트릭스 포터 지음, 찰스 산토레 그림, 김영욱 옮김 / 어린이작가정신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베아트릭스 포터의 이야기들 중에서 가장 인기가 있다는 다섯 개의 이야기를 모은 모음집이다. 천상 장난꾸러기에 말썽꾸러기, 그리고 다섯살 남짓한 남자아이들을 보는 듯한 피터 래빗의 이야기를 서두로 해서, 낚시 하러 왔다가 하마터면 죽을 뻔한 개구리의 이야기를 담은 제레미 피셔 아저씨 이야기, 말썽꾸러기 피터 래빗과 함께 빈 집 구경이 나섰다가 옴팡 고생을 한 벤자민 버니 이야기, 생쥐 두마리가 주인집 인형 공주성에 들어가 난장을 피워대는 나쁜 생쥐 두마리 이야기, 그리고 상추를 포식하고는 잠이 드는 바람에 스프가 될 뻔한 플롭시 버니 사건들을 다루고 있었다.


일단 베아트릭스 포터의 책이라고 하는데, 그림이 좀 예전에 보던 것과는 달라서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역시나 포터의 그림이 아니라 찰스 산토레라는 화가의 그림이라고 한다. 포터의 그림이 여성적이고 많은 부분이 생략되어 있어 여백이 많은 것이 비해, 산토레의 그림은 꽉 찬 느낌에 따스한 것이 특징이다. 어느 것이 낫다고 묻는다면 산토레 승...원본을 생각하면 포터의 글에 포터의 그림이 정석이겠지만서도, 포터의 그림이 조금 심심하고 지루하게 느껴진다는 것은--그리고 지금의 시각에서 보면 좀 촌스럽고 역동적인 면이 부족하다.--그녀의 책을 보는 분들이라면 다 아는 사실. 해서 처음엔 살짝 원본이 아니라는 점에 기분이 상했지만서도, 금세 기분이 좋아졌다. 그림을 다시 그린 것에는 다 이유가 있지 싶다. 시대가 하도 빠르게 변하다 보니, 내용은 아이들에게 먹힌다고 해도 그림만은 아이들 주목을 사로 잡기에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으니 말이다. 오히려 주인공들의 캐릭터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산토레의 일러스트가 훨씬 더 나았지 않는가 한다. 자세하고 섬세하고 캐릭터의 특징을 잘 포착해서 말이다. 그림만 봐도 어떤 내용일지 짐작이 된다는 점에서 아동용으로 그만이었지 싶다.


그외에 어린 시절의 추억이 생각나서 좋았다. 피터와 플롭시, 그리고 벤자민의 이야기는 늘 아슬아슬하고 긴장감을 주면서도, 인간과 동물이 함께 산다는 생각을 만들어 주기에 충분한 것이 좋다. 어렸을 적에 이런 책을 읽으면, 나는 피터와 플롭시와 벤자민과 제레미와 그 밖에 다른 동물들이 넘치게 살고 있는 포터의 마을이 그렇게 부러웠었다. 마치 그들이 진짜 살아있는 사람처럼 친근하게 느껴졌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가졌던 그 느낌이 원가 또렷해서 기억이 나는데, 아마도 그래서 포터의 동화책이 시간을 초월해서 사랑받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사랑받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내 생각이 틀렸더라. 이 책은 조카를 읽어 주기 위해 선택된 것인데, 정작 읽어주니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왜 이게 재미 없냐고 하니까, 자기는 요즘 만화책에 꽂혀서 그런 것이 더 좋다고 한다. 메이플 스토리, 엄마들의 웬수 같은 책이라고 하더니만, 그 이유를 알 것 같더라. 어떤 책이건 간에 읽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서도, 그때문에 동화책을 등한시 하는 것은 어른들이 보기엔 그다지 바람직해 보이지 않을테니 말이다. 나야, 뭐, 무엇이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면 된다는 입장이라서, 재미 없다는 말에 그냥 물러서고 말았지만...진짜로 포터의 책이 영원히 조카에게 먹히지 않을까 라는 의문은 남는다. 언젠가 갑자기 이 책이 좋아하는 날이 오긴 할까, 아니면 영원히 이 책은 그저 아동용으로 자신에겐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했던 그런 책으로 남게 될까 라는. 아마도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조카만이 내릴 수 있는 것이겠지. 어쨌거나 포터의 책이 더이상 조카에게 먹히지 않는다는 사실은 약간은 실망이었다. 하지만 또 조카의 시각으로 보자면, 재미없어 보이긴 한다. 애니란 애니는 다 보고, 애니 트랜스 포머를 6살때부터 봐 왔으며, 이런 저런 다양한 재밋 거리에 노출이 된 녀석에게 이 책이 성에 찰리 없으니 말이다. 우리 때같이 아무것도 없는 하루 하루가 너무 고통스럽던 지루하던 시절과는 아무래도 다를테니 말이다. 그렇게 보자면 ,결국 포터의 이야기는 다 큰 어른들의 추억을 되살리는데만 이제 유용하게 될까? 그것이 아이들에게 심각한 손해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조금은 서운한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뭐, 시대가 그렇다면 우리는 그저 묵묵히 따라가는 수밖에...세월의 흐름을 우리가 바꾸어 놓을 수는 없는 것이니 말이다.


그림도 아름답도, 내용도 좋다. 다만, 내용 자체는 심심하다는 사실은 알아 두시길. 아마도 포터의 책을 한번쯤 접해보신 분들이라면 헷갈리지 않으실테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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