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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 그래닛 ㅣ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8
스튜어트 맥브라이드 지음, 박산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 애버딘은 여기 나온 것처럼 정말 그렇게 나쁜 곳은 아닙니다.
제 말을 믿으세요.' --------------이 책의 저자 스튜어트 맥브라이드
이건 말이 안 되지. 한 구역을 관할하는 경찰서를 중심으로, 이렇게 강도높은 끔찍한 사건이 이렇게 적은 시간안에 연타적으로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만약 그럴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애버딘이란 곳 정말 사람 살 곳이 못 되는구만...라는 생각이 들즈음, 마지막 페이지에 적혀 있는 저자의 저 말에 실소하고 말았다. 아마 저자 역시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애버딘에 대해 혐오에 가까운 감정을 가질 것이라는 생각을 한 모양이다. 저런 말을 뒤꽁무니에 매단 것을 보니 말이다. 만들어 낸 이야기고, 픽션이기 때문에 현실과 혼동하지 말아 주셨음 좋겠다고, 특별히 저자가 저런 말을 한 것은 이 책의 배경이 애버딘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쉴새없이 사건 사고가 터져주는...
보통 스릴러 소설의 예를 들어보자. 그런 소설에서는 멋쟁이 형사가 나와 한 가지 사건을 주구장천 풀어가거나,내진 연쇄 살인범 하나를 쫓는다거나, 활극을 벌이는게 대부분이다. 이 소설이 다른 소설과 다른 점이라면 이 책은 주인공인 형사가 존재하긴 하지만 그것보단 경찰서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돌아간다는 인상이 짙다. 한마디로 사건 사고가 너무 많이 나서, 주인공 형사는 그걸 쫓아다니기도 벅찰 지경이다. 사건에 인간이 치이는 대표적인 경우랄까. 가만히 있어도 알아서 시체들이 꾸준이 양산되는 관계로, 주인공 형사가 하는 일은 시체를 발견했다는 소식을 듣고, 검시관이 오기전에 찾아가서 구토를 하고, 그리고 시체를 이렇게 만든 놈을 반스시 처단하겠노라 열정을 불사르고, 유가족이 있다면 가서 가족의 죽음을 알려주고, 사건을 수사한다고 이리저리 추리하고, 그러다 다시 시체 발견했다는 소식을 듣고....의 무한 반복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중 간간히 때려쳐 맞고, 때리기도 하고, 신문 기자에게 난도질도 당하고, 주변 사람들의 손가락질도 당하고, 전 애인에게 눈흘김도 당하고, 까칠한 상사에게 종종 까이고...이렇게 하면 대충 이 책의 윤곽이 나오지 않았는가 한다.
단점이라면 지나치게 사건이 많다. 정신없이 돌아치는데, 과연 이렇게 작은 도시에서 이렇게 끔찍한 사건이 줄줄이 이어진다는게 가능할까 싶었다. 이런 사건이 우리 마을에서 하나라도 벌여졌다고 하면 족히 30년 정도는 그 이야기 만으로 주민들의 수다 꺼리를 확보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들이 --그러니까, 내가 살아온 우리 동네에서는 아직까지 그런 사건들이 한 건도 보고 된 적이 없다는 뜻. 만약 그렇다면 다들 그 이야기로 거품을 물었을 것이다.--마치 짰다는 듯이 연이어 텨진다는 것이 아무래도 현실감 있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아마도 이 책의 저자는 독자들의 관심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사건들이 줄줄이 터져야--그것도 가능하면 끔찍한 걸로.--된다고 생각한 모양인데, 사실 그건 이야기를 재밌게 꾸미지 못하는 작가들이 흔히 하는 실수다. 이렇게 될때 물론 주목이야 쉽게 받을 수 있을까 모르겠으나, 정작 자연스러운 이야기에서 주로 발생하는 흔연스러운 공감이나 연대가 생겨나지 않으니 말이다. 해서 부자연스럽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단점이 아닐까 한다. 둘째는 좀 횡설수설한다는 느낌이다. 아무래도 사건이 많고, 자꾸 벌어져야 하고, 이 사람 저 사람 나와서 자기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산만해지는 것 같던데, 그러다보니 이야기를 따라 잡기가 무척 힘들었다. 이야기가 알아듣기 어려워서 힘들다는게 아니라, 산만해서 힘들다는건 별로 좋은 작법이 아니다. 그나마 뒤로 가면서 조금은 나아지는 것 같던데, 초반의 경우는 이걸 다 읽어야 하나 마나 고민하게 만들 정도로 몰입도가 떨어진다. 세째는 천편일률적으로 시각이다. 기사 몇 줄에 형사들이 오해를 받고, 또 기자들은 하이에나처럼 형사들을 물고 늘어지고, 거기에 형사들을 꼼짝없이 당하고 말이다. 어디서 본 듯한 익숙한 장면들이 클리세처럼 반복되는데, 솔직히 이건 좀 심하다 싶었다. 이야기의 발목을 잡는 면에서는 좋았지만, 극약 처방으로 사건을 이렇게 많이 배정해 준 마당에 기자건 변호사건 다 쓰레기 같은 인간이고, 그걸 읽고 흔들리는 시민들은 허수아비다...라는 뉘앙스를 굳이 넣을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결론적으로 형사들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데, 그외 다른 사람들은 다 방해만 한다, 이런 식이었는데 심하게 균형이 맞지 않은 관계로 공감이 가는게 아니라 눈살이 찌프려 지더라. 형사 외에 모든 다른 인간들이 그렇게 형편없다는건 믿을 수 없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속도감 있는 전개, 몇 몇 캐릭터의 독창성, 인물들간의 캐미스터리 정도는 괜찮았지 싶다. 적어도 이 책으로 합격점을 받지는 못하겠지만, 다른 편을 기대하게는 만들지 않았는가 한다. 맨 윗 줄에 쓴 말에서 보듯, 적어도 이 양반에게서 균형 잡힌 시선을 있는거 같아 보이니 말이다. 어쨌거나 이 책을 읽고 나서, 영국 애버딘이라는 곳이 싫어졌다. 한번도 가보지 못했지만 앞으로도 가볼 생각이 들지 않을 것 같다. 고마워요~~맥브라이드님! 비행기 값을 절약하도록 해주셔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