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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사슬 ㅣ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정경호 옮김 / 오픈하우스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예정에 없이 네브라스카 황량한 마을에 떨어진 잭 리처는 하는 수 없이 마을의 유일한 모텔에 하루 밤 묵어 가기로 한다. 그곳에서 술주정뱅이 의사를 만난 잭은 그를 찾는 환자의 요구를 물리치는 의사에게 대리 운전을 자청한다. 그것이 어떤 연결 고리의 시발점이 될지 알지도 못 한 채...코피가 멎지 않는다는 말에 그녀의 집에 찾아간 잭과 의사는 그녀가 남편에게 맞았으며, 그것을 숨긴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이에 열 받은 잭은 그길로 그녀의 남편을 찾아가 코를 부러뜨려 놓는다. 자신이 벌집을 들쑤셔 놓았다는 것도 모른 채 모텔에 온 잭은 모텔 주인이 벌벌 떠는 모습에 의구심을 갖는다. 잭이 때린 사람이 바로 그 마음을 주름잡고 있는 던컨 일가의 아들로, 그들이 30년간 포악을 떨고 있음에도 아무도 저항하지 못한다는 말에 잭은 분노는 느낀다. 마을 전체가 그 던컨 일가의 독재속에 벌벌 떨면서 살아간다는 말에 무언가 해야 겠다고 느낀 잭은 더군다나 그들이 25년전 8살짜리 소녀의 실종에 모종의 관련이 있다는 말에 더욱더 분기탱천한다. 문제는 그들의 공포정치가 오래 된 만큼 아무도 잭을 도와주러 나서는 사람이 없다는 것. 그리고 네브라스카의 황량한 마을에서 그가 숨을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 그럼에도 이미 그곳에 도전장을 내민 잭은 30년간의 독재에 대한 응징에 나서기 위해 앞으로 나선다. 과연 잭을 멈추게 할 자 그 누가이겠는가. 잭 혼자 나선다는 말에 던컨 일가는 그가 아무리 육군 출신에 총을 좀 다룰 줄 안다 한들 자신들을 물리칠 수는 없을 거라 장담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위험성이 있는 물건은 사전에 제거하는게 옳다는 것에 동의를 하는데....
예전 서부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던 소설이다. 이 책의 저자는 분명 영국 태생이라고 들었는데, 글을 쓰는 폼은 과거 미국 서부 총잡이들의 전설을 따르고 있는 듯하다.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수상한 곳이라면 어디든지 들쑤시고 다니면서 정의를 실현하고 있는 잭 리처, 그의 활약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는 것은 그가 절대 법에 의지하는 나약한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다. 언제나 속전속결, 나쁜 놈들은 그자리에서 처단하는 그를 보면서 묘한 속시원함을 느끼는 것은 왜인지 모르겠다. 악한 짓을 하는 사람이 늘 나쁜 것은 아니었으며, 알고보면 그들이 잘못된 것은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때문이고, 그렇기에 그들에게 역시 우리는 동정심을 느끼고 벌보다는 교정이 더 필요한 것이라는 말을 일거에 허튼 소리로 만들어 버리는 박력에 반하게 된다고나 할까. 너무도 무르고, 너무도 이성적이며, 너무도 동정심이 많아서 문제인 우리들에게 잭 리처 같은 사람이야말로 꼭 필요한 사람이 아닐까 한다. 아마도 그래서 그의 시리즈가 그렇게 인기가 있는 것이겠지. 진짜 세상에서는 가질 수 없는 환상임에도 말이다. 하여간 정의가 구현되는 모습에 속이 시원하던 작품, 잭의 활약에 다소 질리는 면이 있기는 했지만서도, 그럼에도 페이지 투너로써 이보다 더 잘 기능하는 책은 없지 싶다. 한마디로 책이 술술 읽힌다. 남는 것이 없다고 해도, 잘 읽힌다는 점은 장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