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벽장속에 사는 괴물들, 그들이 원래 그렇게 무서웠던 것은 아니랍니다. 그들은 먼저 대학교에 가야 했죠."

 

이 두 문장으로 이 영화의 모든 것이 설명된다. 그렇다. 지금은<몬스터 주식회사>의 최강콤비로 불리는 마이크와 설리지만, 그들이 늘 그렇게 무서웠던 것은 아니었다. 그들에게도  무서움의 무자로 모르던 생판 무지렁 꼬꼬마에 불과한 시절이 있었던 것이다. 단지 그들에게 있었던 것이라곤 언젠가 커서 아이들을 겁나게 무섭게 하는 전설의 괴물이 되었음 하는 희망과 꿈 정도? 외눈박이 작은 초록색 공 몬스터인 어린 마이크의 운명은 그가  몬스터 주식회사에 견학을 하러 온 날 결정이 된다. 잠자는 아이들을 놀래켜주러 출근하는 겁주기 대원의 늠름한 모습에 반한 마이크는 꼭 그 회사에 입사하리라 결심을 한다. 그런 마이크에게 겁주기 대원이 슬쩍 말을 흘린다. 자신처럼 되고 싶으면 겁주기 특성화 대학인 <몬스터 대학>에 가라고... 그 한마디에 깜찍함이라면 모를까 무서움의 대상으로 보기엔 한없이 부족한 어린 마이크는 불철주야 노력한다. 결국 그렇게 가고 싶어하던 몬스터 대학교의 입학을 하게 된 마이크,  입학을 했으니 이제 자신의 미래는 탄탄대로라고 그는 중얼거리지만, 과연 진짜로 그럴까 ? 

 

 

부푼 마음을 안고 신입생이 된 마이크에게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대학이라는 곳이 종착점이 아니라 출발점에 불과하다는 사실이었다. 탄탄대로는 커녕 그곳에서 살아남는다는 자체마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마이크는 그 특유의 극성으로  열심히 공부에 매진한다. 그렇게 혹독하게 자신을 몰아붙이는 그에게 눈에 가시같은 존재가 나타났으니, 그 유명한 설리반 가문의 아들 설리다. 재능과 외모만으로도 겁주기의 모든 것이 끝나는 그는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음에도 겁주기에 관한한은 두려울 것이 없어 보인다. 재능은 없지만 열정은 넘쳐나는 마이크와 재능은 출중하지만 게으른 설리,스타일이 전혀 딴판인 둘은 만나자마자 서로에게 으르렁댄다. 천부적인 재능 하나면 모든 것이 끝난다고 생각하는 설리와 겁주기에도 전략이 필요하다고 믿는 마이크, 결코 접점이 없어 보이던 둘은 기말 고사에서 엮이는 바람에 둘 다 <겁주기 학과>에서 잘리는 사태를 맞이하고 만다. 그 누구보다 겁주기 대원이 되고 싶었던 마이크의 실망은 이마저만이 아니지만, 가문의 명예를 한 몸에 지고 있는 설리의 충격도 만만치 않다. 이제 한층 더 서로를 미워하게 된 둘은 학교 전통 축제인 <겁주기 대회>에서 우승을 하면 다시 원하는 학과에서 공부할 수 있다는 조건 하에 팀을 만들어 도전하게 된다. 일명 <울지마 깍꿍>팀명 하에 뭉친 마이크 이하 여섯명의 몬스터들은 자신들을 무시하는 몬스터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겠다고 흥분을 한다. 다만 문제라면 그들이 다른 몬스터들이 무시할만한 루저들의 모임이라는 것...투지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지만 재능이 한없이 달리는 그들이 과연 노력만으로 우승을 거머쥘 수 있을까? 낙천적인 마이크조차 회의를 갖는 가운데, 그들은 초반 탈락의 위기에 놓이게 되는데...

 

 

 

 

 몬스터들이 대학에 간다라니...일단 설정만으로도 흥미를 유발한다. 도무지 이런 상상력은 어디서 나오는지, <몬스터 주식회사>에서 그들의 기발한 상상력과 설득력있는 캐릭터들에 완전히 반했었던 나는 그들이 겁주기 대원 전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말에 솔깃하고 말았다. 그래, 그들도 초짜인 시절이 있었을 것이고, 그 전에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완벽한 고수가 되기까지 지난한 여정이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니 말이다. 그것이 인간이건 몬스터건 간에... 그래서 감정 이입하면서 몰입해서 보게 된 <몬스터 대학> 일단 대학 시절을 되돌아보게 해준다는 점에 좋았다. 내가 다닌 학교와는 좀 거리가 있어 보이긴 했으나, 설레임을 안고 대학에 입학을 하는 것은 꼬마 마이크와 비슷했으니 말이다. 그땐 대학이라는 곳이 얼마나 커보이던지...물론 그것도 얼마 지나지 않아 적응이 되고 보면 별다르지 않게 생각되지만서도. 그땐 나도 마이크처럼 대학 입학만으로 인생이 저절로 풀릴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마이크처럼 곧바로 현실을 직시할 수밖엔 없었지만서도, 지금 생각해보면 모든것을 다 가진 듯한 그 기분, 나쁘지 않았지 싶다. 그렇게 열심히 공부한 당신, 대학에 입학했으니...이제 본격적으로 어른들이 사는 현실속에 발을 담그게 된다. 대학생이 되었다는 것은 아직 어른이라고 하기엔 미숙하지만 그렇다고 아이들의 영역에 머무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그래서 현실의 거대한 벽에 부딪힌 두 명의 몬스터, 그들의 각자의 아킬레스건으로 고민하는 모습에 공감이 갔다. 천부적인 재능은 없지만 머리는 있는 마이크와 천부적인 재능만 믿고 한없이 게으른 설리...불공평한 인생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이기기 위해서는 혼자만의 플레이가 아니라 팀 웍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마이크는 결단력과 지식으로 무장을 해서 오합지졸인 팀원들을 닥달하기 시작한다. 재능을 믿고 만사태평이던 설리는 자신이 이 무능집단의 팀원이라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는다. 하지만, 어쩌랴...자신이 지금 속한 곳이 바로 그곳인 것을. 결국 한 팀으로 거듭 나게 된 <울지마까꿍>! 최후의 관문에서 그들은 극복이 불가능해 보이는 장벽에 마주치게 된다. 마이크가 아무리 좋게 봐줘도 무섭다기 보다는 귀엽다는 점이었다. 노력으로도 없는 재능을 생기게 할 수 없다는 현실에 마주한 <울지마까꿍>팀의 최후의 선택은 ? 과연 우리는 재능을 넘어설 수 없는 것일까? 거기에 대한 답이 궁금하신 분들은 영화를 보시길... 왁자지껄 소동속에서 두 시간을 보내고 나면 픽사에서 내놓은 답이 떡하니 차려져 있을 터이니 말이다. 1편에 비해서는 낫다고는 말하지 못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실망할 정도는 아니었다. 아기자기하고, 공감이 가는 이야기에, 설득력있는 캐릭터까지...대학생활을 싱그러운 모습과 함께 그들의 진지한 고민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 좋지 않았는가 한다. 다만 문제는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이 이 영화에 더 잘 공감한다는 것 정도?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과 교훈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스토리인데, 어째 어른들이 더 공감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 말이다. 즉, 8살짜리 조카는 공부니 재능이니 하는 것에 전혀 감흥을 받지 못한 반면, 나는 줄곧 심각하게 주제에 몰입해서 봤다. 어쩌면 재능이니 꿈을 실현하는 과정들인 중요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미 그 시절을 다 보내고, 기회를 다 놓쳐버린 어른들의 감상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쁘지 않은 전개고 결론이었다. 아이가 이해를 하건 아니건 간에, 이런 이야기에는 언제나 조금은 귀 기울여봐도 좋을만한 점들을 담고 있으니 말이다. 시끌벅적한 한바탕 성장극을 보고 싶다시는 분들에게 추천. 적어도 지루할 새는 없다. <몬스터 대학교>를 간접탐방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고 말이다. 완벽을 기대하지 않으신다면 적어도 재밌게 즐기실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추신--마이크와 설리 역의 빌리 크리스탈과 존 굿맨의 목소리 연기는 적절한 캐스팅이었지 않는가 한다. 목소리와 몬스터들의 완벽한 조합이라고 할 만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