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스톤갭의 작은 책방 - 우정, 공동체, 그리고 좋은 책을 발견하는 드문 기쁨에 관하여
웬디 웰치 지음, 허형은 옮김 / 책세상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인터넷에서 책 검색을 하다 우연히 눈에 뜨인 네 글자는 나를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 들게 했다. 그것은 바로...< 빅. 스. 톤. 갭> 이었다 . 뭐? 빅 스톤 갭? 이라고라...아드리아나 트리기아니의 <빅스톤 갭>이 드디어 출간이 되었다는 거야? 이렇게 반가운 일이~~~라면서 흥분의 소름 세레모니를 하던 사이, 나는 빅 스톤 갭 옆에 작은 책방이라는 글이 쓰여져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된다. 어, 왜 작은 책방이 들어가 있는 거지? 제목을 그렇게 하기로 했나? 빅스톤갭의 약국이라면 모를까( 아드리아나 트리기아니의 책 < 빅스톤갭>의 주인공 직업은 약사다) 왜 책방인거야? 라면서 고개를 갸웃대던 나는 드디어 알고 싶지 않은 진실에 대면하게 된다. 바로 이 책의 저자가 아드리아나 트리기아니가 아니라 웬디 웰치라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경영하는 것은 약국이 아니라 진짜로 책방이라는 것을. 실망스러웠다. 그렇게 소설 <빅스톤갭>이 번역되기를 기다리고 있었건만, 시리즈 전체가 아니라면 1권 만이라도! 이라면서 말이다. 아, 그 책이 아닌가벼, 라면서 좋다 말았네 싶어 얼른 다른 것을 클릭하려다, 그런데 어떻게 제목이 비슷할 수 있지 라는 의문이 들고야 말았다. 호기심이 생기면 그 자리에서 풀어야 하는 것이 나의 성미, 나는 결국 아드리아나 트리기아니의 그 빅 스톤 갭이 바로 이 저자가 살고 있는 그 빅 스톤 갭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얼마나 반갑던지 말이다. 알고보니 빅 스톤갭은 아드리아나의 고향이란다. 그 고장이 애팔레치아 산맥에 위치해 있고, 과거 탄광 마을이었으며, 오래된 미국의 향수를 간직하고 있는 그런 곳이라는, 아드리아나가 자신의 소설에서 묘사하고 있는 것과 똑같다는 것에는 더 흥분하고 말았다. 와, 그렇게 정겹고 개성 넘치는 곳이 실재하는 곳이었구나 싶어 부러웠다. 난 막연히 작가가 상상력으로 만들어 낸 곳인줄 짐작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왜냐면 실재한다고 하기엔 너무 천국같은 곳이라서 그렇다. 책을 읽어내려 가나 그곳을 머리속에 그려 보게 되면  내가 사는 이 곳은 너무도 무미 건조하고 초라해져 짜증일 날 정도로 말이다. 하여간 그런 사정이 있다보니 이 책은 도무지 안 읽을래야 안 읽을 수가 없었다. 빅 스톤 갭을 그리워 하는 독자로써, 그곳이 외지인의 눈에는 어떻게 비춰질 지, 그리고 진짜로 소설속에 나오는 것처럼 매력적인 곳인지가 궁금했던 것이다. 그래서 읽게 된 <빅 스톤 갭의 작은 책방>....정말로 그곳은 매력적인 곳이었다. 그렇게 작은 동네에서 걸출한 작가를 몇 명 배출했다는 것이 무리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단지 빅 스톤 갭에 살면서 드는 생각을 쓰기만 해도 매혹적인 글들이 나올 것 같았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과연 빅 스톤 갭에는 어떤 매력이 있는 것일까? 작가는 이 책에서 어떤 말을 하고 있나 들여다 보기로 하자.  

 

직장을 따라 미국에 정착하게 된 이 책의 저자 웬디는 남들에겐 꿈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그곳이 자신에겐 지옥으로 가는 문 같다는 생각에 고민하게 된다. 결국 제살 깍아 먹는 하루 하루를 그만 두기로 마음 먹은 그녀는 충동적으로 빅스톤갭에 집을 구매하고는 오랜 동안의 로망이었던 헌책방을 차리기로 한다. 돈도 부족하고, 책 방 운영은 해본 적도 없으며, 더군다나 빅스톤갭이라는 곳이 그들에겐 생면부지 타지라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책방을 차리게 된 웬디와 그녀의 남편 잭은 모두의 미쳤냐는 말을 그저 다 농담이려거니 웃어 넘긴다. 그 말에 일만의 진실이 있다고 진지하게 받아들였다면 절대 시작하지 못할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몽상가인 둘에게도 진실을 대면하는 시간은 반드시 오는 법 , 결국 그들은 책방을 운영하는 것이 생각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더군다나 외지인들에게 배타적인 빅스톤 갭같은 곳에서랴...인구 5천의 마을에서 최초라 할만한 책방을 내게 된 두 사람은 초반 책방을 내주셔서 고맙다는 인사를 수없이 듣게 되었지만 문제는 그것이 매출과 연계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마을의 유지와 사이가 어긋나 버리면서 웬디는 책방을 접고 포기를 하느냐,아니면 이 고통스런 나날을 이어가느냐 두 갈래길에 서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과연 잭과 웬디는 이 난관을 어떻게 풀어 헤쳐 나갔을까?

 

 5년이 지는 지금 그 고장의 명물이 되어 있다는 그 둘의 책방이 어떻게 주변 사람들의 도움과 인정, 그리고 저자의 기지로 생명을 얻게 되었는지를 보게 되는 것이 이 책의 묘미였다. 책방을 내고 경영하는 것이 도무지 무슨 재미가 있겠어 ? 싶었는데, 의외로 재밌다. 책에 관련한 것만 아니고, 빅스톤갭의 주민들과의 소소한 일상들을 진솔하게 서술한 것이 주효하지 않았는가 한다. 이젠 책방이라기 보다는 문화 센터로써, 그리고 마을의 사랑방으로 자리를 확실하게 잡고 있는 잭과 웬디의 책방이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성장하는 과정을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유용한 정보였다. 소상인이 살아남는 법을 들려준다고나 할까. 대자본에 맞서서 소상인들이 살아남는 방법이 인간적인 것에 기대는 것밖엔 없다고 하는 저자의 분석은 또다른 생각거릴 제시해 줬다. 인간은 어떻든지 간에 접촉을 하면서 살게 되어 있다는 진리 말이다. 재밌고, 대체로 균형있게 쓰여진 책이다. 전문적인 이야기꾼이라고는 하지만 전문적인 작가는 아니라서 어디선가 치명적인 실수를 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조마조마하면서 봤는데, 이 정도면 굉장히 잘 썼지 싶다. 딱히 지적하고픈 거슬리는 문장이 없었다는 것만으로도 성공이다. 리뷰가 길어지는 관계로 이 책을 읽고난 단상들을 간단히 언급하자면...

 

1. 저자의 책방 개점식에 아드리아나 트리기아니가 실제로 참석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마을이 배출한 자랑스러운 작가라면서. 무척 반가웠다. 

2. 책을 읽으면서 가보고 싶게 만드는 도시 중 하나로 늘 손꼽게 되는 빅 스톤 갭. 이 책을 읽으면서 또다시 다짐해 본다. 다른 곳은 몰라도 이 곳은 한번 꼭 가 보리라. 라는...

3. 타인의 취향에 대해 왈가불가 하는것은 시간 낭비다. 일단 시작하고 나면 출구가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아마도 책방을 직접 운영하는 저자가 누구보다 잘 알게 된 사항이라고 하는데....그래서 남들에게 이런 책을 좋다고 추천하는건 언제나 조심스럽다. 내가 좋다고 해서 남들도 좋은 법이란 없는 것이니까. 책을 많이 읽게되면서 저절로 체득하게 되는 눈치중 하나는 타인의 취향은 존중해줄 수밖엔 없다는 것이다. 왜냐면 남들에게는 나 역시도 남에게는 타인이기에... 하지만 독자로써 우리가 하지 말아야 할 것들중 하나는, 절대로 말이다. 위대한 책이라고 하는 것들에 대해 태클을 걸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해도 그건 왠만하면 하지 않는게 좋다. 왜냐면 그건 책 탓이 아니라 내 탓일 가능성이 100%이기 때문이다.  해서 저자가 책 끝 말미에 이런 책은 명작 반열에 오르지 말았어야 한다고 꼽은 10개를 봤을때 놀라고 말았다. 이 목록에 <안나 카레리나><모비딕><북회귀선>이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와 , 이렇게 용감할 수도 있구나 순간 얼굴이 붉어졌다. 웬디 여사 대신 내가 부끄러워져서...아~~~웬디 웰치 여사! 이 작품들은 정말로 명작이랍니다. 아무리 무식하고 무대포인 저도 이 책들이 명작이라는 점에서만은 주저하지 않아요. 어떤 근거에서 이 책들을 폄하해도 된다고 그렇게 자신하게 된 것인지 저로써는 알길이 없지만서도,  그런 견해를 표명하는 순간 반대로 당신의 자질이 의심스러워 보였다는 사실을 혹시 짐작이나 하셨는지요. 톨스토이는 우리에게 안나 카레리나를 좋아하라고 그 책을 쓴게  아니랍니다. 도대체 책을 어디로 읽으신 건지, 제대로 읽기나 하신 것인지 의심스럽더군요. 제대로 읽어서 내린 결론이라면 , 걸작과 범작조차 구별해 내지 못하는 당신의 안목과 감식력에 대해 검토를 해보시는게 좋지 않을까 싶네요. 그건 취향의 문제가 아니여요. 안목의 문제지...제발 부탁이니, 그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신중하게 재고해 보시기 바랍니다. 모든 사람들이 입모아 걸작이라고 하는데는 분명 이유가 있고, 그걸 당신이 모르겠다고 해서 걸작이 아니게 될 수는 없는 것이니 말여요. 그 분들이 당신보다 못해서 그 책들을 걸작이라고 칭송하겠나요.  곰곰히 생각해 보셔요. 만약 왜 그것이 걸작인지 모르겠거든, 기다려 보셔요. 살다보면 어느날 , 번개에 맞은 듯이, 어~~ 이 책 정말 걸작이잖아! 왜 내가 이걸 미처 발견하지 못했지? 도대체 나는 그간 뭘 읽었던거야? 라면서 비명을 지르게 될지 모르니 말여요. 하여간 잘 읽어 내려 가다가 그 부분에서만큼은 식겁했네요. 그렇게 갑작스럽게 완전 무식 모드를 표명할 실 줄은 정말 몰랐거든요. 하긴 그런 무식한 부분들이 당신을 지금의 그 자리에 있게 한 원동력일지도 모르지만 서도요. 하지만 좌절하진 마셔요. 당신의 다른 장점들이 워낙 많아서, 그런 단점들이 가려지니 말여요. 책속에서 짐작되는 바로는 당신은 꽤 괜찮은 분 같아 보였거든요. 어쨌든 이 책의 저자에게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비평가적인 완벽한 안목은 아니니 말여요. 하여간 앞으로도 빅스톤 갭의 책방, 번성 하시길...

4. 소상인들은 아마존을 싫어하더라. 그렇게 보면 이 책을 파는 알라딘이나 예스 24 같은 인터넷 매체도 이 작가는 싫어해야 마땅하지 않겠나 싶다. 똑같은 인터넷 매체인데다 중고책까지 커버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제 책방 주인에서 작가가 된 이 책의 저자가 과연 지금은 아마존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으시려나 궁금하다. 어쩜 대세가 좋긴 하군, 이렇게 생각이 바뀌시진 않으셨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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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21 18: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21 18: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8-21 1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