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저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11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11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은퇴를 한 뒤 사립탐정을 하면서 딸과 친해지고 있던 보슈는 다시 형사로 일해 보자는 제안을 받게 된다. 자신이 가장 잘 하는 일을 해보라는데 마다할 그가 아닌 터, 보슈는 기꺼이 다시 직장에 복귀하게 된다. 그가 이번에 일할 부서는 미해결사건 전담반. 파일로만 기억되는 이른바 <콜드 케이스>들을 파헤쳐 종결시켜 보자는 것이었다. 이미 지나간, 그리고 이미 동료 형사들이 한번 파헤쳐 봤음에도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채로 남아 있다는 것은, 그리고 사건이 일어난 후로 오랜 시간이 지났다는 것은 아무리 봐도 사건을 해결하는데 잇점이진 못할 터, 하지만 콜드 케이스 부서 사람들에게도 기댈만한 구석이 하나쯤 생겼으니 바로 현대 과학의 발전이었다. 과거에는 가능치 않았던 DNA 분석이나 총기 감식들이 새로운 시각으로 사건에 접근해볼 수 있는 창을 제공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형사 복직 첫날부터 기분이 엄청 좋은 보슈는 자신의 파트너인 키즈와 함께 이번에야말로 사건을 종결시켜볼 것을 다짐한다. 그에게 맡겨진 첫번째 사건은 17년전 발생한 16살 소녀 살인 사건, 요리사인 흑인 아빠와 가정 주부인 백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외동딸로 구김살 없이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던 그녀는 어느날밤 사라져 근처 야산에서 시체로 발견되었었다. 처음에는 가출로, 시체가 발견된 다음에는 자살로 오인되었던 탓에 그녀의 사건은 초동수사에 헛점이 많았다. 담당 형사들이 나중에 살인 사건임을 알고서 제대로 방향을 잡아 수사를 하긴 했으나 그녀의 사건은 결국 의문점만 남긴 채 미해결 사건 파일로 분류되는 신세가 된다. 무엇보다 형사들을 곤혹스럽게 한 것은 그녀가 집에서 실종이 되었다는 점, 그리고 그녀가 사건 두 달 전에 낙태를 했었다는 시신 부검상의 소견이었다. 친구들이건 부모건, 베키가 낙태를 했었다는 사실은 금시초문, 형사들은 그 아이의 아빠가 살인과 연관이 있는게 아닐까 라며 그녀의 애인을 탐문해 보지만 결론은 누군지 도무지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그렇게 범인은 잡혀지지 않은 채로 17년이 흘렀고, 사건에는 다시 해결의 한줄기 희망이 비추기 시작한다. 그녀를 살해한 총기에 남아 있던 DNA를 분석한 결과 동네 전과자 하나가 걸려 들었다는 것과 천하의 보슈가 그 사건을 담당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건을 맡을 첫 날부터 과거 상사의 협박에 시달리면서도 보슈는 이 사건을 제대로 파헤쳐 보리라, 그래서 베키의 부모에게 이젠 종결의 평화를 찾아 주리라 다짐을 하는데... 과연 보슈는 17년전의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역시나 믿고 보는 마이클 코넬리였다. 아니, 다시 형사직으로 돌아왔다고? 라면서 미심쩍어 하던 것도 잠시, 거기에 과거의 사건을 다시 조명한다는 것에 재미없지 않을까 우려한 것도 잠시, 다른 것도 아니고 1990년대의 흑백갈등에 촛점을 둔 것이라는 걸 안 순간의 식상함도 잠시, 결국 보슈의 이야기 속으로 따라 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으니 말이다. 뭐, 이런 이야기 가지고 재밌겠어? 싶은 것도 마이클 코넬리가 하면 재밌다는걸 다시금 알게 해주었던 책으로, 그의 책을 완역된 것은 다 읽어서 그런가, 이젠 책속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다 낯설지 않다는 것이 또 이 책의 묘미기도 했다. 이 작가는 다른건 몰라도 자신이 창조한 등장인물이나 아는 작가등을 버리지 않고 활용하는데는 일가견이 있지 싶다. <보이드 문>의 히로인인 캐시와 그녀의 보호 관찰관 셀마가 마치 카메오처럼 슬쩍 지나가질 않나, 동료 작가인  제임스 엘로이를 지나가는 말처럼 등장시키는걸 보고 말이다. 언젠가는 자기 자신을 법원출입 기자로 등장시킨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이 사람 머리속에서는 자신이 쓰는 책들의 모든 주인공들이 마치 살아있는 사람들처럼 돌아다니고 있는게 아닐까 싶었다. 다른 책들의 주인공들이 서로 만나서 반목하고, 돕고, 이해타산을 따져가며 의심하고,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 되고, 우리가 바라보는 시각과는 다른 시선으로 바라봐질 수 있다는 것도 알려 주고 말이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마이클 코넬리의 책들은 다 하나의 시리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싶었다. 알고보면 여기서 나오는 주인공이 다른 곳에서는 조연이고, 또 지나가는 행인 1이 될 수도 있고 그러니 말이다. 하여간 그렇게 등장인물들을 하나도 소홀하게 생각하지 않고 재활용하는 것이 마이클 코넬리만의 또다른 매력이 아닐까 한다. 그의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아는 사람을 찾아내는 반가움 내지는 과거 봤던 책을 상기하는 효과가 쏠쏠하니 말이다. 그렇게 구미가 당기는 미해결 사건과 그 사건을 풀어가는 흥미진진한 태도, 그리고 보슈의 영리한 진도지휘 아래 범인의 윤곽을 찾아가는 것을 따라가는 것은 추리 소설의 묘미라고 할만했다. 거기에 마이클 코넬리만의 통찰력이라고 해야 할까? 보슈를 믿고 따라가게 만드는 그의 듬직함이라든지 세상사에 초연한 것들이 참 공감이 갔다. 예를 들자면 바로 이런 문장들...


" 보슈는 고개를 끄덕였다. 의도한 것이든 아니든, 벌로언은 보슈에게 신앙의 힘으로 새 삶을 찾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보슈는 신앙에 대해 가장 많이 떠벌리는 사람이 실제로는 신앙이 가장 약하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238


이런 통찰력. 내가 마이클 코넬리의 책이 나왔다고 하면 일단 주저하지 않고 보게 만드는 그만의 매력이 아닐까 한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뒷편에 나온 그의 책 목록을 살펴 보았더니, 그의 책들 중에서 내가 안 읽은 책이 하나도 없더라. 결국 그래서 난 또 출판사에 요청하게 되는 것이다. 빨리 코널리의 다음 책을 출간해 주셔요. 라고 말이다. 물론 아직까지 번역되지 않은 책이 있다면...이렇게 부지런히 다작을 하시는 분이니 아마도 남겨진 것이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확신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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