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 - 상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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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여사의 새로운 에도시대물이 출간되었다는 말에, 아니 저 표지만 보고도 난 흥분을 해버렸다. 제목이 무엇이건, 소재로 무엇을 다루셨건 간에 일단 읽어봐야 해!!! 먼저 읽어본 리뷰어들이 어쩌고 어쩌고 해도 내 귀에는 들여오지 않았다. 남들이 뭐라 하건간에 좋아고 하건 간에 아니건 간에 이미 읽어야 한다는 마음이 굳건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읽은 <진상>은 이번에도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더라. 이 저자 양반은 도무지 이야기 보따리가 얼마나 크신지 퍼내고 퍼내고 또 퍼내고 마르지 않는 듯하다. 멀고도 가깝다는 나라 일본 작가이지만서도, 부럽기 이를데 없었다. 이 작가가 우리나라 작가라면 정말로 자랑스러워했을 텐데, 우리나라 작가가 아니란 것은 얼마나 안타까운 일이던지...하여간 국적을 변경해서라도 데리고 오고 싶을만큼 이야기꾼인 작가, 미야베 미유키, 그녀의 명성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시는 분이라면, 아니 조금이라도 맛보셨던 분이라면 이 책은 반드시 읽어야 하는 그런 책이 되겠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이번 작품이야말로 에도 시대물에서 가장 수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대체로 미미 여사의 책은 믿고 보는 편이지만서도,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 이야기전개에, 여러 등장인물을 다루는 매끄러운 태도, 그리고 행동을 해석해내는 통찰력있는 작가의 날카로운 시선이 이 책 속에서 절묘하게 녹아들어 빛을 발하고 있는데, 대단한 작가라는 생각을 아니할 수 없었다.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뚝딱뚝딱 아무렇지도 않게 만들어 내시는지...감탄스러웠다. 이런 작가들을 보면 아무리 내 사시눈을 뜨고 책을 본다고 해도 고개가 숙여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만큼 대단한 역량이라는 생각을 아니할 수 없게 만들던 완벽한 작품이 아니었는가 한다. 이쯤해서 이 책에 대한 거품은 그만 품기로 하고...내용을 요약해서 들려 드리자면...


다리에서 살해된 걸인이 발견되자 마을 사람들의 마음은 다들 싱숭생숭해한다. 강도에 의해 살해된 것일까라는 생각이 무색하게도 걸인의 초라한 행색은 과연 누가 왜 이 자를 죽였을지 궁금하게 만든다. 몽타쥬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돌려 봐도 그를 알아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자 수사는 난국에 처한 상황에 비슷한 수법으로 사람이 살해된 사건이 다시금 발생한다. 다른 점이라면 이번에 죽은 자는 <왕진고>라는 약을 만들어 대대적인 성공을 거둔 약국이 주인이라는 것. 그리고 그가 바로 다름 아닌 자신의 집 침실에서 살해되었다는 사실이었다. 둘의 시체를 검안한 노거사가 같은 사람에 의해 살해된 것이라고 단언을 하자 헤이시로를 비롯한 경찰 사람들은 어떻게 이 둘이 연관이 된 것인지 알길이 없어 전전긍긍하게 된다. 마침 먼저 죽은 걸인의 신원이 확인이 되고, 두 사람이 과거 20년전 한 약국에서 일하던 사이임이 밝혀지자 둘의 과거 인연이 도마위에 오르게 됩니다. 이에 과거 둘과 함께 한 약국에서 일했던 사람이 앞에 나타나 실은 셋이 20년전에 살인을 한적이 있다고 고백을 하게 된다. 그 셋이 살인을 하게 된 이유가 더더군다나 <왕진고>의 비법과 관련이 있다는걸 알게 된 헤이시로를 비롯한 경찰들은 과거의 업때문에 벌어진 사건이라는 것을 짐작하게 된다. 다만 문제라면 누가 그들의 범행을 알았을 것이며, 범행을 알게 되었다면 왜 이제서야 복수에 나서게 된 것인지 의문을 품게 된다. 그렇다면 과연 그 둘을 살해한 자는 누구인 것일까? 그것은 과거의 살인과 연관이 있는 것일까? 연관이 있는 것이라고 해도 과연 약국의 약사는 밀실에서 어떻게 살해된 것일까? 관리들은 이리저리 이야기를 짜맞추며 누가 범인인지 잡으려 애를 쓰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이야기는 꼬여져 가기만 한다. 이때 헤이시로의 조카인 신노스케가 자신이 범인을 알아냈다면서 사람을 불러 모으는데...


이야기꾼으로써의 미먀이 미유키의 재능이 유감없이 발휘되던 소설이었다. 일본의 에도 시대를 어찌나 친숙하고 정감있게 그려냈던지, 내가 그 시대를 지금 살아온 것마냥 그렇게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실은 나는 일본사에 전혀 관심이 없어서, 에도 시대가 우리나라의 어느쯤인지, 내진 그 시대가 어땠는지 전혀 감을 잡지 못했음에도 이거 읽는데는 하나도 지장이 없더라 그 말이다. 이거 대단한거 아닌가. 아무도 모르는 타인을 이렇게 쉽게 설득하기가 쉽지 않은 것임에도, 타국 사람을 이렇게 쉽게 이해하도록 만드는 것을 보면 역시나 미미 여사라는 탄식을 할 수밖엔 없었다. 이 정도면 세계적인 이야기꾼이라는 이름을 붙인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것이다. 자신의 나라 사람을 설득하는거야 뭐, 간혹가다보면 그럴 수 있다지만서도, 타국 사람에게 자신의 과거 문화를 한번에 이해시킨다는 것은 정말로 대단한 것이니 말이다. 어째 내용을 이야기 해야 하는 순간에도 미미 여사에 대한 찬사만 잔뜩 늘어놓게 되는데, 문제는 이게 내가 의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냥 쓰다보니 미미 여사에 대한 찬사가 안 멈춰진다는 것이지. 놀랍지 않은가. 그지? 왠만한 책에는 좋은 점보다는 나쁜 점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내가 이 책만큼은 홀딱 반했다는 사실이...재밌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고 그렇다. 원래 독서가들의 재미란 것이 재미난 책을 만나서 반하는거, 그것이니 말이다. 하여간 독자들의 마음을 제대로 사로잡은 이야기, 등장인물들이 200년전 사람이건 일본 사람이건간에 오늘날 한국 사람으로써도 공감하기 어렵지 않던 정감 넘치던 책,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사회를 바라보는 미미 여사의 단면적인 시선에 조금은 공감하게 되어 보게 된 책이 되겠다. 여자들의 미모만이 아니라 남성들의 미모가 인생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심도있게 고찰하면서, 그들 역시 우리만큼 고민하고 억울해 하고 있겠구나 라는걸 생각해 보게 만들던 책. 무엇보다 미미 여사가 여자라서 그런가, 미녀들에게 빠지는 남성들의 한심한 작태에 대해 멋진 똥침을 날리는 것을 통쾌하게 음미할 수 있었던 책이 되겠다. 그렇다. 우리는 남자건 여자건 간에 외모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것에 구애를 받지 않는다고 한다면 아마 대단한 수행자이거나, 내진 뚝심이 강한 사람이 되겠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만인 외모라는 조건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테니 말이다. 어쩜 외모라는 조건에 반드시 흔들리지 말아야 할 필요는 없지 싶다. 단지 내가 바라는건 그것이 모든 것이라고 생각하진 말 것이라는 단서가 아닐까. 인간이라면 다른 인간을 좋아하는 것이야 당연한 것일 것이고, 우리가 타인을 좋아할때 바라마지 않는 것은 그저 우리 눈에 허상이 끼이지 않기를, 간혹 허상이 끼였다고 해도 거기서 벗어날 수 있는 지혜가 있기를 바라는 것, 바로 그것이 아니겠는가. 실수는 해도 되는 것이지만 인생 전체를 망칠 필요는 없은 것이니까. 하여간 미미 여사의 작품을 만나 마음껏 즐겨본 책이 되겠다. 에도 시대를 그려낸 이 책은 6년만에 나온 장편이라고 하던데, 내 기다리련다. 6년이 되었건 16년이 되었건 간에, 미미 여사의 에도물을...바라건데 다음번에는 6년보다는 짧은 시간안에 내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렇게 즐거운 독서는 언제나 환영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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