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악한 늑대 스토리콜렉터 16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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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우누스 시리즈의 두 히어로인 형사 보덴슈타인과 피아. 각 편에서 각자의 개인적인 사생활로 고통을 겪어야 했던 두 사람은 이제 평온하고 침착한 일상을 영위할 수 있게 된다. 고통스런 이혼 과정을 험난하게 거쳐낸 뒤 드디어 모든 것에서 자유로워진 보덴슈타인은 과거 아내와 함께 살던 집을 팔고 새로운 집으로 이사갈 계획을 세운다. 피아는 동물관장인 크리스토프와의 동거가 기대보다 자연스러워 행복을 만끽하고 있다. 그 둘 앞에 새로운 사건이 배당된다. 뜨거운 여름날 강위로 갸날픈 소녀의 시체가 떠올랐던 것이다. 부검을 해본 결과 오랫동안 학대를 당해왔을 거란 소리를 들은 피아와 보덴슈타인은 그녀를 위해서 반드시 범인을 잡겠다고 다짐을 하나 , 그들의 기대와는 반대로 수사는 진전을 보지 못한다.범인은 고사하고 죽은 소녀의 신원조차 밝혀내지 못했으니 말이다. 한편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비열한 짓도 마다하지 않은 방송인 한나는 자신의 상담사가 자신에게 연락을 취해오자 어리둥절해 한다. 꼭 방송에서 다뤄줬음 하는 사건이 있다는 말에 혹했던 한나는 사건의 내용을 들은 뒤 경악한다. 그 사건을 방송에서 다룰시 파장이 엄청날 것이라고 한나는 자신하지만 한나의 오랜 지기인 볼프강은 그녀가 섣불리 무모한 사건에 뛰어 들어든 것은 아닌가 하면서 걱정을 한다. 그의 걱정이 기우가 아니라는 듯, 한나는 집으로 가는 길에 심하게 폭행당한채로 발견된다. 거의 죽을 지경이 된 그녀는 병원으로 실려가고, 형사들은 그녀가 왜 그렇게 잔인하게 폭행당했어야 했는지 의문을 품지만 도무지 단서를 발견되지 않는다. 거기에 걸려온 제보 전화에 달려간 경찰은 한나의  심리상담사 역시 죽어 있는 것을 알게 된다. 한나와 심리 상담사의 연결 고리를 알아보던 피아와 보덴슈타인은 전 갱단이었던 프린츨러와 몰락한 변호사 로테문트가 그 둘의 주변을 맴돌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둘이 살인범이 아닐까 싶어 추적해 봤지만 로테문트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 사건은 다시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고 만다. 한편 과거 피아의 형사 반에서 찌질한 루저 역을 도맡아 하던 벤케는 내사반으로 이동이 되었다면서 후환을 두려워 하라고 협박한다. 이에 피아는 보덴슈타인에게 피해가 갈까 걱정이 되지만 의외로 그는 벤케를 두려워 하지 않는다. 이 모든 사건이 정신 사납게 이어지는 가운데, 과연 누구를 믿어야 하고 누구를 믿지 말아야 하는지 다들 감을 잡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형사들 서로도 상대를 믿지 못하는 가운데, 피아는 학창시절 동창이 자신의 어린 딸이 성추행을 당한 것 같다면서 상담을 해오자 당장 달려 가는데...


역시나 넬레 노이하우스였다. 어쩜 이리도 이야기를 막힘 없이 술술 서술해 가는지...이 사람에서 저 사람으로 장면의 전환이 하도 자주 이뤄지는 바람에 다소 짜증이 나고 혼란스러운 점이 있긴 했지만서도, 이야기의 혼란없이 쭉 사건의 전개를 빨리 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말이다. 그럼에도 이야기를 마치 정교한 직조물처럼 짜내가는데는 허를 내두르고 말았다. 다른건 몰라도 저자가 상당히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이 작가의 책을 읽어나가면 나갈수록 굳히게 된다. 이렇게 긴박감있는 이야기를 꾸준이 양산해 내시다니, 이 얼마나 은혜로운 작가란 말인가. 믿고 보는 스릴러 소설 작가가 별로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여름에 넬리 노이하우스 같은 작가야말로 우리에겐 든든한 방공호 같은 분이 아닐까 싶다. 특히나 여성 작가인데도 인간에 대한 통찰력이 녹녹치 않다는 것이 가장 마음에 든다. 피아와 보덴슈타인을 두 톱으로 해서 이야기를 끌어 가면서도, 다른 여타의 등장인물들을 하나도 버리지 않는다는 것 또한 마음에 들고. 다만 이번 작품에서 걸리는 점이 있었다면 아동성범죄를 다뤘다는 것이다. 이 작가 저 작가가 다루어서 이젠 너무 식상한 소재, 그럼에도 볼때마다 여전히 불편한 소재를 또다시 그녀가 다뤘다는 것이 별로 마음엔 들지 않았던 것이다. 왜냐고? 왜냐면 이런 작품들이 아무리 많이 나온다고 해도 그런 범죄는 여전히 극성을 부릴 것이고, 그렇다보니 이런 작품을 통해 얻는 것이라곤 아동범죄자들에 대한 극도의 불쾌감 내진 경멸감이 전부가 아닐까 싶어서 말이다. 끔찍한 현실에 대해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으니 말이다. 연쇄 살인이나 마약 같은 범죄로 뭐, 내가 할수 있는 일이 없기는 마찬가지지만, 아동범죄만큼은 뭐랄까,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으니 말이다. 아마 그런 정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찬가지 아닐런지...모르겠다. 아동성학대를 당한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그들은 어른이 되서 어떻게 살아갈까? 우리는 그들을 차마 바라보기 힘들다는 이유로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처럼 취급하는데 말이다. 갑자기 궁금해졌다. 그들도 어디선가 이 삶을 영위하고 있을텐데, 과연 우리는 그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싶어서. 그들의 고통이 있는 한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왜 아동성범죄자들은 근절될 수 없는 것인지, 오히려 어떤 사람들은 그것을 자랑하고 다니는 가운데, 그들의 뻔뻔함에 우리가 할 수 있는 무기는 과연 무엇이 될 것인지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었다. 사악한 늑대에 맞서서 우리는 그저 연약하고 무기력한 양일 뿐일까?  암담한 심정이다. 그리고 더이상 생각을 하고 싶지 않은 부분이기도 하고. 작가도 사람이기에 아마 이런 소재를 다룬다는 것이 쉽지많은 않았을텐데, 그런 거부감을 깼다는 점에서 이 작가에게 박수를 보낸다. 어떤 책보다 쓰기 힘든 소재였을텐데, 이만하면 잘 마무리 한게 아닐까 한다. 결론 부분에서 다소 어리둥절한 부분이 있긴 했지만서도, 뭐, 소설이 꼭 완벽해야 하는 법은 없으니까. 특히나 이 작품에서 놀란 점은 벤케를 다룬 새로운 시선이었다. 이 작가가 보통 작가가 아니라는 것을 생각하게 했던 장면으로, 인간에 대한 통찰력만큼은 이 작가를 믿어도 좋겠다라는 믿음을 가져다준 장면이었다.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책을 읽어 보시길. 넬레 노이하우스의 작품은 다른 무엇보다 등장인물들이 성장을 하고 변화한다는 것이 참 마음에 든다. 현실속 어디쯤에 있는 듯한 그런 곳을 상상하게 한다고나 할까. 죽어있는 시리즈가 아니라 성장하는 시리즈라는 면에서 다음 작품이 또 기다려 진다. 다음 작품도 빨리 나와주길 작가에게 채근해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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