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특별한 동물 친구들 - 폭식하는 알바트로스와 히치하이커 애벌레
제럴드 더럴 지음, 김석희 옮김 / 우리학교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정처없이 아무 생각없이 검색을 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눈에 들어온 제목~~! 어, 이 책 절판인데, 설마 재간되었나 ? 부랴 부랴 떨리는 손으로 알아보니, 진짜로 재간이 되었네 그려. 어찌나 반갑던지...몇 년 전 이 책이 너무 맘이 든 나는 좋은 책이라고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사주고서는 정작 나는 차일피일 미루고만 있었다. 그러다 드디어 사야지 라고 주문하려는 순간 절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때 얼마나 낙담을 했던지...그렇게 빨리 절판이 될 줄은 몰랐었으니 말이다. 아니 왜 그렇게 재밌는 책이 더 안 나온다는 거야? 라면서 분노를 터뜨렸지만서도, 출판계가 그렇더라.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독자들이 사서 읽지 않으며 절판시킬 수 밖엔 없다는 것을.  해서 당시 아쉬운 마음에 하는 수 없이 제랄드 더렐의 원서만 잔뜩 사서 보고는 말았는데, 그래도 아쉬운 마음은 가셔지질 않았다. 아~~알고보니, 더렐의 책 중에선 이 책이 그의 최고의 책이더라. 물론 다른 책도 엄청나게 재밌었고, 여전하게 다른 작가들은 따라오지도 못하게 독창적이면서 다정하고 개성 넘치는 분이라는 것이 증명되었지만서도, 그래도 내가 읽었던 더렐의 책 중에선 이 책이 제일 낫더라. 뭐, 어찌보면 놀라운 일도 아닌 것이, 이렇게 뛰어나게 잘 쓰기도 쉽지 않은 것이니 말이다. 뭐 그게 그렇게 대단하겠어 라고 생각하실지 모르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우선 확률적으로 그렇다. 이 작가처럼 글을 잘 쓰기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어린 시절 누구나 부러워할만한 이런 풍부하고 풍성한 경험을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니 말이다. 아마도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제랄드 더렐이 유일할 것이고, 그래서 아마 이 책이 그렇게 특별하게 느껴졌었나보다. 하여간 이래 저래 나에겐 특별할 수 밖엔 없었던 책. 그래서 우연히 발견한 이 책 제목에 그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도 펄썩 뛰고 말았다. 아니 이런 기쁜 일이~! 라면서... 


 이 책은 과부가 된 제랄드 더렐의 엄마가 네 아이를 끌고 영국에서 그리스 코르퓨라는 곳으로 이사를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단지 보다 많은 햇빛을 찾아서, 물론 아이들의 건강을 걱정한 결정이긴 했으나, 남편 없이 사내 아이 넷을 키우는 엄마가 단순히 그런 생각으로 이런 결단을 내렸다는 것에서 보듯, 더렐 가문의 사람들은 다들 보통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 엄마에 그 아들들... 서커스 유랑단처럼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는 그 험난한 이주 여정을 마친 더렐네는 드디어 그리스의 아름다운 낙원 코르푸에 정착을 한다. 다른 가족들도 물론 그곳을 사랑했지만, 다른 누구보다 코르푸를 반긴 사람은 바로 이 책의 저자 제랄드다. 가족의 막내로, 못말리는 호기심과 주체할 수 없는 동물에 대한 사랑을 지닌 이 소년은 마치 제 세상을 만난듯 온 섬을 자신의 관찰 무대로 활용하기 시작한다. 그가 날마다 들로 산으로 바다로 돌아다니면서 그 어떤 책에서도 배울 수 없는 동물들에 대한 관찰을 시작한 것을 기록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그의 어린 시절을 채워준 특별한 동물들에 대한 헌사라고나 할까. 덕분에 정규 교육에서는 배우지 못한 배움들로 어린 시절을 한가득 채우던 제랄드의 모습은 얼마나 부럽고 정겹던지. 물론 그 덕분에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것도 사실이지만서도 말이다. 아이들 입장에서 보자면 천국에서 보낸 어린 시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렇게 독특한 꼬마의 모험담을 들으면서 입가에 미소를 띄우지 않는다면 그건 그 사람의 정서를 의심해 봐야 할 것이다. 그 자체로 너무도 사랑스런 소년이여서 말이다. 그가 코르퓨에서 만난 특별한 동물 친구들과 그를 특별하게 만들어 준 정말로 특별한 가족들과 그 이웃들의 이야기. 어디서도 들을 수 없던 특별한 이야기여서 그런지 읽은지 오랜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남는다. 내가 본 동물 관련 책들 중에서 가장 최고의 책으로, 가족에 대한 이야기건 동물에 대한 이야기건간에 아련한 그리움으로 각인되어 있는 책이다. 그들의 이야기가 너무 재밌고, 기발하고, 놀라울 정도로 깜찍하고, 무엇보다 사랑스러웠기 때문에...개성적인 매력과 다정함으로 치면 인간의 이상형에 가깝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근사했던 한 인간을 만날 기회, 이번에는 꼭 많은 사람들이 읽게 되었음 하고 바라본다. 오래전에 나온 책이지만서도, 이런 책이야말로 시간을 거스를는 책이란 말이지. 위에서 썼듯, 이 책을 쓴 뒤나, 아니면 미래 어느 시점에도 이렇게 쓸 수 있는 작가를 배출해 낸다는 것을 불가능할 터니이 말이다. 부처나 예수만큼이나 유일무이한 아저씨, 기적을 만들어 내는 사나이, 제랄드 더렐을 꼭 만나 보시라고 추천한다.


1. 오래전 읽은 것을 바탕으로 쓴 리뷰라 세부적인 것에서는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알려 드림. 기억력이 예전같지 않아서 말입니다. (머쓱~~)

2. 제랄드 더렐을 보면 과연 정규 교육이라는 것이 필요한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그는 정규와는 거리가 먼 생활을 했지만 그 누구보다 교양이 넘친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3. 이 작가가 여기서 소개한 코르푸라는 곳은 이 책의 인기에 힘입어 휴가지로 명성이 얻었다고 한다.  국제법에서 2차대전때 지뢰가 터진 곳으로만 알고 있었던 코르푸가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라는 사실은 얼마나 기괴하던지...하여간 책을 읽으면서 왠만하면 그곳에 가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데, 이 책은 정말 그랬다. 사람들이 너도나도 코르퓨로 몰려 간 것은 놀랍지도 않은 일. 그의 책을 읽고 나면 그곳에 한번 꼭 가고 싶어지니 말이다. 그런걸 보면 사람들은 다들 비슷한 것들을 느끼고 사는 듯...국적에 상관없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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