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라이트 마일 밀리언셀러 클럽 85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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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정의라면 사죽을 못썼지만 지금은 정규직이 소원일 뿐인 가장 켄지. 그는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는 현재의 보안업체에서 자신의 능력을 알아주기만은 바라고 있다. 그런 그에게 과거로부터 마음의 빚을 청산하라는 전화가 걸려온다. 12년전 그가 찾아준 아만다란 소녀가 다시 실종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녀가 이번에도 납치된 것인지 아니면 그저 집을 나간 것인지 알 길이 없는 켄지는 마뜩해 하면서도 남는 시간에 쉬엄쉬엄 찾아 주기로 한다. 납치된 아이를 찾아주었음에도 그가 아내나 다른 사람들에게 욕을 먹는 이유는 당시 아만다를 납치한 이유가 아이가 보다 좋은 환경에서 자라길 원하는 친척들의 공모였기 때문이다. 난생 처음 진짜 집다운 집에서 아이답게 키워지고 있던 아만다는 켄지의 활약으로 말미암아 세상 말종이라고 할 수 있는 생모에게 되돌아 가야 했다. 아이가 생모에게 돌아가는게 맞다고 생각하는 켄지와 아이를 위해서 모른 척 하는게 나았다고 생각하는 켄지의 아내 제나로. 같은 동네에서 자라나 평생 같은 모험을 공유해온 동업자 탐정이었음에도, 딱 한번 그 사건만은 둘의 의견이 달랐고, 실제로 사이도 나빠졌었다. 그 일을 뒤로하고 이제 부부가 되어 가정을 이룬 둘에게 과거를 기억나게 하는 사건이 다시 터진 것이었다. 당당하게 자신은 옳은 일을 한 것이라고 주장하던 켄지는 그가 잊고 살았을뿐, 아만다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곤 경악스럽게도 자신이 손수 데려다 준 생모의 집이 예상처럼 아이가 제대로 자라기엔 적당한 환경이 아니었음에 분노한다. 이번만큼은 제대로 인생을 살도록 되돌려 놔야 겠다고 생각한 켄지는 아만다를 열심히 찾아 다니지만, 쫓아 다니면 다닐 수록 사건이 커지는 것을 직감하게 된다. 그녀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들 그녀가 천재였다고 말하고, 켄지는 이제 그녀가 단순히 실종된 연약한 소녀인지 ,아니면 다른 종류의 괴물이 되어 있는건지 의아하게 된다. 과연 켄지는 과거의 빚을 다 청산할 수 있을까? 아만다에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켄지는 그녀가 12년전의 그 아이가 아니란 생각에 괴롭기만 한데...


< 가라, 아이야 , 가라>의 후속작이었다. 전작을 읽었음에도 내용이 당최 기억나지 않았는데, 그럼에도 책을 읽는데는 지장이 없었다. 켄지와 제나로...두 연인 탐정이 드디어 결혼을 하고 딸을 두었다니 뭐랄까. 내 친척이 그러한듯 흐믓한 기분이었으며,  더군다나 켄지가 제대로 가장 노릇을 하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은 조금은 낯설기만 했다. 언제 철들려나, 철이 들기는 하려나 싶었는데, 그래도 이 양반이 정착을 하더니만 역시나 진짜 배기셨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나 할까. 그렇게 중년의 된 그가 , 이제 더이상은 방황을 해서는 안 되는 그가, 세상에서 가장 잘 하는 일이 탐정 일인 그가, 과거 자신의 실수(?)로 인생이 망가져 버린 아이를 되찾는 미션에 도전하게 된다. 뭐랄까. 이런 정의에 관한 문제는 늘 말썽이란 말이지. 어떤걸 선택해도 후회가 남으니 말이다. 과연 그때 켄지가 행복하게 살고 있는 아만다를 모른척 하는것이 나았을까? 사람들은 그것이 나은 선택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옳은 일을 위해 생모에게 데려다 준다. 그것이 현재의 정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생모라는 여자가 전혀 변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이가 납치되는 상황에 이르도록 한 끔찍한 육아 환경을 바꿀 생각을 전혀 하지 않은 채 살았다는 것이 12년 후에 드러난다면 과연 우리는 , 옳은 일을 했다고 발 쭉 뻗고 잤던 우리는 후회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그런 딜레마가 이 책을 관통하는 주요 관점이었던 것 같다. 추리 소설을 읽으면서 생각을 하게 하고, 주인공 탐정들을 잘 아는 이웃 친척처럼 생각하게 만드는 친근함에 켄지와 제나로 시리즈에서 익숙한 등장인물들이 대거 출연해서 여태까지의 근황을 전해주는 것이 좋았다. 알고보니 이 책이 켄지와 제나로가 출연하는 마지막 시리즈라고 한다. 작가는 아마도 그들에게 정상적인 가족과 평범한 생활을 주고 은퇴를 시킨 모양....이 시리즈를 만든 작가다운 다정함이 아닐까 싶다. 뭐, 가상의 인물들이지만, 켄지와 제나로가 멋진 삶을 영위하기를...비록 가끔 보고 싶기는 하겠지만서도, 그래도 그들이 조용하고 행복한 삶을 누린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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