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라이 스러지다 판타스틱 픽션 그레이 Gray 4
앨라페어 버크 지음, 전행선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유명한 영화 감독의 딸인 앨리스 험프리는 37살이 되어서도 아무것도 해내지 못한 자신이 한심스럽기만 하다. 아빠의 후광이나 명성이 아닌 자신의 힘으로 홀로 서기를 하고 싶지만 돌아오는 것은 그 누구도 그녀 자체를 원하지 않는다는 현실뿐. 그런 그녀에게 기적같은 일이 생기고 만다. 전시회에서 만난 근사한 남성이 그녀에게 일자리를 제안한 것. 드루 켐벨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 남성은 일사천리로 앨리스에게 갤러리 운영을 맡기고 만다. 진짜라고 믿기엔 너무도 비현실적인 일이라고 앨리스 본인도 생각하지만, 단짝의 사기가 아니냐는 의심에는 발끈하고 만다. 그만큼 그 일이 그녀에게 절실했던 탓이고, 의심을 품을만한 사건이 생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직장이 생겼다면서 좋아하던 앨리스는 어느날 갤러리에 들어섰다가 경악하고 만다. 자신에게 일자리를 맡긴 드루 켐벨이 살해된 채 피구덩이 속에서 누워 있었기 때문이다 .충격속에 몸을 못 가누는 그녀에게 형사들은 의혹의 눈초리를 보낸다. 처음엔 쉽게 의혹의 가라앉을 것이라 생각한 앨리스는 자신이 켐벨과 키스하고 있는 사진을 형사들이 내밀자 어안이 벙벙해진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켐벨과 키스하고 있는 사람이 자신이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했기 때문...억울해서 미칠 것 같은 앨리사의 마음과는 달리 그 사진을 증거로 해서 경찰은 그녀가 켐벨을 살해했다고 생각하게 된다. 과연 그녀는 어떻게 이 곤경에서 벗어나게 될까? 켐벨의 뒷조사를 하고 다니던 앨리스는 그의 이름인 켐벨이 아니었으며, 실은 전과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건을 단서를 찾아 다니던 앨리스는 결국 막다른 길에 몰리고 마는데...


기대하지 않고 보게 된 책이었는데, 의외로 탄탄한 구성을 자랑하던 소설이었다. 이 작가분의 아버지가 전설적인 추리 소설이 대가라고 하던데, 딸의 재능이 아버지 못지 않은 모양이었다. 여성이 이렇게 긴박감 넘치게 헛점없는 글을 써냈다는 것에도 호감이 갔고, 여성 작가다운 말랑말랑한 코지 소설류가 아니라, 정통 스릴러라는 것도 마음에 든다. 무엇보다 우연히 만난 남자에게 직장을 알선받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와 연인 사이가 되어 있더라는..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 앞에서 전전긍긍하는 상황들을 잘 묘사했지 싶다. 읽는 내내 나 역시도 궁금했고, 심지어는 주인공이 앨리스마저도 진짜 그렇던가? 라면서 머리를 흔들어 댔을 정도니 말이다. 요즘 아이덴티티 도둑이 무섭다고 하던데, 그 변주를 보는 듯해서 모골이 송연했다. 하여간 남 잘 믿고 사람 좋은 중년의 여자가 난데 없이 밀어닥친 난관을 헤쳐 나가는 과정들이 볼만하다. 그녀가 어떻게 철들어 가는지 지켜 보는 것도 재밌을 듯. 앞으로도 이 작가의 책은 눈여겨 봐야 할 듯...필력이 만만찮아 보이니 말이다. 거기에 검사 출신이라고 하던데, 사회를 보는 시각도 예사롭지 않다. 적어도 사회 실정 모르는 헛소리는 하지 않을듯 싶어서 안도감이 든다고나 할까. 거기에 끝까지 밀어 붙이는 힘도 대단했다. 물론 결론이 약간 애매해지긴 해서 다소 실망스럽긴 했지만서도, 뭐, 이 정도의 흠이야 다른 남성 작가들도 마찬가지니까. 하여간 앞으로 기대해 보겠다. 이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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