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나무
앤 타일러 지음, 공경희 옮김 / 멜론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락스빌이라는 작은 시골 동네에 살고 있는 세 이웃들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다. 파이크씨네 막내 딸인 제니 로즈가 갑작스런 사고로 죽고 만다. 어떤 부모가 여섯살 난 자식이 죽었을때 제 정신이겠는가 만은, 큰 아들인 사이먼을 유난히 예뻐했던 파이크 부인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식음을 전폐하고 침대속으로 피난을 가버린 파이크 부인은 누구의 말도 듣지 않고, 누구에게도 관심을 갖지 않은 좀비 상태가 되고 만다. 그런 아내를 위로하기 위해 파이크씨와 가족들은 최선을 다하지만 파이크 부인의 상태는 나아지지 않는다. 파이크의 장남으로 동생을 잃은 것으로도 모자라 엄마마저 잃은 것과 다름 없게 되어버린 사이먼은 심각한 외로움이 시달리게 되지만, 아무도 그에게 신경을 써주지 않는다. 사이먼의 사촌으로 몇 해 전부터 그들과 함께 살아온 조앤은 눈길이 가는 곳마다 제니 로즈의 추억이 떠올라 괴롭다. 그런 그녀를 더욱 더 괴롭게 하는 것은 결혼할 생각을 도통 하지 않는 애인인 제임스. 옆집에 사는 그는 아픈 동생을 돌보느라 결혼은 생각할 수 없는 처지다. 그런 제임스의 사정을 잘 알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마냥 그를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 늘 아프다고 골골대면서 형 제임스의 보살핌과 관심을 차지 하기 위해 끊임없이 일을 벌이고 다니는 앤슬의 존재는 모두에게 눈에 가싯거리지만, 특히나 조앤은 그를 견딜 수가 없다. 사랑하는 남자의 동생이라는 이유로 앤슬을 참아주던 조앤은 마침내 자신이 제임스를 기다리는 것이 허무하다는 것을 깨닫고는 폭발하고 만다. 그녀는 결국 짐을 싸서 매달리는 사이먼을 뿌리치고 자신의 집으로 향하고 마는데...과연 이들은 어떻게 될까?


앤 타일러의 평소 스타일이 그대로 들어있던 소설. 수작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평작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었다. 평범하게 살아가던 소박한 사람들에게 닥친 끔찍한 비극은 그들의 일상을 뒤흔들어 놓는다. 앞으로는 고사하고, 지금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조차 모르는 사람들은 각자의 고통 안에서 괴로워 할 뿐이다. 그런 사람들을 위로하고 보듬어줄 수 있는 것은 결국 사랑이라는 것, 그것을 말하고 있는 작품이다. 앤 타일러식의 등장인물들--능숙하지 못하고 소외되며 어딘가 조금은 이상해 보이는 사람들--이 출연해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들을 자연스럽게 그리지 않았는데, 소품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스케일이 그다지 크지 않다. 이웃 몇 명들이 왔다 갔다 하면서 나누는 이야기가 전부라고 할만큼. 소소하다. 그나마 이런 등장인물들을 가지고 그래도 읽을만한 작품을 쓸 수 있는 것은 앤 타일러뿐일 듯. 등장인물들이 대충 하는 일이 별로 없어 보이는데도 하여간 이야기는 풀려 나가니 말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소통이 어긋나버린 대화들을 주로 나누다 보니, 해석하는데 좀 시간이 걸리고, 빨리 빨리 이해가 되지 않는 관계로 종래 지루하단 인상을 받게 되는 것은 피할 수 없어 보였다. 그럼에도 이 책을 끝까지 읽게 만드는 힘이라니...간간히 생각지도 못하는 장면에서 감동을 던져 주는데는 역시 ~~ 앤 타일러군 했다. 비유를 하자면, 싸구려 재료들을 가지고 썩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시는 할머니를 보는 듯하다고나 할까. 전혀 기대가 되지 않는 멍한 순간에 한 방을 제대로 날릴 줄 아시던데, 역시나 노련한 작가는 달라도 뭐가 달르지 했다. 그랬던 그녀가 이젠 나이가 드셔서 예전만큼 멋진 작품을 쓰지 못할 것이란 생각은 날 슬프게 한다. <우연한 여행자> 처럼 깜찍한 매력의 책은 아마 다시 내시기 어렵겠지? 그럼에도 그녀의 책이 예전 것이건 새로운 작품이건 간에 이렇게 꾸준히 나오는 것이 반갑기만 하다. 내가 아직은 그녀의 작품을 다 읽은게 아니란 것은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무언가 기대할 것이 남아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니 말이다. 앞으로 나올 그녀의 작품들을 기대해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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