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단지 토스터를 원했을 뿐
루츠 슈마허 지음, 김태정 옮김 / 을유문화사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기계치라고는 할 수 없지만, 거의 그렇다고 할 수 있는 나는 이 책의 제목을 보곤 확 낚이고 말았다. 어~~이거 내 이야기잖아 라면서. 토스터기면 토스터기, 전화기면 전화, 선풍기면 선풍기, 그리고 냉장고면 냉장고...그저 그 이름이 걸맞는 단순한 기능만 있으면 된다고 우직하게 생각하는 나는, 지금처럼 여러 가지 기능들로 무장한 신상품들에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기를 죽이게 하는 것이 한두가지 아니지만서도, 가장 정신이 아득해 지는걸 꼽자면 컴푸터라고나 할까. 지금 이 글도 컴푸터로 쓰고는 있지만, 솔직히 난 이게 어떻게 가능한 일인지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다. 다시 말해 무언가 고장이 나면 속수무책이라는 것. 하여간  이렇게 저렇게 현대인들의 편리를 위해 만들어진 기계들에게 치이다 보니 내 평소 맺힌 한이 많다는 것을 디 책 제목보고 알았다. 제목을 보는 순간 어떤 내용인지가 짐작이 되면서 나와 동지로구만 이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렇게 보자면 저 제목이야말로 천혜의 제목이렷다! 그리하여 기계를 대하면서 맺힌 짜증을 함께 풀어 보자꾸나 하면서 책을 집어 들은 것이었다. 아마도 이 책을 드신 대부분의 독자들은 그러하셨겠지만서도...그리고 바로 책을 집어든 그 순간, 독자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전을 맞이 하게 되는데... 


바로 이 양반의 짜증이 기계의 복잡한 기능보다 더 짜증이 나더라는 것이다. 온갖 기계에 대한 물밀듯이 쏟아져 나오는 불평 불만 짜증이, 밑도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지 뭔가. 것도 도무지 공감이 할 수 없는 것들로 말이다. 이건 공상 과학 영화에 혼자 사시는 양반도 아닌 것 같던데, 분명 나라를 달라도 동시대에 사는 것은 마찬가지일 건 같던데, 어쩌면 그렇게도 그의 손에 들어오는 기계들은 한결같이 말썽들인지...공감이 가기 힘들었다. 오히려 하도 그렇게 오도방정을 떨어대면서 난리 난리를 쳐대니까, 이건 짜증나는 기계들보다 더 짜증이 나는건 몇 초 걸리지도 않더라. 그렇다. 모든 기계들에 대한 불평 불만이 이 책 하나에 대한 것보단 나아 보였단 뜻이다.


차라리 내게 토스터도 되면서 전화도 되고, 메일도 가능하며, 우유도 뽑아주고, 아침에 깨워 주기도 하며, 에스프레소를 자동으로 내려주는 기계를 달라. 내 그게 아무리 복잡하다고 해도 짜증내지 않고 성실하게 이용하려마. 적어도 이 책을 읽는 것보다 그것이 더 낫다. 똑같은 이야기를 변주만 바꾸어서 또하고 또하고 또하는 것 같던데, 그런 의미에서 이 양반 참 대단하다 싶었다. 보통은 그렇게 한바탕 짜증을 내고 나면 신경이 다른 곳으로 쏠리게 마련인데 말이다. 일종의 강박장애가 있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세상의 모든 기계들과 사투를 벌이고 있던데, 이건 정신 감정을 받아봐야 하는 수준이 아닐까 싶었다. 보통의 사람들에겐 절대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으니 말이다. 하여 결국 읽다가 집어 던지고 말았다. 


자, 난 그저, 평범하고 단순한 시절이 그리웠던 것일 뿐이다. 이런 저런 부가 서비스가 달리지 않은, 그저 이름에 맞는 한가지 기능만 붙어 있는 그런 것들을 사용하던 시절 말이다. 저자도 그런 것을 그리워 하면서 쓴 글인줄 알았는데...짜증을 덜려다가 짜증을 옴팍 쓴 기분이다. 오히려 짜증나는 기계를 상대하는 것이 더 낫다. 하니, 제발 부탁건데, 이 작가를 시골로 보내달라. 아니면 아프리카나 전기조차 들어오지 않은 오지로. 그러면 더이상 이런 글을 쓰지 않을테니까. 우리는 자유 국가에 산다지만서도, 이 책 한권으로도 넘친다. 더이상 더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누군가 이 작가에게 친절하게 설명 좀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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