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도 얼어도 비틀거려도
미카엘 엥스트룀 지음, 정지인 옮김 / 낭기열라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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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끔찍한 알콜중독자 아버지 밑에서 호러 무비에 버금가는 생활을 하고 있는 미크는 형 토니의 보살핌 아래 그럭저럭 하루를 살아낸다. 열 일곱의 토니는 어린 동생을 잘 보살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겠지만, 그 역시도 아직은 어린 나이. 결국 생활의 결핍을 이겨내지 못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나쁜 길로 빠져 버린다. 늘 정신줄 놓고 살아가는 아빠, 집에 돌아오지 않는 형, 불안과 외로움 가운데 어떻게 해서든 이 상황을 이겨내 보려 하던 미크는 아동 복지국에서 나온 사람들에 의해 강제로 고모 집에 보내 진다. 몇 년전 장례식장에서 본 고모는 기억에조차 희미한 존재, 하지만 지금 그를 맡을 사람은 그녀밖에 없었다. 머나먼 북쪽 , 외진 곳에 방문 간호사로 살고 있는 고모 레나는 찾아간 미크는 의외로 그 생활이 자신에게 맞는다는걸 알게 된다. 괴짜에 고집스럽기 이를데 없지만 마음 만큼은 넉넉한 쌍둥이 할아버지, 그를 포근하게 안아주는 고모, 욕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학교 선생님. 그리고 미크 포함 학생이라곤 달랑 13명뿐인 학교, 그렇게 외지고 삭막하며 추운 곳에서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나겠어 싶었던 미크는 난생 처음 인간답게 살아간다는 것이 무언인지 체험하게 된다. 미크가 마을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걸 지켜본 고모는 그를 데리고 있고 싶어하나, 결국 그는 돌고 돌아 포스터 가족에게 넘겨지게 된다. 고모와 살 수 없다면 그 가족들이라도 잘 살 생각이었던 미크는 그들이 학대 가족이라는 사실에 경악한다. 학대를 견디다 못한 미크는 죽기 아니면 살기로 탈출하기로 마음 먹는데...


이런 책들이 꾸준히 세계적으로 나오는 것을 보면 아마도 아동 학대는 전세계적인 것인가 보다 싶다. 아직도 왜 연약한 아이들에게 그런 고통을 주는 것이 괜찮다고 생각하는지 알 수 없지만서도, 하여간 이 책에서도 고통 받고 학대 당하는 아이가 나온다. 너무도 비참해서 차마 들여다 보기 힘든 그런 아이가. 그 아이가 다행히도 가정다운 곳에 정착을 하게 되지만 아동 복지국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긴 하지만, 아동의 복지에는 별 신경을 쓰지 않는 공무원들에 의해 또다른 고통의 장으로 떠넘겨 지게 된다는 그런 이야기... 아이가 고통을 당하는 부분부분에서는 분노의 공분으로 읽어 내려 가기 힘들었지만, 미크가 마음을 열고 살아가는 고모 레나의 고장은 너무도 아름다고 인간적이었다. 단지 그 부분때문이라도 이 작품은 가치가 있을 듯 싶을 정도로 , 아름답고 정겨운 마음을 잘 그려내지 않았는가 한다. 읽다 보면 나도 그 마음에 가서 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듣기론 북 유럽 사람들이 굉장히 차겁다고 하던데, 모르겠다. 정말 이 작품에 나오는 마을 사람들처럼 그렇게 인정이 많을까는...정말로 그렇다면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로 정감이 넘치는 곳. 그런 장면들을 그려낸 것만으로도 이 작가의 역량은 인정해 줘야 하지 싶다. 그럭저럭 괜찮은 성장 소설을 읽고 싶다시는 분들에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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