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드 문 - 달이 숨는 시간,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7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내가 과연 이 작가, 마이클 코넬리에게 실망할 날이 오겠는가 라는게 늘 궁금했었는데, 그 의문을 야심차게 풀어줄 책이 되겠다. 그렇다. 그런 날이 오긴 하더라. 작가마다 작품에 따라서 들쭉 날쭉 작품성이 왔다 갔다 하는 거야 어느정도는 이해하지만서도, 이 작가의 세계관에 실망해보긴 이번이 처음이다. 아, 물론 이 책의 저자 마이클 코넬리에 한정해서...작가에게 실망한 적이야 뭐, 지금껏 넘치다 못해서 기억을 못할 정도고. 오히려 실망을 하지 않은 작가를 꼽으라면 그것이 더 간편할 것이다. 열 손가락으로 충분한 것 같으니 말이다. 그렇게 작가에게 실망을 하지 않기란 지극히 어렵다는 경험칙에도 불구하고, 난 믿었던 것이었다. 마이클 코넬리만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적어도 윤리적인 면에서는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도 내가 잘못 생각한 모양이다. 이래서 인생을 살아봐야 안다고 말하는 것이겠지. 표지에 <크라임 스리러의 마스터 마이클 코넬리, 그의 세계관을 완성시키는 마지막 주인공, 캐시 블랙의 첫 등장>이라고 화려하게 묘사를 하고 있지만서도, 난 정말로 마이클 코넬리가 이런 책을 쓰실 줄은 몰랐다. 뭐, 여타의 다른 책에서도 희미하게나마 범죄자를 옹호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기는 했지만서도, 그게 어느정도는 인정할 만한 구석이 있었건만, 이번건 좀 도를 넘었지 싶다. 이 책의 주인공 캐시 블랙이 마이클 코넬리가 쓴 책들 중에서 유일한 여자 주인공이라고 하는데 절도범이라는 점에서도 실망이었고, 그녀가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 범죄를 저지르다 결국 다른 선량한 사람들을 죽어나가게 한다는 점에서는 아연실색이었다. 아니, 어쩌다가... 주인공이 정의롭지도 않은 것도 모라자서 민폐형 범죄자여야 한단 말이냐, 라면서 작가에게 분통을 터졌다. 더군다나 여자주인공인데! 이럴때보면 꼬장꼬장한 내 성격이 독자일때도 그대로 드러나는 듯해서 웃긴다. 그냥 책은 책일뿐 하면서 재밌게 읽은 것으로 만족해도 될 것 같은데 말이다.


내용은 이렇다. 애인 맥스과 함께 신출귀몰한 절도 솜씨로 라스베가스 일대를 주름잡고 있던 캐시 블랙은 6년 전 큰 건을 하다 맥스는 죽고, 그녀는 감옥에 갇히는 대 참사를 겪게 된다. 가석방으로 일찍 감옥에서 나온 그녀는 LA에서 착실한 카 딜러로써의 삶을 새로 시작하지만, 사실 그녀가 LA에 정착하게 된 데는 이유가 따로 있었다. 그녀와 맥스 사이에서 생긴 아이가 입양이 되어서 그 지역에 살고 있었던 것이다. 멀리서나마  딸을 바라보는 것으로 삶의 이유를 찾고 있던 그녀는 딸의 가족이 멀리 이사를 가버린다는 말에 정신이 나가고 만다. 딸과 함께 살고 싶었던 캐시는 꼼꼼하게 계획을 세우고, 그를 위해 오래전에 접었던 일을 다시 시작하기로 한다. 큰 아주버님인 레오의 중재에 힘입어 다시 절도의 세계로 들어선 캐시는 자신이 훔쳐온 돈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에 놀라고 만다. 하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 돈의 행방을 쫓아 무지막지한 해결사가 뒤따라 오고 있다는 것. 자신의 완전무결한 솜씨에 흔적을 남겼을 리 없다고 생각하던 캐시는 그 생각이 잘못된 것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모성애와 달 사이로 별 자리가 사라진다는 보이드 문, 즉 액운이 끼는 시간이라는 미신. 그리고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비밀처럼 엮여져 있던 소설이었다. 일단 흥미롭게는 읽힌다. 더군다나 이 양반, 절도를 이렇게 생생하게 생중계를 하시는지 놀라고 말았다. 어디서 이런 소재를 취재하셨는지는 몰라도, 절도에 관한한 치밀하게 사전 조사를 해서 이야기속에 집어넣으신 듯 했다. 그 덕분에 이 작가가 얼마나 이야기를 맛깔나게 하는지, 이야기를 그럴듯하게 보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본능적으로 아시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뭐, 단숨에 읽히기에는 모자람이 없긴 했지만, 문제는 내용이다. 절도범들의 사랑에, 그들의 자식 사랑, 그리고 그 덕분에 넘쳐나는 시체들...뭔가 어딘지 궁여지책처럼 보였다고 할까? 절도범들에게도 인간애가 있고, 자기 자식은 사랑한다는 것도 물론 있을 수 있겠으나, 그렇게 양심적인 사람들이라면 왜 평범하게 아이를 키울 생각을 못한 것인지, 그리고 결국 그렇게 자식에 대한 사랑이 출중해주신 덕분에 여러 사람 죽어 나가게 한다는 설정은 아무리 봐도 영 석연찮았다. 그러니까 자신의 욕망과 어리석음으로 많은 사람을 죽게하고 돈을 훔치는 이 주인공이 별로 아름답지 못하더란 말이다. 연민은 커녕 동조도 하고 싶지 않았다. 주인공에게 동조할 수 없는 , 주인공의 행동에 반발을 하게 만드는 추리 소설은 뭐, 더이상 이야기할 건덕지가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성공 여부를 떠나서 말이다. 그렇게 자신만 생각하는 주인공을 그래도 도와주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다 죽어 나가는 마당에 그녀만 살아남더라는 것도 영 별로였다. 원래 자기가 만든 쓰레기는 자신이 치워야 하는 법이라고 나는 단호하게 생각하는 편이라서 말이다. 왜 그녀가 만든 쓰레기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대신 곤욕을 치르고 그녀는 무사해도 괜찮다는 것인지 이해되지 않았다.


하여간 영웅적이지도 인간적이지도 않은, 그저 모성애만 딥다 강해서 다른건 상관없다는 주인공을 만나서 기분이 상해버린 그런 책이 되겠다. 그래, 어린 아이를 키워보고 싶다는 엄마의 마음 가상하지. 하지만 연약한 아이가 아닌 어른이라 해도 생명권은 존중받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아이보다 어른들의 생명이 값어치 없다고 생각하는 말도 안되는 계산은 아무리 추리 소설속의 가상의 이야기라고 해도 맘이 들지 않았다. 마이클 코넬리가 자신이 생명을 부여한 주인공들을 한번만 쓰고 버리는 일은 대개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책의 여주인공인 캐시가 다른 책속에서 다시 주인공으로 등장한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이는데...부디 바라건데, 그건 말아 주셨음 싶다. 절도가 유일한 재능인 이 주인공은 아무리 살펴봐도 ,그리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품어보려 해도 별 매력이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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