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함께한 마지막 북클럽
윌 슈발브 지음, 전행선 옮김 / 21세기북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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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은 정말 재밌게 읽었다. 간만에 읽을만한 서평 내진 책에 관한 이야기구나 싶은 느낌이 팍팍 들면서 쾌재를 불렀더랬다. 저자도 책에 관한한 문외한이 아니었고, 저자의 엄마 역시 세상을 올곧게 70평생 사신 분답게 지혜와 혜안이 넘치시는 분이시란 느낌에 절로 기대가 증폭되었었다.  그래,  이 작가를 통해 괜찮은 책 몇 권 건져보자, 싶었던 것인데... 초반을 얼마 넘기지 못하고 결국 책을 던지고 말았다. 작가의 엄마에 대한 자랑이 하도 지나치다 보니 정말로 더 이상은 읽고 싶지 않아져버린 것이다. 아니, 읽을 수 없었다고 해야 맞으려나?


팔불출이라고, 부모가 자식 자랑이 늘어지면 사람들은 듣기 싫은 마음에 그런 소리를 한다. 그런데 부모만 팔불출이 있는게 아니더라. 자식에게도 그런 경우가 있더라. 이 작가처럼 말이다. 어찌나 엄마 자랑이 늘어주시던지... 부모가 자식 자랑을 하건 자식이 부모 자랑을 하건, 듣기 지겨운건 마찬가지라는걸 이 작가를 통해 알았다. 그리고 엉뚱하게도 북한 김일성과 김정일 부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어쩜 그들은 그다지 특이하고 기이한 사람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 어쩜 지극히 단순한 사람들이기에 자신들의 업적을 그리도 전국민이 찬양하도록 한 것이라는 것 말이다. 다시 말해 북한 사람들이 " 친애하시고 ~~~~~~~~~~~(생각나지 않아서 중략, 대충 아는 단어 끼워 넣어서 메워 주시길.) 위대한 김일성 동지!" 라면서 울고 불고 하도록 김일성 부자가 만든 것은 어쩜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만큼 자기 핏줄의 업적에 대한 자랑스러움과 자부심은 이성을 초월한다는 것. 이 작가를 보니 말이다.


왜냐면, 분명 김일성 부자보다 그다지 크지 않은 업적임에도( 물론 객관적인 면에서, 전혀 절대적인 기준 아님.) 어찌나 아들이 자랑을 해대던지 말이다. 김일성 부자의 선전과 크게 다르지 않더라.  작가의 책 소개에 좀 솔깃하려다 보면 어느새 늘어지고 있는 엄마 자랑, 그녀가 얼마나 영리하고 지혜로웠으며, 애정이 넘치고, 봉사 활동에 평생을 보낸대다, 어려운 학생들에겐 장학금도 하사하시는등 살아오시는 내내 존경받은 만한 일만 하셨다는 그런 말씀.... 처음엔 와~~~ 정말 좋은 분이셨네! 하다가 '에잇!' 하며 때려 치고 말았다. 치와라마~~ 라는 말과 함께. 이건 장례식장에서 고인을 추모하면서 들여야 하는 말이지, 책을 통해 구구절절 들여야 할 말은 아니였다. 장례식장 안에서만 울려 펴지고, 거길 떠나면 잊어 버려야 하는 그런 말 말이다. 왜냐면 삶이란 그런 것이니까.


글을 잘 쓴다고 좋은 작가가 되는건 아니다. 그리고 좋은 환경을 가졌다고 해서 좋은 작가가 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이 작가를 보면 말이다. 무엇이 좋은 책을 쓰게 만드는 것일까? 그건 잘 모르겠다. 그저 읽어보면 감이 오는 것이라고 말할 수 밖엔 없는데, 도중에 읽다가 집어 치우게 만드는 책이라면 적어도 괜찮은 책이라고는 못할 것이다. 글쎄, 내가 이 작가의 엄마처럼 대단히 훌륭하고 위대한 엄마를 두지 못해서인가, 읽는데 짜증이 밀물처럼 밀려 오더라. 이 끊임없는 엄마 타령... 암으로 돌아가신 엄마를 그리워 하는것 좋다. 하지만 엄마에 대한 자랑질로 도배를 하는건 또 다른 말이지. 작가의 자식들에게는 할머니가 어떤 분이셨다는 알려주는 기록장이 될 수도 있을지 모르겠으나, 난 그의 자식이 아니다. 엄마에 대한 자랑질이 지나치다 못해 책을 던지게 만들던 작가... 이 사람이 앞으로 어떤 책을 쓰건 간에 나는 뒤돌아 보지 않기로 했다. 엄마에 대해 이정도로 필터링이 되지 않는 사람이라면, 다른 작품이 볼만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뻔할 것 같아서 말이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다루지 못하는 작가는, 독자에게 자신이 보여주고 있는게 무엇인지 직관적으로 감이 오지 않는 사람은 작가로써 한계가 있다는게 내 생각이다. 하여간 오랜만에 기대 잔뜩하고 봤다가 기분만 상한 책이 되겠다. 그러니 우리, 남한 사람들이여. 김일성 부자를 용서하자. 보통 사람들이 이러할진대, 한 나라의 절대적인 권력자들인 그들로써는 그렇게 자신을 칭송하지 않기가 무척 어려웠을게 당연해 보이니 말이다. 정말로 인간적으로 이해가 된다. 물론 그들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고 해서, 그것이 보기 좋은가 묻는다면 그건 아니지만서도. 토할뻔했다. 봐주기 역겨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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