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결심하지만 뇌는 비웃는다
데이비드 디살보 지음, 이은진 옮김 / 모멘텀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내 인생이 이따위로 풀려 나간 것에 대해 한없이 실망하고 있을 때 읽게 된 책. 뇌에게 모든 잘못을 전가할 수 있다는 것에 호쾌한 웃음을 지을 수 있던 책이 되겠다. 알고보니 내 인생에 이렇게 망조가 든 것은 다 뇌때문이더라...한마디로 요즘 유행어로 말하자면 뇌가 잘못한 것인 것! 물론 나는 잘 하려 노력을 했지만서도 말이다. 무슨 내용일까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목차만 읽어 드린다면 <뇌는 발전적일 것이라는 착각><뇌는 치밀할 것이라는 오해><뇌는 성실할 것이라는 기대><뇌는 주도적일 것이라는 믿음><뇌는 스마트할 것이라는 환상>이다. 그러니까, 나는 발전적이고 치밀하며 성실하고, 주도적이며 스마트 하게 살고 싶어하지만 그렇지 못한 이유는 바로 다 뇌때문이라는 것이다. 왜냐면 우리의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믿음과는 달리 뇌는 발전적이지도 치밀하지몬 성실하지도 주도적이지도 스마트하지도 않는다고 하니 말이다.


대신 뇌는 게으르고 멍청하며 반성할 줄 모르며, 집중해야 할 순간에 딴짓을 하고, 고민해야 할때에 무시를 하며, 내가 무엇을 지시하건 무시하기 일쑤라는 것이다. 핑계를 대는 것도, 중독에 쉽게 빠지는 것도, 당당하고 싶을때 소심해 지는 것도, 만족해야 할때 만족할 줄 모르는 것도,노력해야 할때 삽질을 하는 것도 다 뇌라고 하니...아니, 이런 뇌를 머리에 달고 살면서 그래도 용케 아직까지 거지로 살고 있지 않지 싶다. 그런점에서 뇌에 지지않고 살아가는 오늘의 나에게 박수를 쳐줘야 하는 것인가 싶기도 한데, 어쩜 그건 나의 뇌가 현재의 순간을 진지하게 직시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회로를 작동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하여간 뇌가 이렇게 못된 놈이었어? 믿을 놈이 하나도 없군~~~! 이란 생각을 하게 해준 책으로써, 왜 내가 항상 말만 하고 행동은 하지 않는지에 대한 설득력있는 논거를 얻게 된 것이 좋았다. 저자의 설명대로라면 바로 이런 뇌의 특성 때문에, 우리가 아무리 개발서를 읽고 무언가 잘 해 보려 노력을 해도 소용이 없다고 하던데, 뭐, 반박을 하고 싶어도 내 경험상 딱히 틀린 말을 하고 있지 않아 보이니 말이다. 그래, 늘 결심만 하느라 인생의 절반을 다 보내시는 분들에겐 무척 유용한 책이 되실 것이다. 뇌는 막강할 것이란 환상에 사로잡혀 있던 분들에겐 특히 다소 충격적인 소식일지도...적어도 나는 처음엔 그랬으니 말이다. 뇌가 이렇게 헛점 투성이에 하는 일 없는 놈이었어 라면서 흥분하면서 읽어갔는데, 중반 정도 되니까 적응이 되서 인지 별로 흥분하지 않게 되더라. 그런면에서 그 어떤 것을 결심해도 달라지지 않으니 결심하지 말라는 이 책의 주문 역시 소용이 없는게 아닐까 싶다. 인생을 보다 풍요롭게 살기 위해 개발서는 필요없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 책 역시 읽고 난 즉시 결심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잊어버릴 가능성이 농후하니 말이다.


그러니, 책 제목을 결코 가볍게 보지 말 지어다. 우리가 그 무엇을 결심하건 간에, 우리의 멍청하고 게으르며 안하무인인 뇌는 중얼거릴 테니 말이다. 난 너의 주인이로다...너는 나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할 지어니, 우하하하하....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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