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블로이드 전쟁 - 황색 언론을 탄생시킨 세기의 살인 사건
폴 콜린스 지음, 홍한별 옮김 / 양철북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내가 좋아하고 존경해 마지 않은 폴 콜린스의 신작. 그가 어떤 책을 출간하시건 간에, 나오는 책은 나오는 족족 읽으리라 오래전에 결심했기 때문에 읽기로 결정하는데 단 1초도 걸리지 않았던 책이 되겠다. 다시 말해 나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읽겠다고 생각했다는 뜻이다.  안에 담긴 내용은 상관없이 그저 작가의 이름만으로 말이다. 그런데 알고보니 내용이 좀 의아하긴 했다. 신문사 간에 타블로이드 전쟁을 읽으키게 한 결정적인 사건을 조명한 것이라니... 아니, 이렇게 문장을 쓰고 보니 어쩜 의아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가 지금까지 써 왔던 책들을 주로 살펴보면, 과거의 흥미로운 사건을, 잊혀진 사건들을 새롭게 조명한 것들이 많았으니 말이다. 비유해보자면  <신비한 책 서프라이즈>라고 나 할까. 물론 단순히 호기심꺼리만을 조망하는 것이 아닌 무언가 생각해볼 거리까지 찾는다는 점에서 tv에서 보여주는 것과는 격이 다르지만서도. 하여간 이 작가가 주로 하는 일이 과거를 탐구하는 일이라는 점만은 틀림없는 듯하다. 빌 브라이슨이 여행작가라고 하면 이 작가는 과거를 여행하는 작가라고나 할까.


이 작가의 책을 읽다보면 늘 가장 먼저 느끼는 것은 글을 잘 쓰는 것인 정말 어려운 것인가보다 싶다는 것이다. 왜냐고? 왜냐면 이 작가처럼 글을 잘 쓰는 사람을 별로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많은 책을 읽고, 날마다 이런 저런 기사를 읽고, 또 칼럼을 읽지만서도, 이 작가처럼 쉽게 쉽게 일목 요연하게 글을 쓰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내가 그가 어떤 내용에 관해 글을 쓰건간에 그의 책이라면 당장에 달려들어 읽는 이유다. 읽기가 쉽고 편하니 말이다. 읽기가 쉽다고 해서 그렇게 쓰는 것이 쉬울거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정말로 이 작가처럼 쓰는 작가는 별로 보지 못했으니 말이다. 이 사람이 별 것 아닌 것처럼 쓰는 것이 실은 굉장한 달인급의 글쓰기라는 것을 사람들이 알랑가 모르겠다. 이 작가가 지금 포클랜드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고 있다고 하는데, 그 학생들은 운이 좋지 싶다. 어떻게 해야 읽기 좋은 글을 쓰는지 확실하게 배울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물론 배우는 것과 실제로 활용하는 것은 별개의 것이지만서도... 이렇게 달인에게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영광이지 싶은 것은 나만의 생각인 것일까? 하여간 어떤 내용을 쓰시건 간에 늘 글 잘 쓴다는 것이 기억에 남는 작가, 폴 콜린스, 그가 이번에 파헤친 과거는 어떤 것일까?


아직 미국에  CSI란 기관이 생겨 나기 전, 지문이 수사에 유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 웃음거리로 치부되고, 인간의 혈액인지조차 감별해 내기 어렵던 19세기 말 뉴욕, 더운 나머지 정신을 잃을 정도로 혼미하던 여름 어느날  곳곳에서 토막난 시체가 발견된다. 처음엔 의대생들의 장난으로 여겨져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사람들은 곧 이것이 살인 사건임을 알아보곤 경악한다. 시체의 훼손에 끔찍스러워 하던 사람들은 머리가 발견되지 않자 의문에 휩싸이기 시작한다. 누가 과연 이런 짓을 저지른 것일까? 그리고 살해된 것도 모자가 토막나서 강 곳곳에 버려진 이 자는 누구인가? 곧 자신의 주변에 누군가가 없어졌다면서 찾아온 사람들이 검시소에 성황을 이루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시체의 주인은 곧바로 찾아지지 않는다. 신문 부수를 늘리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던 당시 신문사들은 회사의 운을 걸고 사건을 취재하라는 사주의 엄명에 길거리를 누비고 다니기 시작한다. 경찰들보다 더 기민하게 그리고 거칠것 없이 거리를 누비고 다니던 기자들은 술집에서 떠도는 이야기를 수집하기 시작한다. 그런 이야기들중에서 드디어 시체의 주인공을 찾기에 이르고, 결국 토막사건의 범인을 잡기에 이른다. 하지만 범인들을 잡은 것은 이 소동의 시작에 불과했으니... 희대의 경악할만한 범죄가 일어나자 젊은 백만장자 허스트가 주도하는 <뉴욕 저널>과 늙은 플리처가 이끌던 <뉴욕 월드>는 부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사건을 집중 조명하기 시작한다. 과도한 경쟁이 늘 그러하듯, 그들의 경쟁은 언뜻 본질을 벗어나고, 사건을 이상한 방향으로 이끌기도 하는데... 황색전쟁의 시초라고 불리는 그들의 전쟁은 과연 어떻게 전개되었으며, 어떻게 끝이 났을까? 그리고 그 사건을 통해 우리가 생각해봐야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아~~~ 역시나 살인사건만큼 인간의 흥미를 끄는 것은 과거나 지금이나 없었구나 라는걸 알게 해준 책이다. 그리고 인간은 늘 잔인했었다는 것도... 과거의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소박하고 인간적이었다고 과연 누가 말을 하리요. 그들도 우리들만큼이나 다를바 없는 사람들이었다는것이 과거의 신문을 통해 번연히 드러나는게 말이다. 어쩌면 시대가 변해도 인간만큼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인 것일지도...과거의 한 사건을 조명해서 그 시대를 투명하게 들여다 본다는 점이 이 책의 장점. 재밌다. 흥미롭기도 하다. 읽는데 전혀 고통이 없을만큼 흥미진진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라는 점이 이 책의 단점이라면 단점이려나? 그 정도도 보장못하는 것이 보통의 책임을 감안하면 그것도 대단한 것인데 말이다. 이렇게 복잡하고 갈래 갈래 정신사나운 이야기를 전혀 혼란스럽지 않게 이해하기 쉽게 써내려 간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것이니 말이다. 내가 폴 콜린스에게 감탄한 부분도 바로 그 부분이고 말이다. 어쩜 이 양반은 그렇게 방대한 자료들을 가지고 이렇게 깔끔한 보고서를 만들어 내냔 말이다. 부럽고 존경스러울 뿐이다. 그리고 어쩜 바로 그 부분에서 이 작가에게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글을 잘 쓰는 양반이니, 다른 굉장한 소재를 준다면 얼마나 잘 쓸까 라는 마음이 들어서 말이다. 눈이 확하고 튀어 나올 정도로 굉장한 책이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데, 적어도 이 책이 그럴만큼 대단한 소재는 아니었지 않았는가 한다. 그저 바라건대, 이 책이 그의 걸작을 향한 길에 맛보게 된 애피타이저이기를...하지만 그가 어떤 소재로 글을 써내건 간에 그를 향한 내 애정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것을 다짐하면서, 빨리 그의 다음 작이 나와주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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