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처음 호빗을 영화화 한다는 말에 글쎄..과연 그게 책만큼 재밌을까? 라는게 나의 반응이었다. 충분히 상상력만으로도 재밌는 줄거리를 영화적인 시각으로 구현해 낸다는 것이 아무래도 회의스러웠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머리속에서 즐겁게 상상했던 것보다 더 재미없을 가능성이 많지 않을까 싶었다. 상상력으로 충분히 재밌는 이야기를 실제로 눈 앞에 그려내는 것이 오히려 상상력을 죽일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는데, 이번만큼은 그 우려가 전혀 기우가 아니여서, 초반 빌보 배긴스가 나오는 장면부터 왠지 거리감이 느껴졌다. 내가 상상하던 호빗과는 거리가 멀어서 말이다. 반지의 제왕에서 익히 봤듯,  인간이 호빗족으로 출연했을 시, 상상력과는 차이가 있을 거라는 것은 어쩜 당연한 일이었다. 푹신한 토끼발을 한, 통통하며 게으르고 느긋하며 귀여운 동화속에서나 튀어 나올듯한 호빗족을 그대로 재현해낼만한 인간은 없으니 말이다. 아무리 영화 CG가 발전을 했다고 해도, 인간 자체라는 한계를 벗어날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해서 어느정도는 예상을 했지만 일단 호빗으로 나오는 빌보에서부터 그다지 썩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사실이었다. 실망스런 마음을 애써 모른 척 하고 , 전개되는 이야기들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가 보니, 그때부터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감독이 어떤 생각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는가 하는 것이...몇 부작으로 만들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비교적 원작에 충실하게 따라가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였다. 왜냐면 읽은 지 오래된 호빗의 줄거리가 영화를 보면서 서서히 생각이 났으니 말이다. 그것을 깨닫게 된 바로 그 시점에서부터 조금씩 영화에 호감이 가게 됐다. 엉터리로 만들려는게 아니라, 충실히 원작을 재현해 내려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 눈에 들어왔다고나 할까.  그래서 영화가 재밌냐고? 아마도 1편만 본 분들은 지루하다고 느끼실지도 모르겠다 .특히나 원작을 읽어 보시지 않는 분들에겐... 호빗족인 빌보가 어떻게 간달프에게 얽혀 모험에 나서게 됐는지,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할 것 같던 그가 13명의 난쟁이 족 전사들에게 어떤 도움을 주고, 우정을 쌓아가게 되는지, 그리고 반지의 제왕의 모태가 된 절대 반지를 어떻게 손에 넣게 되었는지 하는 과정들이 한없이 지루하게 전개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책을 읽어본 사람으로써, 감독의 이런 꼼꼼한 전개가 앞으로 후반부를 재밌게 끌로 나가기 위한 토대가 아니었을까 싶었다. 한마디로 공들여서 책의 내용을 재현해보겠다는 감독의 의지가 느껴졌다. 절대 조급해하지 말고 지켜 보라는 의미를 담아서 말이다. 하여간 기대를 워낙 하지 않아서 그런가 기대보단 나았다는 느낌이지만, 확실히 원작보단 덜 재밌다. 최종 완성작이 나오면 아마도 이 평이 달라질지도 모르겠지만서도, 그럼에도 이런 대작을 만들겠다고, 그렇게 유명한 책을 영상화 시켜 보겠다고 나섰다는 자체가 대단하다. 쉽지 않은 여정이었을 것 같으니 말이다. 감독과 배우들의 험난할 여정에 응원의 박수를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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