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생존자들
리처드 포티 지음, 이한음 옮김 / 까치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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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읽은 <가장 오래 살아남은 것들을 향한 탐험>을 너무 재밌게 읽은 결과, 지구에 오래도록 살아남은 생명체들에 대한 관심이 급상승하여 읽게 된 책이다. 제목도 지극히 고지식하게< 위대한 생존자들>. 정말로 위대하다고밖에는 말할 수 없을만큼 오랜 세월동안 지구상에 살아남은 생존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주고 있는 책이니, 제목 그대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처음엔 <가장...>을 읽은 다음이라, 더 재밌는 이야기가 가능하겠어? 내진 새로운 이야기가 있을까? 라는 노파심으로 뒤적였는데, 몇 페이지를 읽은 다음에 금세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말하자면 <가장 오래 살아남은...>이 사진만으로도 별 다섯개를 줘야 하는 수작이라면 이 책은 사진은 별볼일이 없었지만서도, 내용적인 면에서는 <가장...>이 범접하지 못할 만큼의 정보를 담은 수작이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가장...>은 비주얼적인 면에서 압권이었다면, 이 책은 내용적인 면에서 압권이었다. 한마디로 소프트웨어가 충실했다는 말씀. 그렇다보니< 가장 ...>역시 내용적인 면에서 보자면 여타의 책에 비해 부실하다고 할만한 퀄리티가  전혀 아님에도, 이 책에  비하면 초등학생용  축약본 정도라고 생각되어질 정도였다. 그만큼 이 책의 저자인 리처드 포티가 다른건 몰라도 화석이나 고생물, 그리고 지구상의 다양한 생물체에 관한한 할말이 많으신 모양이었다. 어찌나 말이 많던지, 막힘없이 술술 흘러 나오는 그의 말을 과연 누가 제지할 수 있을까 싶더라. 거기에 어쩌면 그리도 말도 요령있게, 재치있게 잘 하시던지, 입담으로써는 가히 생물학계의 빌 브라이슨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재밌는 것은 그 빌 브라이슨이 이 책의 저자에 대해 칭찬을 늘어놓는 문구가 표제에 실려있다는 점이었다. 아마도 고수들끼리는 서로를 알아보는 법인가보다. 하여간 이 쯤에서 저자와 책에 대한 칭찬은 그만 늘어놓기로 하고... 

 

내용을 살펴보면 인간의 두뇌로는 파악이 안 되는 까마득한 세월동안 지구상에 머물렀던 생명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책이다. 무엇 무엇이 있냐고? 여기에 등장하는 동식물들의 이름을 대충 거명해 보면 이렇다. 투구게, 발톱 벌레, 해파리, 악어, 호산성 호열성 세균 ( 극한의 산성과 열속에서도 살아남는 세균을 말함.) , 큰 개맛, 안경 원숭이, 앵무 조개, 폐어, 칠성 장어, 여우 원숭이, 오리 너구리, 가시 두더지, 사향소, 들소등... 이름만 들었을때는 주변에 널려있는 그렇고 그런 생명체인줄로만 알았는데, 저자의 말을 들어보니 이건 다들 하나같이 신기하고 방통하기 짝이 없는 것들이더라. 거기에 이 책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 점은 저자가  단지 이들의 이름을 거명만 하고 있는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는 그들이 살고 있는 세계 곳곳을 몸소 뒤적여 다니면서, 일일히 찾아보고 만나보면서 그것들이 왜 특별한지 지극히 전문가적인 시선으로  감흥을 전해주고 있었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라고, 우리 눈에는 평범하기 짝이 없는 동물들도 그의 눈에 잡히면 어쩜 그리도 특별난 이야기가 담긴 것으로 탈바꿈되던지... 마치 새로운 세상을 발견한 듯, 내진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는 듯한 그런 기분이었다. 평면적이던 세상이 입체적으로 보였다고나 할까? 지구가 생겨난 이래, 수많은 다양한 종들이 생겨나고 사라지고, 어떤 종들은 끈질기게 그 생명을 이어나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어떤 점이 멸종에서 벗어나 생명을 이어나가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멸종이냐 아니냐를 결정하는 것의 90%는 그저 운에 달린 것이라 하니 말이다. 특별나게 끈질긴 생존 전략이 있어 그렇게 된 것인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던 것이다. 재밌지 않나. 우리가 지금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도,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생명체들의 대부분도 그저 운이 좋아서 그렇게 된 것이라는 사실이 말이다. 하여간 지금이야 인간이 이 지구상에서 가장 호령을 하고 살아가는 종족이지만서도, 이것마저 영원한 것이 아니라는 자각은 나로 하여금 숙연하게 했다. 이 지구상에는 인간이 오기전에도 각각의 시대에 지구를 호령하던 다른 존재들이 있었던데다, 인간이 차지하는 시간 역시 지극히 초라할만큼 짧은 시간이었을뿐이니 말이다. 가장 많이 알려진, 그리고 마지막으로 멸종된 동물들이 공룡이라고 하니, 우리가 그 다음을 이어갈 차세대 멸종 주자라고 한들 놀랍지 않았다는 것이다. 왜? 어떤 종이건 간에, 이 지구를 영원히 지배하지 못했다는 것이 화석상으로 증명되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세균을 경우를 보면 인간이 사라진 다음에도 지구상에 남아있을 가능성이 99%라고 하지만서도, 세균이 지구를 지배한다고 말하는건 좀 어색하니 말이다. 인간이 만약 멸종된다면, 그 후에 인간이란 종족이 과거에 살았다는 것에 흥미를 느낄 새로운 생명체가--인간만큼의 지능을 가진-- 과연 이 지구상에 나타나게 되려나? 갑자기 그것이 궁금해진다. 과연 그들은 우리의 멸종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려나?

 

 

각각의 생명체들에 대한 놀라운 이야기를 듣고 싶다시는 분들은 책을 꼭 읽어 보시길...지구상의 놀라운 생명체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터이니 말이다. 그들이 멸종이 되어 잊혀졌건, 아니면 명맥을 이어가면서 과거의 흔적을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건 간에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하나 하나가 다 재밌었다. 자세한 내용은 직접 책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시는 것이 더 나을 것이란 의미에서 더이상의 언급은 안 하기로 하겠다. 하여간 이런 책을 읽을때마다 시간의 장구함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지구의 역사를 따져보면 우리는 얼마나 작은, 미소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인지 라는 것에 대해... 그리고 우리가 너무도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이 지구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얼마나 작은가 하는 것에 대해... 그럼에도 우리들이 이 지구를 얼마나 학대하고 이용하고 있는가 라는 것에 생각이 미치면 솔직히 겁이 난다. 이 지구는 우리들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 늦게 알아차리면 어쩌나 싶어서 말이다. 재밌고 흥미진진한 책이다. 다양한 생명체에 대한 새로운 정보들을 얻기 위해서도 읽을만하지만, 저자의 색다른 여행기처럼 읽혀진다는 점에서도 그렇지 않았는가 한다.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넘치는 열정, 그리고 점잖은 유머 덕분에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는 정보들이 맛깔난 요리가 되어 눈앞에 제시되는 것도 이 책만의 장점. 흥미진진하고 지적인 여행을 하고 싶다시는 분들에게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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