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트 키즈 - 패티 스미스와 로버트 메이플소프 젊은 날의 자화상
패티 스미스 지음, 박소울 옮김 / 아트북스 / 2012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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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려서 보게 된 책이다. Just Kids 그냥 아이들이었지, 라는 뉘앙스로 제목을 해석한 나는 이젠 제법 나이가 든 저자가 젊은 시절 자신의 치기어린 모습을 보여주려나 보다 했다. 틀린 말이 아니질 않는가. 어른이 되었다고 좋아하는 20대가 실은 얼마나 어렸는지 나중에 생각해보면 부끄러워지 일쑤니 말이다. 나의 20대 역시 다르지 않았기에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다. 해서 제목의 공감때문에 보게 된 책, 읽으면서 안타까웠던 것은 내가 음악에는 문외한이라서, 저자인 패티 스미스란 사람을  전혀 모른다는 점이었다. 그나마 그녀의 이름은 어디선가 들어본 기억이라도 났지만서도, 이 책에서 Just Kids 의 다른 축을 담당하는 로버트 메이플소프란 사람은 난생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하니, 패티 스미스란 현대 여성 락커의 지존이라는 분이 자신의 젊은 시절의 소울메이트인 로버트를 회상하는 이 책이 내겐 애시당초 그다지 감동을 받을만한 구석이 없었다. 아무래도 잘 아는 사람들이라거나, 관심이 가는 사람이었다거나 , 더 나아가 팬이었다면 이 책의 한 문장 한 문장이 분명 소중하게 느껴졌을테니 말이다. 아무런 정보 없이 그저 제목이 괜찮단 이유로 책을 읽게 되면 또 이런 함정이 있다. 하여간 아는 만큼 보이기 마련이라서, 알지 못하면 뻔히 보면서도 자신이 무엇을 보는지 모를 수 있다는 것은 옳은 말이다. 그러니 이 책에 대한 리뷰는 내가 마치 장님이 코끼리 만지는 수준 내지는, 별 감흥없이 문장에 대한 독해만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봐주셨음 한다. 그저 책 자체만으로 평가한 것이지, 팬으로써의 사심이 조금도 들어있지 않다는 뜻이다. 그도 그럴수밖에 없는 것이, 무엇을 하시는 분들인지도 몰랐고, 한번도 그들의 팬인적이 없었을 뿐더라, 이 책을 읽고난 후에도 그들의 팬이고 싶은 생각이 없는 사람이 쓴 리뷰이니 말이다.

 

이 책은 미국의 60년대와 70년대에 젊은 시절을 보냈던 두 사람이 어떻게 혼란과 좌절을 이겨내고 문화의 아이콘으로 성장할 수 있었는가를 보여주고 있던 자서전이다. 패티 스미스의 음성으로 기록된 이 자화상은 또한 한 남자에 대한 사랑의 찬가이자 애도이기도 하다. 패티의 소울메이트였던 로버트가 89년에 에이즈로 사망했기 때문이다. 이성애자 여자와 게이 남자의 조합이라...언뜻 접합점이 없어 보이는 두 사람이 만나게 된 계기는 이렇다. 자라온 고향이 갑갑해진 패티는 학교를 때려 치우고 거의 무일푼인 상태로 뉴욕에 간다. 찾아가려던 친구는 이사를 가고 들고간 돈마저 떨어지자 패티는 거리에서 노숙자 신세가 된다. 그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로버트를 만난 패티는 그날로 동거에 들어간다. 로버트 역시 자신의 예술을 완성시키기 위해 집을 떠나 뉴욕에 자리를 잡으려 하던 참이었다. 가난한데다 의지할 데는 없고,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생활에, 예술에 대한 열정을 넘쳐나고 , 중성의 분위기를 풍기는 등 공통점이 많았던 둘은 곧 사랑에 빠지고 만다. 하지만 둘의 사랑은 얼마못가 좌절을 맞게 된다. 로버트가 자신이 게이인지 양성애자인지 혼돈을 겪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을 사랑한다면서도 냉랭한 로버트가 이해가 되지 않던 패티는 곧 그가 게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이해를 하게 된다. 당시 시대 분위기상, 자신이 게이라는 점에 무척 수치심을 가지고 있었던 로버트 는 왠만하면 패티와 부부로 살아가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육체적으로 남자에게 끌리던 그는 결국 자신의 성정체성을 찾아 가게 된다. 결국 헤어지게 된 두 사람은 각자 서로의 길을 가게 된다. 로커이자 시인으로써 이름을 알리게 된 패티, 자신의 예술혼을 사진에 담게 된 로버트는 둘이 처음 만났을 때는 상상하지 못한 성공을 서서히 이뤄 나가게 되는데...

 

70년대를 풍미했던 이젠 전설이 되어버린 사람들이 주루륵 나온다. 앤디 워홀, 밥 딜런, 지미 헨드릭스, 윌리암 버로스, 앨런 킨스버그 기타등등 70년대를 주름잡은 문화 아이콘은 거반 다 나오는 듯했다. 그들과 다 친구였고, 그들과 영향을 주고 받았으며, 덕분에 이런 저런 일화들을 이 책 안에 가득했는데, 사실 그저 기록이라는 것 외엔 그다지 의미는 없는 듯하다. 내가 젊었을때 지금은 전설이 된 고인을 만나봤다 정도? 우정을 오래, 그리고 의미있게 이어가기엔 만남의 시간이 부족했었으니 말이다. 왜냐고? 다들 마약이니 기타등등해서 요절해 버렸으니 안 그렇겠는가.  이 책을 보면서 예술가라는 것도 어떤 직업군 못지 않게 위험군이라는 생각이 들던데, 종국엔 패티 주변의 사람들이 다들 죽어나가더라는 것을 보면서 말이다. 그것도 자살이나 마약 중독, 그리고 에이즈로...저자가 그런 환경속에서도 살아남았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것이던데,  아마도 그 덕분에 이런 책도 쓸 수 있었던 것이지 싶다. 그녀 외엔 이런 글을 쓸만한 사람이 남아있지 않으니 말이다. 하여간 그렇게 엉망진창인 생활들을 하면서도 무언가를 창작해내었다는 사실이 지금와 생각해보면 놀랍다. 더군다나 그것들이 지금에도 그렇게 대단한 무엇이었다는걸 생각해보면 말이다.

 

70년대 미국의 문화를 통해 당시를 엿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나, 저자의 기대만큼 둘의 관계가 매력적이지 못했다는 것은 치명적인 약점이 아닐까 한다. 물론 둘이  좋은 연인이자 친구였고, 동반자였다는 사실은 명백해 보였지만, 그 둘을 보면서 감탄하게 되진 않더라는 것이다.  서로의 창작물을 누구보다 잘 이해했다는 둘, 아마도 진정한 의미의 소울 메이트였을 것이다.  서로를 인정하면서도 다름을 이해했던 두 사람의 우정, 존경스럽다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은? 별로 알고 싶지 않았다. 아마도 이것이 내가 그들에게 가진 인상일 것이다. 편견이라기 보단 그저 인상, 다시 말해 내겐 그들이 그다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그들을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더해지더라. 내가 결국 그들에 대해 별로 알고 싶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 것도 그 연장선상일 것이다. 그러고보면, 결국 모든 것은 매력으로 귀결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누군가를 설득하려면, 정말로 많은 매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건 어쩜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며, 그저 타고 태어나는 자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그나저나, 아놔~~나 이 리뷰 이렇게 길게 쓴거야? 짧게 쓰자고 했는데 말이다. 책 제목이나 이 리뷰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한 가지를 덧붙이자면, 이 책의 다른 주인공인 로버트의 사진들은 지극히 가학적인 동성애를 그리고 있었다고 한다. 예전에 어떤 책에서 게이를 수치스러워 하는 사회 분위기가 그들이 자신을 열등하고 무가치한 존재라고 느끼게 만든다고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로버트도 그런 사람들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렇다보니 만약 그가 지금 2010년을 살아가는 게이라면 어떤 삶을 살았을지 궁금해졌다. 그때보단 더 행복하지 않았을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보다 긍정적이지 않았을지 라는 것...그리고 아마 예술관 자체도 조금은 달랐지 않았을까 싶다.  변태적이라 할 수 있는, 가학-피학적인 동성애를 즐겨 찍었다는 그를 생각해보면 말이다. 하긴 내가 뭐 어떤 것이 더 낫다라고 말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긴 하겠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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