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연 33일 - 새로운 사랑이 찾아오는 시간 33일
바오징징 지음, 홍민경 옮김 / 시그마북스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새로운 사랑이 찾아오는 시간 33일이라...과연 그게 가능해? 라는 것이 제목을 들었을때의 첫 의문이었다. 사랑하던 사람과 헤어진 것이잖아, 그런데 정리가 33일만에 가능하다고? 흠, 만약 진짜로 그게 가능하다면 주인공에게 어떤 비결이 있는 것일지 궁금했다. 나라면 3년이 지나도 " 어떻게 나에게?" 라면서 여전히 궁싯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니 말이다. 타인의 실연대책을 보면서 좀 배우고 싶었다. 더군다나 이 책을 원작으로 영화가 만들어졌는데, 중국에서 히트를 쳤다는 소식에 더 솔깃해졌다. 많은 관객을 끌어모은 영화라면 분명 무언가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해서 기대반, 괜한 기대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반인 심정으로 책을 읽게 되었는데...이거, 확 이해가 되는 것이었다. 왜 이 책이, 그리고 영화가 히트를 쳤는지 말이다. 어떤 내용일지가 궁금하실테니 우선 내용 정리에 들어가보면 이렇다. 

 

27살의 웨딩플래너 왕샤오센은 7년간 사귄 남자친구가 자신의 베스트 프렌드와 함께 있는 장면을 목격하고는 자신의 눈을 의심한다. 설마 설마 하는 추측은 사실로 드러나, 남자친구는 그간 둘이 6개월씩이나 사귀고 있었다며 이별을 통보한다. 한순간에 미래를 약속하던 남자친구와 가장 친한 친구 둘을 잃어버린 왕 샤유센은 이성을 잃고 마침 전화한 사장에게 막말을 해버린다. 얼씨구, 이제 직장까지 잃어버린 참이지만, 그녀의 아픈 마음에는 그마저도 대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다행히 실연을 당해서 정신이 나갔다는 사과에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해주는 사장은 마침 들어온 진상 부자 고객을 그녀에게 전담시킨다. 자신은 실연을 당한 마당에 돈은 상관없으니 무엇이건 최고로 해달라고 하는 커플을 담당하게 된 왕샤오센은 자신이 그렇게 처량할 수 없다. 거기에 더 끔찍한 것은 그녀가 그간 재수없다고 생각해온 직장 동료 왕샤오졘이 그녀의 실연을 알아채고는 다정하게 구는 점이었다. 자신의 실연이 재밌나 싶어 그와 티격태격하던 왕샤오센은 자신이 그를 이유없이 미워만 했을뿐 그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는걸 알게 된다. 그라는 사람이 비로서 눈에 들어오게 되자 그가 그다지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왕 샤오센은 그와 허물없이 지내게 된다. 까다로운 부자커플과 결혼을 준비하던 왕 샤오센은 예비신랑같은 잘 생기고 돈 많은 남자들은 왜 머리가 빈 성형 미인에 반하는 것인가가 궁금해진다. 남자 친구에 대한 미련이 불쑥불쑥 찾아와 그녀를 힘들게 하는 가운데, 그녀는 어쩌다 그렇게 좋았던 사이가 나빠진 것인지 의아하기만 한데...

 

실연 이후 33일의 경과를 일기 형식으로 그려내면서, 실연이 끝이 아니라 자신의 성장 계기로 삼던 영리한 여자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다. 중국판 < 브리짓 존스의 일기> 정도라고나 할까. 여성답지 않게 직설적인 대화법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곧잘 상하게 하는 막가파 왕 샤오센,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도 알고보면 여린 구석이 있다. 7년동안 사귄 남자친구의 배신으로 실연을 하게 된 그녀, 제 정신이 아니여야 하는게 맞는 것일게다. 하지만 그녀는 서서히 자신의 정신을 추스려 나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질문을 자신에게 한다. 한때 그렇게 사랑했던 그가 어쩌다 자신에게 마음이 돌아선 것일까? 라는...그리곤 자각하게 된다. 그를 밀어낸 데에는 자신도 한 몫을 했다는 것을 말이다. 7년이라는, 그리고 애인이라는 틀에 박혀 자신이 그를 무심하게 대하고 있었다는 것을 ... 그가 그렇게 진심을 토로하고 있던 순간에도 말이다. 그런 사실을 깨달아가면서 그녀는 비로서 실연이 그만의 잘못이 아니었음을 인정하게 된다. 그런 과정을 통해 왕 샤오센은 비록 용서는 아닐지라도, 실연을 툴툴 털고 일어날 수 있는 마음의 정리를 해나간다. 그렇게 자신의 실연을 통해 사랑에 대해 관계에 대해 조금 많이 알게 된 그녀는 다짐한다. 다음에 사랑이 찾아오면 진짜로 잘해 보리라고 말이다. 과연 그녀의 다짐은 실현될 수 있을까? 마지막 페이지를 보면서 그녀를 응원하면서 책을 덮게 되던 책이었다.


장점을 들자면 일단 신선하다. 재치있는 전개로 <실연>이라는 , 다들 너무도 우려먹을대로 우려 먹어 식상하기 그지없는 소재를 참신하게 만들던데, 작가의 역량이 대단하지 싶다. 식상한 로맨스 소설류로 흐르지 않을까 싶었는데, 용케도 그런 함정을 피해가더라. 작가가 단지 머리가 좋은 건지, 아니면 개성이 워낙에 안드로메다급이신건지 아리송하긴 하지만서도, 특이한 사람이라는 점은 틀림없지 싶다. 이야기를 쉽게 써내려 가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단 점수 왕창 따고, 주인공들의 캐릭터가 주변에 있을 법한 현실성 있는 캐릭터라는 점도 흥미를 끌게 한다. 주인공들이 주고 받는 대화가 거의 개그 수준이라는 것과 케미도 은근히 낭만적이란 점 또한 호감을 샀다. 전개가 빠른 점이나, 장면이 바뀔때마다 등장하는 톡 쏘는 듯한 반전도 읽는 재미를 더했는데, 같은 소재의 드라마 <개인의 취향>이 결국 식상하게 전개된 것을 생각해보면, 이 책이 왜 칭찬을 받는지 이해가 되실 것이다. 워낙 식상하지 않기가 힘든 소재를 식상하지 않게 풀어낸다는 자체가 박수를 받을만한 것이니 말이다. 거기에 왜 영화로 만들어졌을지 단박에 이해가 될만큼 대화들이 생생하고 재기 넘치는데, 누구나 겪는 실연이라는 소재를 적당히 현실적으로, 또 적당히 아프지 않게,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새롭게 재구성 하고 있는 것이 볼만하지 않았는가 한다. 무엇보다 재밌다. 사실 이런 분석이 불필요한 것이, 그저 재밌단 한 단어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니 말이다. 실연을 당해 엉엉 울던 왕 샤오센이 미소를 찾게 되는 과정에서 누구나 공감을 하지 않기란 어려울 듯...감각적이고, 유치하지 않으면서, 쉽게 실연이란 과제를 잘 소화해내고 있었지 않나 한다. 영화가 우리나라에서 상영한다면 한번 보고 싶게 만드는 책이었다. 이렇게 재기발랄한 원작을 어떻게 그려냈을지 궁금해서 말이다. 원작대로만 찍었어도 굉장히 재밌지 않을까 싶지만서도... 하여간 실연을 하신 분들이나, 실연과는 상관없지만 재밌는 책을 읽고 싶다시는 분들에게 추천, 의외로 이 책 썩 괜찮다. 누구에게나 조금의 위로는 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