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씨네 가족
케빈 윌슨 지음, 오세원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헐리웃에서 비교적 잘 나가는 배우 애니 펭은 뜻밖의 사고로 인해 구설수에 오르게 된다. 선정적인 장면을 연기하라는 감독의 주문에 반항한다는 취지로 스탭들 앞에서 가슴을 드러낸 것이 사진에 찍혀 인터넷에 오르게 된 것이다. 인터넷에 그녀의 가슴 사진이 돌아다니는 가운데, 애니는 자신이 어떤 사람이건 간에 노출증 환자로 보일거라는 사실에 좌절한다. 더욱 심난한 것은 그녀를 취재하겠다고 나온 싸구려 기자와 섹스까지 하고 만 것, 그녀는 자신이 점점 절제력을 상실하고 있는건 아닌가 싶어 걱정스럽다. 스캔들이 일파만파로 퍼져나가자 숨을 곳이 필요해진 그녀에게 동생 버스터에게서 전화가 온다. 알고보니 그간 잘살고 있지 못했던 것은 그녀만이 아니었다. 책을 두어권 낸 작가이긴 하지만 그다지 팔리진 못했던 관계로 이것 저것 쓸데없는 기사를 쓰는 프리랜서 기자로 살아가고 있던 버스터는 감자총에 열광하는 퇴직군인들을 취재하다 감자총에 얼굴을 정통으로 맞는 사고를 당하게 된다. 얼굴이 반쯤 뭉개진데다 병원비까지 엄청 나온 버스터는 하는수 없이 부모님 집으로 가기로 한다. 그의 결정에 결사 반대하는 애니, 그 둘에게 부모님 집이란 감옥과 동일한 단어였다. 마뜩치 않음에도 절박해진 두 사람은 하는수 없이 마지막 기댈 곳으로 부모를 찾아가고, 자신들이 떠나갈 때와 별다름 없이 지내고 있는 두 사람을 발견하게 된다. 물론 많이 늙기는 했지만 예술적 열정만은 그대로인 두 사람은 이제 애니와 버스터 둘이 왔으니 자신들의 예술을 완성시킬 수 있을 거라면서 흥분한다. 이에 몹시 기분이 상한 두 사람, 과연 둘에겐 어떤 과거가 있는 것일까?


전위 예술가인 펭씨네 부부가 그들의 성공을 처음 예감한 것은 애니 때문이었다. 자신들에게 별다른 예술성이 없다는 것을 자인하려던 즈음, 세상에서 가장 예쁜 아기였던 애니의 울음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은 것이다. 그이후로 자신들의 예술 퍼포먼스에 늘 함께 하게 된 애니와 버스터, 그들은 아이 A와 B로 불리면서 펭가족의 예술적 명성을 이어나가게 된다. 문젠 펭씨 부부가 예술가로써 성공가도를 이어간 반면, 애니와 버스터는 아이로써의 어린 시절을 잃어버리게 되어다는 사실이다. 아빠와 엄마의 전위 예술에 끌려 다니면서 원치 않았던 연기를 해야 했던 둘은 커나가면서 점차 현실을 알게 된다. 자신들이 부모의 자식이라기 보단 예술을 위해 이용되는 존재에 불과했다는 것을. 결국 어른이 되자마자 부모에게서 떨어져 나간 두 사람은 늙은 부모가 이젠 자신들의 존재를 인정해주었음 하는 바람이지만 그것이 불가능한 꿈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만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부모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고 있던 애니와 버스터는 엄마와 아빠가 실종이 되버리자 의문에 휩싸이고 만다. 절대 실종이 될리 없다는 둘의 주장과 달리 경찰에서는 그 둘이 강도살해범을 만난 것이 아닐까 추측한다. 처음엔 그럴리 없다고 부인하던 애니와 버스터는 엄마와 아빠의 실종 사건을 본격적으로 추적하게 되는데... 과연 펭씨 부부는 어떻게 사라진 것일까? 애니와 버스터 생각대로 그들은 그저 또다른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는 것일까? 펭씨 부부의 은사를 만난 애니와 버스터는 부모를 찾지 말라는 그의 말에 의아하게 생각하는데...


부모-자식간의 관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던 소설이다.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한 사람도 아니고 부모 두 사람이 모두 아이들을 이용하고 학대하는데, 서커스단의 곰이 떠오르더라.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받는다고 하던가? 정신이 멀쩡한 아이들을 곰처럼 사육하면서도,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하는 두 사람을 보자니, 애니와 버스터 둘이 그렇게 엇나가는 것도 이해가 갔다. 무엇보다 그들이 어른이 되어 사회에 나가서도 어떤 것이 정상인지, 도무지 경계를 모르는 것이 말이다. 아니, 부모 자체가 그런걸 모르니 자식들에게 가르칠 수 없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려나? 그렇다보니, 다만 부모에게서 인정을 받고 싶어하던 착한 아이였던 애니와 버스터를 그렇게 정신 나간 어른으로 성장하게 만든 펭씨 부부가 가증스럽기 짝이 없었다. 실은 교묘한 아동학대를 저지르고 있는 것임에도, 네가 예술을 알어? 라는 일갈로 외면할만한 사람들이니 말이다. 과연 그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알기나 하는 것일까? 자식들의 행복을 기원하며 사는 대부분의 부모들을 생각해보면, 자식들이 별난 행동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에 만족감을 느끼는 부부의 행태는 아무리 봐도 정상이 아니지 싶다. 하지만, 그런 기행을 뻔히 바라보면서도 독자들은 바라는 것이다. 언젠가는 그 커플이 제대로 된 부모 노릇을 할 것이라는 기대 말이다. 부모라면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자식들이 자신들의 이기적인 행동을 알아차릴 정도로 어른이 된 마당에 적어도 한번쯤은 자신들의 잘못을 과거를 회상하면서 반성해주지 않을까 했던 기대는 , 둘의 실종으로 말미암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과연 이 작가가 어떤 결론을 내리게 될지 ,궁금하신 분들은 읽어 보시길...


초반부터 중반까지의 전개가 신선하다. 어떻게 인생을 살아야 하는지 모르는 두 남매를 보여줌으로써, 그들의 과거가 궁금하게 만드는데 성공을 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등장하는 두 남매의 부모는 왜 그들이 그런 어른이 될 수밖엔 없었는지를 논리적으로 수긍하게 한다는 점에서 완벽한 등장이었다.  인생을 말아먹을 수밖에 없는 부모밑에서 두 사람이 성장했다는 것을 개연성 넘치게 보여주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 매력적인 도입부와 전개에도 불구하고, 중반 이후로 조금은 싱겁게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별로였다. 나라면 그렇게 열심히 부모를 찾아나서지 않을 것 같은데 말이다. 왜 그다지도 열심히 부모를 찾아나서는지 이해가 되지 않더라. 한번 봉은 영원한 봉이라는 사실을 알려 주려 한 것일까? 부모는 자식을 버릴 수 있어도 자식은 부모를 버릴 수 없다는 그런 관념때문인 것일까? 그렇게 당하고서도, 여전히 착해 빠진 주인공들이 별로 맘에 들지 않더라. 자식들의 순진함에 비해 부모대의 악랄함이 지나쳐서 그런지, 두 세대간의 불균형이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하여간 매혹적이고 기세등등한 도입부에 비하면 마무리가 힘이 빠진 듯하다. 뻔한 결론으로 흥이 가라앉는 듯한 기분이었으니 말이다. 읽고 나서도 결국 이 책은 무슨 말을 하려던 것이었는지도 의문이었다. 예술이 전부가 되면 곤란하다는 것? 아이를 이용하면 안 된다는 것? 예술을 한답시고 아이를 이용하는 철딱서니 없는 부모들을 고발하려는 것? 글쎄...그럼에도 그들이 잘 살아남아 어른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지만서도, 감동을 받기에는 조금은 부족한 시도였지 않았는가 한다. 영화로도 만들어진다고 하는데, 아마도 <가위 들고 달리기> 정도의 정신나간 집안을 보여주는 것에서 끝나지 않을까 한다. 언제나 말하지만, 미친 자들에게서 과연 무엇을 배우겠는가. 미친 자들이 얼마나 우리를 미치게 하는가 라는 점? 그게 현실이건 아니건 간에, 일단 미친자들을 우리가 싫어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제 정신이 아닌 사람들을 바라보는게 재밌지도, 흥미롭지도, 즐겁지도 않다는 사실 말이다. 미친 사람들에게 길려졌다 탈출한 남매의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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