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 - 4285km, 이것은 누구나의 삶이자 희망의 기록이다
셰릴 스트레이드 지음, 우진하 옮김 / 나무의철학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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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마흔 다섯이라는 젊은 나이에 암 선고를 받고 죽은 엄마, 저자인 셰릴은 그만 무너져 버린다. 폭력적인 아버지는 그녀가 여섯살때 가족을 버려 버렸고, 그녀와 그녀 남매들에겐 엄마가 그들을 지탱하는 전부였다. 그런 엄마를 순식간에 잃어버린 셰릴은 충격에 자신도 이해가 안 가는 충동적인 행동에 몰두하기 시작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끊임없이 불륜을 해댄 것, 결국 남편 폴에게 자신의 불륜을 고백한 셰릴은 고통스런 이혼 과정이 들어가게 된다. 상대를 가리지 않던 남성 편력, 마약 중독에 가족들이 뿔뿔히 흩어지는 것까지 겪게 된 셰릴은 자신을 위해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참에 우연히 들게 된 여행 정보 책자는 그녀를 솔깃하게 만든다. 바로 미 서부의 산맥을 따라 트래킹을 한다는 것으로, 셰릴은 마치 누군가 부르기라도 하는 듯 그 여정을 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실제로 그 길을 따라 걷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돈은 부족하지, 산에 대한 정보는 빈약하지, 산을 걸어본 적이 없는 몸은 적응이 안 되지, 지고 다니는 짐은 산더미 같지...각오는 했지만 실제로 산을 걷는다는 일은 그녀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걷는 동안 서서히 자신의 고통이 치유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무엇보다 걸으면서 만나는 사람들의 친절에 그녀는 인간에 대한 신뢰를 조금씩 찾아가게 되는데...


일찍 죽은 엄마를 그리워 하면서 자신을 망가뜨리고 있던 저자가 자신의 인생을 되찾기 위한 여정을 하는 스물 일곱의 석달을 그린 책이다. 걸으면서 비로서 자신의 고통과 마주하고 자기 자신을 치유했다고나 할까. 그런 과정이 아니었다면 정말 못말릴 정도로 자신을 파괴하고 있었을 것이기 때문에, 자기 자신을 일으켜 세운 그녀가 대견하기 그지 없었다. 바닥이 어딘지 모르고 추락하는 배에서 내려 자신을 추스린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알기 때문이다. 엄마에 대한 사랑과 미쳐 하지 못했던 말들, 자신들을 버린 아버지, 한번도 자식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했던 아버지에 대한 분노를 넘어서 자신만의 성인으로써의 삶을 살아가던 저자가 무척이나 어른스러워 보였다. 그렇다. 언젠가 성인이 된 우리는 일정 시점에서 부모를 용서해야 할때가 오는 것 같다. 상처받은 여자라는 , 내진 사랑받지 못했던 아이라는 분노때문에 자신을 파괴하던 그녀가 그녀만의 고유한 장점들을 찾아가는 모습이 어찌나 대견해 보이던지...그런 과정들이 아니었다면 지금 이처럼 행복하지 못했을 거라는 점에서 그녀의 영특함에 찬사를 보낸다. 그녀의 행복에 , 그녀는 충분히 그럴 만한 자격이 있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빨리 쉽게 읽히는 점이 장점이다. 두꺼워서 한참 읽겠다 싶으실지 모르겠는데, 가독성이 워낙 좋아서 두껍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작가가 글을 잘 쓰는 사람이라는 뜻도 있겠지만서도, 어쩌면 별다른 내용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은 염두에 두시면 좋을 듯...일찍 죽은 엄마에 대한 고뇌와 갈등이 그녀 머릿속에 지나치게 사로잡혀 있다는 것이 별로긴 했다. 아, 그 얘긴 좀 그만 하지 싶을때가 있어서 말이다. 하지만 아마도 저자로써는 자신이 해결해야만 하는 주제였기에 쉽게 놓아버릴 수 없었던 것이 아닐까 한다. 객관적으로 쓰여진 소설이었다면 그런 문제들은 깔끔하게 몇 문장으로 해결될 수 있었을지 모르겠지만서도, 저자 자신의 문제이다 보니 아무래도 쉽게 벗어날 수는 없었던 것이 아닐까 한다. 그것외에 이십대 시절의 저자의 방황이 극한을 이룬다는 것과 그럼에도 정상적으로 살고 싶어 발악을 하는 그녀의 모습이 대조를 이루긴 했다. 앞의 것엔 학을 떼다가도, 그럼에도 제대로 살고 싶어하는 마음엔 짠했다고나 할까. 하여간 설렁 설렁 읽을만한 거리를 찾는 분들에겐 괜찮을 듯. 하지만 대단히 감동적인 무언가를 찾는 분들에겐 조금은 부족하단 생각이 들지 않을까 한다. 실제로 나는 그랬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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