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의 유혹 - 한 지식인의 중국 깊이 읽기 글항아리 인문에세이 4
쉬즈위안 지음, 김영문 옮김 / 글항아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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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식인의 중국 깊이 읽기>라는 표제에 눈이 간다. 틀린 말이 아니다. 중국만을 그야말로 깊이있게 읽어내려가는 책이었으니 말이다. 어찌나 중국 중국 중국 하던지...만약 중국이 한 나라가 아니라 일개 개인이었다면 나르시스트란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나 세세하고 깊게, 따져묻고, 토로하고 , 걱정하고, 자신을 더 설명하기 위해 끊임없이 몸부림을 치고 있었으니 말이다. 어떤 면에서는 작가의 그 격정이나 열정이 부럽기도 했지만서도, 어찌나 중국, 중국 하던지 , 그 끝없는 중국사랑에 종국엔 그만 지치고 말았다. 분명 자랑하는 투가 아니라 '중국 너무 너무 문제 많아해!' 라는 투였음에도 말이다. 중국 사람이 자기 나라에 대해 관심이 많은거야 당연한 것이고, 어떻게 표출이 되었건 간에 애국심의 발로라는 점에서 박수를 받아야 마땅한 것임에도 묘하게도 반발심이 드는건 어떤 조화속인지 모르겠다. 이와 비슷한 류의 내용이었던 < 나는 가끔 속물일때가 있다>와 비교해보면 정말 이해가 안 된다. <속물...>에서는 다른 나라(독일) 임에도 별다른 어려움 없이 공감을 느꼈던 반면에 이 책은 질린다는 생각만 들었으니 말이다. 물론 초반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사실 ㄱ그때만해도 깊이있는 작가  한 명을 만났구나 싶어 반가웠었다. 실은 난 중국 작가들을 무척 존경한다. (물론 어떤 작가냐에 따라서 다르겠지만서도. ) 땅 덩어리가 워낙 넓고, 인간 수가 많아서 그런가 종종 글의 깊이나 통찰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독창적인 작가가 기적처럼 출현해주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이 뜬금없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중국 작가라면 일단 주의를 하고 본다. 어떤 글을 쓸지 들여다 보기 전에는 알 수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 저자 역시 대륙적인 깊이가 있군 싶어 처음엔 반색을 했었는데, 중반을 넘어서가면서부터는 질리고 말았다. 매 챕터마다 다른 분야를 다루고 있긴 했지만 실은 비슷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양념만 조금씩 달랐지만 하고자 하는 기본은 같았다. 추려 보면 아마도 그것이 저자 개인이 중국을 바라보는 시선인 듯했다. 중국을 분석하는 그만의 틀이라고나 할까. 요약하자면 이렇다. 중국은 망한 나라라는 것, 그걸 타지인들은 모른다는 것, 해서 그 갭에 절망한 저자는 어떻게 이 사태를 바로 잡아야 할지 난감하다는 것이다. 이를 논증하기 위해 일단 저자는 중국에 왜 망한 나라인지 조목조목 설명한다. 그리곤 이런 현실과는 전혀 거리가 먼 책들이나 외신 기자들의 분석, 정치가들의 견해에 대해 태클을 건다. 중국에는 그런 장미빛 현실이 존재하지도 않으며 그런 분석이 힘을 얻는 것은 현실을 외면한 것에 불과한 것이라는 것이다. 왜 중국이 처한 현실을 바로 보고 있지 못하냐면서 한숨을 쉰다. 

 

음...맞는 말이긴 하다. 중국 , 어쩌다 외신으로 들어오는 뉴스를 듣다보면 한심하게 생각되는 것이 오늘 어제의 일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사회적이로건 문화적이로건 정치적이로건 인권면에서건 문제가 많은 나라임에는 틀림없다. 그런 문제들이 세계적인 경제대국으로 급부상함으로써 외면되어지는 면이 있다는 점도 인정한다. 다만 문제는, 이 작가가 어려서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살아간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는 것이다. 즉, 너무 이상주의적이라서, 그럼에도 중국 사람들이 살아가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음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즉, 어쩌면 지금의 중국은 지금의 중국 사람들이 만들어 낸 최선의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게 저자의 마음에 들건 아니건 간에, 지금의 중국으로써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이 정도로 변화하는 것조차 대단한 것이란 생각은 안 드나? 북한은 여전히 그러고 있는데 말이다.  비유가 적당하지 않다면 적어도 지금은 문혁 시대의 무지막지한 무지와 혼돈은 적어도 없지 않는가. 그것이 과거에도 가능했다면 지금 가능하지 않을 이유가 무엇이랴. 내 보기엔 중국은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나라인데 말이다. 한마디로 한 나라가 굴러가는데는 이상적이고 이성적인 논리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주관적인 면에서 보자면, 즉 그 나라의 국민입장에서는 그런 현실이 너무도 부조리하고 분통 터지겠지만서도, 알고보면 사실 어떤 나라도 문제가 없는 곳은 없다. 다들 각자 자신의 문제를 떠안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를 고민하면서 산다. 이것이 좋을까 저것이 좋을까를 저울질 하면서...그러다가 운이 좋아 좋은 지도자가 나타나 조금은 인간답고 이성적인 해결책을 내어놓을 수도 있겠지만서도, 알다시피, 지도자 하나의 힘으로 역사가 바뀌지는 못한다. 나라를 움직여 가는 것은 국민의 거대한 힘이니 말이다. 그 국민이 깨인다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고, 그것이 중국처럼 거대한데다 다민족간의 이해 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나라라면 훨씬 더 힘든 일일 것이라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즉, 중국의 지식인들이 나라의 진보가 더디다고 불평하는 것은 어쩜 당연한 것일 거라는 것이다. 보다 인간다운 사회를 만든다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무척이나 역동적이고 혼란스런 과정이니 말이다. 거거에 역사란 원래 더디게 전진하는 느림보 게으름뱅이다.그런 앞에서 왜 이렇게 무지하고 비이성적이며 부패투성이냐고 울분을 터뜨려봐야 소용이 없다. 간단한 문제가 원래 아니었다. 그 수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우선순위들이 다들 다른 터인데, 거기에 합의를 이끌어낸다는 것 자체가 그러하질 않겠는가. 하니, 생존의 문제가 해결이 안 된 마당이니 인간다운 삶, 사회를 꿈꾸는 것은 아마 그들에겐 가장 후순위 관심사일지 모른다. 일단 살아 남아야 꿈을 꾸건 말건 할테니 말이다. 

 

그렇다. 중국은 현재 독재의 유혹에 빠져 있단다. 다들 잘 사는데 혈안이 되어서 나라가 어찌 되어 가는지 도무지 관심이 없고, 인간적이고, 인권적인 나라에 대한 개념조차 없이, 그저 황금만이 대세라는 식으로 쫓아가는 중이란다. 저자는 그것이 고민이란다. 음...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지 않는가.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였으니 말이다. 물론 정도나 뉘앙스에서  차이가 있었겠지만서도, 기본 우려는 같았다. 저자는 현재 중국이 잘 산다고 외국들이 부러워 하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면서,  중국 사람 전체를 두고 봤을때는 오히려 더 비참해졌다고 말을 하고 있던데... 하지만 아무리 대충 본다해도 그건 아니지 싶었다. 확실히 중국은 과거보다 잘 사니 말이다. 빈부격차 때문에 많은 문제가 생긴다고 하지만서도, 그래도 모두가 비참하게 가난하게 사는 것보다 훨씬 낫질 않나. 우리가 독재자 박정희를 미워 하면서도 그의 경제 실적에 대해선 입을 다무는게 왜 이겠는가. 잘 산다는게 그만큼 중요해서가 아니겠는가. 쫄쫄 굶고, 병들어도 의사 찾아갈 엄두를 내지 못하며, 비를 가릴 지붕이 없는 곳에서 살기는 그 누구도 원하지 않으니 말이다. 인권? 중요하긴 하지. 하지만 거시적으로 보면 말이다. 우선 살아있어야 인권도 논할 수 있는 것이다. 중국 역시 지금 독재나 인권이 문제라곤 하지만서도, 점차 나아질 것이라는 것이 분명하다. 왜냐면 사람들이 어느정도 산다 싶으면 그쪽으로 관심이 돌려지는건 당연한 것이니 말이다. 그런면에서, 이 작가의 끊임없는 중국 망국 타령이 조금 심하다 싶었다. 중국 현실이 끔찍하다는건 알겠는데, 실은 그가 이런 책을 낼 수 있다는 것조차 중국이 과거보단 나아졌다는 의미 아니겠는가. 하니, 쉬즈위안이여. 조금 인내심을 가지시길... 중국, 그다지 나쁘지 않다. 다들 그런 과정과 혼란을 거쳐 대국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그런 과정없이 좋은 일만 생기는 성장을 바랐다면 그게 나이브한 사고인 것이다. 인간 사회가 그렇게 이성적으로 돌아간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만은, 그렇게 못하다는 것이 역사적으로 증명이 되었지 않나. 그러게 인간을 너무 좋게만 봐도 문제다. 인간은 불완전한 동물이다. 부패하고 부정의하며 이기적이고 타락한 족속들이다. 잘 사는 나라에서도 그렇다. 그러니 못사는 나라에서 조금 잘 사는 나라로 가고 있는 중국의 혼란을 일정 부분은 이해해 줘야 할 것이다. 원래 그렇다는걸 이해한다면 아마도 중국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태에 한결같이 비분강개만 하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모든 일에 미화를 하면서 미담으로 만들어 버리라는 뜻은 아니다. 그저 좋은 사회를 만든다는 것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니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봐도 좋지 않을까 싶다는 것일 뿐이다. 

 

어쨌거나 이 책을 보면서 난 내가 난 중국인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싶었다. 이 모든 것을 그저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서 말이다.  다시 말해 거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건 간에, 냉정할 수 있었다. 하니, 중국에 굉장한 애정이 있으신 분들은 한번 보시길...하지만 중국이 뭐라고? 라면서 별 관심이 없으셨던 분들은 아마 지루한 독서여정이 되지 않을까 한다. 각자 알아서 판단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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