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조건 - 사람은 무엇으로 행복을 얻는가
바스 카스트 지음, 정인회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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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독일에서 활발하게 활동중인 저널리스트이자 심리학자인 저자가 현대인들의 행복찾기 조건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책이다. 현대인들은 --특히 독일을 위시한 서구 유럽은--그 어느 때보다 부유해졌는데,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자유가 주어졌는데, 왜 그들은 과거보다 행복하지 못한 것일까? 라는 의문에서 출발한 저자는 인간에게 주어진 많은 선택 사항이 오히려 행복에는 방해가 되는게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된다. 이른바, 최상의 것을 선택하려다 보니 결국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는 것! 수많은 선택기회와 자유가 행복을 가져준다는 것은 실은 인간의 오해이자 착각이라는 점을 조심스럽게 설파하고 있는 책이다. 이해가 되지 않으신다고? 예를 들어보자.


저자는 더 완벽한 남자를 찾아, 더 나은 여자를 찾아 줄창 헤매기만 하다 결국 싱글 신세가 된 자신의 친구들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뿐만이 아니다. 일하느라 바빠서 아이 갖는 것을 미루던 한 부부는 이제 아이를 가져보려 하자 임신 불능이라는 의사의 선고를 받는다. 낙담한 그들을 보면서 저자는 주변에 그런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에 흥미를 느낀다. 수십년 전만 하더라도 그런 일들은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성년이 되었으면 결혼을 해야 하는 것으로 알았고, 결혼을 하면 아이를 낳아야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으니 말이다. 말하자면, 그들에겐 선택이라 할만한게 없었던 것이다. 그저 그들 부모가 살았던 방식 그대로 살아가면 그만이었을 뿐. 문제는 그들이 현대인들보다 더 행복하다 느꼈다는 것. 해서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질색 할만한 "선택의 자유 없음" 이 오히려 행복하는데는 낫다는 것이 바로 이 저자의 주장이다. 즉, 행복은 선택을 잘 하는가에 있다기 보단 그 결정을 얼마나 충실하게 따라가는가에 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완벽하고 최선의 것을 선택하기 위해 마냥 기다리고 고르는 것이 종국에는 시간 낭비일 수 있다는 것, 그는 그것을 심리학 실험에 의한 충실한 데이타를 가지고 독자들을 설득하고 있었다. 이봐, 많은 선택이 주어진다는 것이 행복을 보장해주진 않아. 어쩌면 행복은 선택을 잘 한 것에 있는게 아니라, 일단 선택을 한 뒤 얼마나 충실하게 그걸 따라가는가에 있는지도 몰라. 하니, 항상 더 좋은 기회가 오지 않을까 싶어 늘 망설이고만 있는 당신, 당신은 결국 제자리 걸음만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라는 것이 이 저자가 하려는 말의 골자다. 어느 정도는 수긍이 되지 않는가. 실제로 주변에 더 나은 기회를 잡으려다 백수에 노처녀 노총각이 되는 사람들도 많으니 말이다. 기다리다 보면 좋은 사람이 나타나겠지 라는 백일몽에 사로잡혀 살긴 하지만, 결국 그들에게 남는 것은 고양이 아니면 개 정도? 뭐, 그것도 나쁘진 않지만서도, 그래도 인간으로 태어났으면 남들 하는건 해보면서 사는게 좋지 않냐고 이 저자는 말하고 있었다. 실제로 부부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행복할 가능성이 훨씬 더 많고 말이다. 물론 잘못 만났을 시 불행해질 가능성도 훨씬 더 많지만서...그건 일단 논외로 하고.


거기에 저자는 부가 사랑이나 행복과는 반대조건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얼핏 이해가 안 가는 이 명제는 이렇게 생각해보면 확 이해가 되실 것이다. 돈이 많으면 인간에게 기댈 필요가 줄어들고, 당연히 사랑에 덜 의지하게 된다.  왜냐고? 그거야 돈으로 사면 되니 굳이 다른 인간들에게 상호 도움을 받고 자시고 할 필요가 없으니 말이다. 해서 부자들이 이기적이고, 세상사에 초연하고, 인간에게 별 관심이 없는 것도 일면 당연한 것이라고 한다.이해가 안 간다고? 아니, 그건 실제로 그렇다. 가난한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의 환경에 더 민감하고 다정하다. 자신 역시 언제든지 그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걸 잘 알기 때문이다. 그들은 돈이 없다는 공백을 연대의식으로 메꾸어 나간다. 반면 부자는 자기 잘난 맛에 살기 때문에 굳이 타인에게 의존할 생각도, 그들에게 연민이나 사랑을 구할 생각도 하지 않는다. 아직도 선뜻 이해가 안 되신다면, 달동네와 고급 아파트 단지를 생각해 보심 되겠다. 달동네에선 이웃끼리 거의 경계선이 없이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고급 아파트에선 옆 집에 누가 사는지 몰라도 사는데 지장은 없다. 오히려 모르는 것이 더 편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관계를 맺는 자체가 귀찮다고 생각하기 쉽상이니 말이다. 그것이 현재 독일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라고 한다. 과거 친밀했던 가족 관계가 나라가 부유해짐에 따라 빠르게 붕괴되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관계에서 친밀함의 부족은 공허함을 불러오게 되고, 결국 불행한 나만 남게 되는 악순환에 갇히게 된다. 돈이 많으면 뭐하나, 그저 외롭고 공허한 나홀로 앉아 TV나 인터넷만하고 있는 처지라면 말이다. 저자는 현 독일의 그런 세태를 바라보면서, 그렇게 흘러 가고 있는 방향에서 벗어나길 촉구하고 있다. 인간은 혼자 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면서 말이다.


뭐, 틀린 말은 아니지 싶다. 우리 선조들이 그렇게 죽어라 노력을 해서 얻어 놓은 다양한 선택의 기회와 부가 정작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지 못한다는건 얼마나 아이러니 한가? 미시적인 시야에서 본다면 그의 견해는 틀리지 않다. 실제로 수많은 선택들 속에서 길을 잃고는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한 채 일생을 마치는 사람들의 경우나,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비인간적이 되어가는 모습들 역시 심심찮게 볼수 있는 일이니 말이다. 굳이 데이타를 들이대지 않는다 해도 수긍이 가는 의견이다. 하지만,  또 그렇다고 해서 그의 말이 100% 옳은가? 라면 또 거기엔 동의 못하겠다. 왜냐고?


이 책을 읽다 보니 독일의 현재 문제가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무엇보다 가족의 붕괴. 다들 각개로 흩어져 홀로 편하게 살길 원하지, 가족 단위로 뭉쳐서 희생하기는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로 외로워 죽으려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권리나 이익을 포기하기는 싫어한다. 위기 상황에서 인간에게 기댈 수 없다는 것이 너무 명백하기에 발달하는 것은 보험이요, 애완동물 관련 사업이니... 그가 로망으로 바라보는 사회는 가족들끼리 뭉쳐서 오손도손 살아가는 사회다. 가난하다해도 좋다 이거다. 서로가 서로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준다면 말이다. 개인주의? 그게 뭔 소용있나? 행복해지질 않는데? 라고 저자는 말하더라. 아마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여기엔 이 저자가 놓친게 있다. 가족 단위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사는게 힘든건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극단적인 개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저자가 보기엔, 좀 없이 살아도 가족들끼리 뭉쳐 사는 사람들이 좋아 보일지 모르겠지만서도, 그곳에는 인간의 개성이 부정되지 않나... 아마 개성이라는게 살아남을 기회조차 주지 않을 것이다. 그건 또 사는데 별로 재미가 없지. 그렇지 않겠어? 가족 단위가 물론 분명 이 험한 세상의 안전한 그물망이 되어 준다는 점은 인정하지만서도, 거기에도 댓가가 따른다는 사실을 이 저자는 놓치고 있는게 아닐까 싶었다. 결론은? 어느 사회나 인간은 행복하기 힘들고, 남의 떡이 더 커보이는 법이라는 것, 그리고 균형감각이 중요하다는 것. 어째 이러고 보니 삼천포로 빠진 느낌이 드네...


쉽게 읽힌다. 너무 많은 선택들 속에서 망설이기만 하시는 분이나, 돈이면 모든 것이 해결 되겠지 라는 생각으로 사시는 분들이라면 한번 들어보심도 좋을 듯. 새로운 시각을 트이게 해줄 수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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