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청소법 - 걸레 한 장으로 삶을 닦는
마스노 슌묘 지음, 장은주 옮김 / 예담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겐코지의 주지 스님이시자 정원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인 마스노 슌묘 스님이 자신의 청소법을 들려 주시고 있던 책이다.


당신이 이 책을 손에 쥐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깔끔하게 정리된 집에서 살고 싶다.'' 어질러진 방에서벗어나고 싶다.'와 같은 이유겠지요?--184


라는 문장이 책 중반쯤 쓰여져 있길래 빙그레 미소를 짓고 말았다. ' 아니, 이건 뭐, 내 마음을 어찌 아시고..틀켜 버렸네 ' 싶어서... 그렇다. 나는 청소를 그다지 잘 하는 편이 못된다. 그래서 늘 깔끔하게 인테리어가 된 집이나, 정리 정돈이 완벽한 방을 보면 넋이 나간 표정으로 훔쳐 보곤 한다. 부러워서 말이다. 그렇다고 항상 남의 집만 부러워 하면서 살 수는 없는 일, 해서 이참에 청소하는 법을 배워서 우리 집도 좀 깔끔하게 청소해볼까 싶어 읽게 된 책이다. 다른 분도 아니고 스님이 알려 주시는 청소법이니, 왠지 내게도 잘 먹힐 것 같고,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노하우를 알려 주시지 않을까 싶었다. 그 정도의 충격이라면, 아니 도움이라면 나도 나의 집을 조금은 더 깨끗하게 해놓고 살 수 있지 않겠는가, 그렇게 읽기전에 희망에 부풀어 있었더랬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돼지우리같은 곳에서 살고 있나보다라고 생각하심 오해다. 그저 난 내가 살고 자고 먹고 쉬고 하는 공간이자 친지들이 놀러오고 조카가 가끔 방방 뛰어 노는 공간이 지금보단 더 깨끗했음 하고 바란다는 것 뿐이다. 딱 절 수준 정도로 정갈하다면 더이상 바랄 것이 없겠지만서도,  아무래도 거기까지 바란다는건 무리일 것 같고, 또 사실 그럴 필요가 있는가도 의문이긴 하다. 집은 절과 달리 그저 살아가는 공간이지 명상하는 장소는 아니니 말이다. 어쨌거나 절 정도는 아니라도 그 비슷한 수준 정도로 한번 깨끗해 보자라는 심정에서 읽게 된 이 책, 역시나 읽고보니... 기본을 지키란다. 즉, 힘써 노동해서 집을 청소하고, 다른 요행을 바라지 말라는 것이었다. 즉, 쉽게 쉽게 꾀를 부려서 하는 것들은 결국 청소를 하는데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 빗자루, 걸레, 먼지떨이, 양동이 이 넷만 가지고도 충분히 청소를 깨끗하게 할 수 있다고 말씀하시는 스님, 실제로 절에서는 그것 외엔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필요에 따라서 그때 그때 알맞는 것을 만들어서 사용할 수는 있겠지만서도--예를 들어 대나무 걸레등--그것 역시 단순한 것들이고 거금을 들여서 완벽한 청소를 대행해주는 그런 물건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즉 , 스님의 말씀을 종합해보면, 결국 청소는 마음으로 하는 것이지 좋은 청소 도구나 세척력 왕성한 세제를 가지고 하는건 아니라는 것이다. 깨끗한 마음을 가지기 위해 청소를 열심히 해야 하고, 또 그런 마음이 없다면 청소 같은 단순 노동 역시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무념 무상, 단지 깨끗히 하자는 일념으로 스님들이 매일 매일을 쓸고 닦기에 절이 그렇게 정갈하게 늘 유지될 수 있는거란 스님의 말씀에 고개가 끄덕여 진다. 역시 인간의 힘 말고는 그런 정갈함이 나올 수 없는 것인가 보다 싶어서다. 한편으론 그럼 그렇지 싶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론 약간 실망스럽기도 했다. 대단한 청소 비법을 알려 주시는 줄 알았기에 말이다. 하긴 그런걸 바라고 있어서 어쩜 우리 집이 그렇게 정갈하지 못한지도...


거기에 스님이라서 그러신지, 청소하는 것의 장점을 이렇게 설파하신다. 주변을 깨끗하게 하지 않으면 마음도 깨끗해지지 않는다고 말이다. 마음을 비우고, 마음을 정갈하게 하고 싶으면 , 일단 당신의 주변부터 치우라고 말이다. 쓸데없는 물건을 쌓아두고, 집착에 매달리고, 청소 같은 것이 쓰잘데기 없는 시간 낭비라고 생각해서 게을리 한다면 결국 당신의 마음도 그렇게 지저분해 질 것이라는 조언을 담아서...당신은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에, 좋은 환경에 있어야 한다는 말씀에 정말로 공감했다. 아마도 내가 청소를 잘 하고 싶은 마음 역시 거기서 출발하는 것이니 말이다. 더 좋은 환경, 더 괘적한 환경에서 살기를 원한다는건 나쁜게 아니니까. 


청소하는 법을 배우려 책을 들었는데, 아무래도 저자가 스님이시다 보니, 마음을 다스리고 정화하고, 수행하는 법도 함께 들려 주시고 있었다. 청소와 마음 수행이라... 전혀 연관이 없어 보이는 두 개의 사항이 실제로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재밌었다. 실제로 절에서는 스님들이 제일 먼저 들어와서 배우는 것이 청소하는 법이라고... 청소라는 기본부터 잘 해야 더 복잡하고 까다로운 수행 역시 힘들이지 않고 해낼 수 있다는 가르침이라는데, 일리가 있지 싶다. 몸을 움직여서 무언가를 해내는 법을 배우지 못하는 한 과연 무엇을 제대로 해낼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런 점들이 좀 걱정이 되긴 했다. 과연 요즘 같은 시대에 그런 정신을 배우려 수고하는 젊은이들이 있을까 싶어서다. 이러다 보면 절에 더이상 스님들이 남아나지 않는 그런 시대가 도래하는 건 아닐까 그런 노파심이 잠깐 들었다. 


하여간 골자는 이렇다. 청소를 열심히 하자. 요령 피우지 말고, 잔꾀 부리지 말고. 그날 그날 미루지 말고. 가장 간단한 레시피 같아 보이지만, 어찌보면 가장 어려운 레시피가 아닐런지...어쨌거나 나는 오늘부터 스님의 조언대로 청소를 좀 빡시게 해 볼 생각이다. 며칠이나 갈지 모르겠지만서도, 스님의 말씀에 의하면 한 100일만 계속 해보면 그다음엔 만사형통일 거라 하신다. 뭐.일단 일주일만 해보고...나는 절에 사는 스님은 아니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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