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읽는 건강 브리태니커 - <한 권으로 읽는 브리태니커> 저자 제이콥스의 760일 죽기 살기 몸 개조 프로젝트!
A. J. 제이콥스 지음, 이수정 옮김 / 살림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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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세 아이의 아빠가 된 저자 A.J. 제이콥스는 마흔이 넘자 슬슬 자신의 건강에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적어도 아이들의 성장 사진 속에 자신이 들어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던 그는 이참에 자신이 잘 하는 일에 도전해 보기로 한다. 이른바 건강 챙기기 프로젝트에 나선 것이다. 지적이면 지적으로--브리태니커 통채로 읽기를 의미-- 영적이면 영적--성경대로 살아보기 1년을 의미--으로 한번 무언가를 시작했다 하면 불독처럼 끝장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이 사내가 본격적으로 자신의 건강을 챙기기에 나섰다. 기대 되지 않는가?  일단, 그가 다른 것도 아니고 건강을 챙기기로 했다는 점에는 응원의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더군다나 그 계기란 것이 다른 것도 아니고 아이가 성장할때 까지는 옆에 있어 주고 싶은 부성애때문이라니...흐믓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고, 그리고 공감도 갔다. 나도 조카가 태어 난다고 하니 가장 걱정 되는 것이 내가 건강해야 할텐데 라는 걱정이었으니 말이다. 그래야 조카가 클때까지 잘 놀아줄 수 있을 테니까. ( 저자와 나는 사서 미리 걱정하는 타입이라는 점에서 진짜 많이 닮았다. 그래서 내가 제이콥스를 좋아하는 듯...) 그래서 그의 이번 프로젝트가 그가 전 프로젝트 못지 않게 의미있고 흥미로웠다. 과연 그는 20대의 건강을 되찾았을 수 있을까? 이미 긴장이 빠져 버린 몸에 생기를 불어넣는 일이 가능하기는 할까? 나 역시도 그 못지 않게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그렇다면 그의 실험엔 어떤 소득이 있으려나? 제이콥스의 죽기 아니면 살기로 건강해보기 프로젝트 760일에 들어가 보기로 하자.


일단 이 양반이 꼼꼼하고 체계적이라는 점은 건강 챙기기에도 여전했다. 해서 그는 분야별로 나누어서 조목조목 따져 보기로 한다. 위에서부터 심장, 귀, 엉덩이 , 면역체계, 생식기, 신경계,대장, 뇌, 내분기계, 치아, 발 , 폐, 피부, 눈등등...이렇게 열거하고 보니 이 조그만 몸 안에 참 많은 기관이 있구나 싶다. 평소엔 의식을 못하고 살지만서도, 몸의 어떤 것 하나의 기능 없이는 건강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모든 분야를 꼼꼼하게 점검하는 그의 태도가 옳다고는 본다. 물론 만약 내가 그의 아내라면 어느 선에서부터는 분명 짜증을 냈었을 것 같지만서도...하여간 그는 내놓라 하는 다이어트 전문가, 다양한 헬스 강사, 하버드 대학 교수들, 존 홉킨스 대학교 연구원들, 명상가 등등을 일일히 찾아 다니면서 조언을 구한다. 특히나 그의 건강 챙기기 프로젝트를 누구보다 반겼다는 그의 고모 마티 여사도 그의 조언자 목록에 이름을 올린다. 휴대폰의 위험성에 대해 일장 연설을 늘어놓았다는 일화에서 보듯 그녀는 조금은 극단적인 자연식주의자이다. 유기농과 채식 분야의 전문가인 그녀는 까칠한 캘리포니언식 건강식에 대한 아낌없는 충고를 퍼부어준다.  거기에 마음 먹고 일어서지 않으면 12시간도 거뜬히 앉아 있을 수 있다는 그의 자랑처럼, 그는 책상에 앉아 광범위한 건강에 대한 정보를 모으기 시작한다. 읽기만 하면 어디 제이콥스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읽은대로 그는 실천에 나서기로 한다. 다양한 건강 관련 조언들을 시도해 본 결과 그는 드디어 모종의 결론을 내리게 되는데...


잘 아시겠지만 건강에 대한 것만큼 우리의 공통된 관심사가 드물다. 그래서 매일 뉴스 레터를 읽다 보면 건강에 관련한 이야기가 늘 연재 되는걸 볼 수 있는 것일 게다. 문제는 이 저자도 곧 깨달았듯이, 건강에 관련한 상충된 정보들은 넘쳐 나는 바람에 종래에는 어떤 것을 믿어야 할지 난감해 진다는 것이다. 일예를 들자면 이렇다. 야채를 먹어라. 감자는 먹지 않는게 좋다. 그래도 채식을 하라. 살을 빼려면 육식만 하는게 좋다. 다이어트를 해라, 지나친 운동은 건강에 특히 관절에 좋지 않다. 세균을 멀리하라. 너무 깨끗한 환경은 면역체계에 좋지 않다. 뇌가 건강해 지려면 언쟁을 해라. 타인과 불화하는 것은 스트레스를 유발해 부신에 좋지 않다. 건강한 마실 것들은 맛이 좋지 않다. 맛이 나쁜 음식은 몸에 좋다. (진짜?) 맛이 나쁜 음식은 스트레스를 유발해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손잡기는 스트레스를 줄여준다. 아내의 손을 너무 많이 잡았더니 아내가 째려 본다...기타등등...이 저자가 어떤 딜레마에 처했는지 아마 한눈에 보이실 것이다. 과연, 이렇게 건강 정보들이 넘쳐 나는 시대에, 우리는 어떤 것을 기준으로 삼아서 우리의 건강을 챙겨야 하는 것일까? 저자는 이 모든 과정들을 거친 후에 이런 결론을 내린다. 극단적인 방법이 아닌--주스 단식이나 커피 관장 같은 것 말이다.-- 상식적인 선에서 건강을 챙기는게 몸에도 맞는다는 것 말이다. 그러니까 상식적이지도 않고 극성맞아 보이는 방법들은 사용하지도 권장하지도 않는것이 종국에는 이롭더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역시 그다운 균형잡힌 결론이다. 이런 합리적인 태도 때문에 그가 어떤 극단적이고 황당한 도전을 한다해도 믿고 그의 책을 읽게 되는 것일게다. 아무리 방황을 한다해도 삼천포로 빠지는 일은 없다는건 작가로써 얼마나 다행스런 재능인지...그가 존경스런 이유중 하나다.


그의 다른 저서들 보다 쉽게 읽힌다. 복잡할게 없어서도 그렇고, 몸에 관련된 것이니 모르는게 없어서도 그럴게다. 유머 감각이야 물론 여전히 수준급이시고, 본인을 몰모트 삼아서 열심히 실험에 임해 주시는 자세는 존경스러울 정도였다. 어떻게 하면 건강을 챙길까? 건강하게 사는 특별한 비법이 혹시 있을까? 라는 생각으로 보게는 됐는데, 보고 나니 뭐, 건강에 대한 색다른 정보를 얻게 된 것은 없지 싶다. 어찌보면 그것이야말로 이 책이 주는 진정한 정보일지도...그저 꾸준히 관리하는 수밖엔 없다는 것 말이다. 거기에 의외의 반전이 마지막에 들어 있었는데, 솔직히 살짝 놀랐다. 열혈 건강 전도사였던 마티 고모가 급성백혈병으로 64세의 나이로 타계하신 것 말이다. 하도 까탈스럽게 건강을 챙기시길래 이 책에 나오는 다른 누구보다 오래 사실 줄 알았는데, 책이 완성되기도 전에 돌아가시다니, 진짜 의외였다. 그 사실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쓴 저자의 용기에도 놀랐다. 아마 저자 자신도 남몰래 의문을 품었던 것이 아니었을런지...건강이건 수명이건 간에, 내가 잘 한다고 해서 주어지는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우리는 건강이나 수명을 잘 산 것에 대한 상처럼 생각하지만서도, 실은 때론 그렇지도 못하다는 것이 어쩜 인생사 아니겠는가. 모든 만사가 그렇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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