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노사이드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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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 책을 읽어본 리뷰어들이 재밌다고 하길래 기대 많이 하고 본 작품. 역시나 기대를 많이 해서인가, 기대만큼 재밌진 못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난 이 작가하고는 연대가 맞지 않는가 보다. 그에게 에도가와 란포상의 수상의 영광을 안겨준 <13계단>도 읽긴 했는데, 작가 이름을 기억할만큼 임팩트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고,  <그레이브 디거>는 초반 몇 페이지를 읽고는 집어 치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 작가가 다카노 가즈아키라는 말을 들었을때 글쎄,  내 마음에 들려나 반신반의했는데, 역시나...마음이 들지 않는다. " 왜 이런 걸까요? " 라고 누군가를 붙들고 묻고 싶어질 정도다. 다들 좋다는데 말이다. 가을을 타나? 그래서 모든 책들에 이렇게 심드렁한가? 확실히 요즘 슬럼프다. 마음에 드는 책을 오랫동안 만나지 못하다 보니 살짝 우울해지려고도 한다. 괜찮은 책을 빨리 찾지 않아내지 않으면 정신상태마저 위태로워 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하여간 내 정신 상태에 별 도움을 주지 못했던 책 < 제노사이드>의 간단한 분석에 들어가 본다면...


이야기는 대충 두가지 갈래로 이어진다.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약학 대학원생 고가 겐토는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자 황망해진다. 그것보다 더 그를 당황하게 한 것은 장례식후 날라온 아버지의 비밀스런 메일, 아버지가 생전에 그에게 남긴 지령(?)을 마지못해 따라가던 겐토는 아버지가 비밀 장소에서 연구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곤 자신이 연구를 끝내지 못할 시를 대비해 아들인 겐토에게 그 임무를 맡겼다는 것을 알고는 깜짝 놀란다. 하지만 놀라고 있을 사이도 없이, 그 연구가 한달 안에 끝내줘야 하는 것이며, 경찰마저 그를 쫓자 그는 어찌 해야 좋을지 난감하기만 하다. 사태가 여의치 않으면 그만 둬도 좋다는 아버지의 유언을 따를까도 싶었지만서도, 아버지가 하던 연구가 불치병 아이들을 살릴 수 있는 약이라는 것을 알게 된 그는 불굴의 사명감이 불끈 솟는다. 하지만 과연 며칠전만 해도 듣도 보도 못했던 생소한 연구를 단지 사명감 하나 만으로 성공시킬 수 있을 것인가? 그는 아버지가 남긴 유산에 기대 보기로 하는데...


한편 불치병에 걸린 아들이 죽어간다는 말에 어떻게 해서든 그 시간을 연장해 보려는 조너선 예거는 위험한 용병 임무에 사인을 하게 된다. 아들을 살리는데 엄청난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들의 임무가 무엇인지 윗선에서 알려 주려 하지 않는다는 것, 결국 잠입지인 콩고에 도착해서야 그는 4명으로 구성된  소수 정예 팀을 가지고 피그미족 마을을 몰살하라는 지령을 받게 된다. 그들이 모종의 바이러스에 걸렸는데, 그것이 전세계로 확산되는걸 막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라는 것이었다. 겉으로는 멀쩡한 사람들을 몰살해야 한다는 것에 기분이 썩 좋지 않았던 콩고 4인방은 거기에 미지의 생물을 만나면 무조건 죽이라는 말에  궁금증이 더해진다. 과연 그들이 무조건 사살하라고 말하는 미지의 생물이란 무얼 뜻하는 것일까? 거기에 왜 워싱톤은 그 미지의 생물이 죽기를 바라는 것일까? 조너선 예거는 석연치 않은 명령에 찜찜하기 짝이 없지만, 아들을 위해 모든 것을 참아 내기로 결심하는데...


신종 인류의 발생을 둘러싸고 그를 보호하려는 세력과 없애려는 세력들 사이의 전쟁을 스릴러 형식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거기에 그 신종 인류가 자신의 뛰어난 --인간의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은 지적 통찰력으로--지능으로 불치병에 듣는 신약을 개발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그런 이야기도 담고 있었다. 단점이라면 신종 인류와 불치병 신약 사이의 연개가 어딘지 작위적으로 느껴진다는 점과 ET의 새로운 버전처럼 보이는 신종 인류라는 것에 대한 신빙성 부족,그리고 미국 대통령등 워싱톤을 둘러싼 설명의 애매함등을 들겠다. 즉, 이야기 자체로는 그다지 매끄럽고 설득력 있게 써내려간 작품은 아니었다. 짜임새 있어 보이지도 않았고 말이다. 다만 탄복했던 것은 이 책 하나를 쓰기 위해 작가가 수고했을 노력들이 대단해 보인다는 것 정도. 자신이 알기 어려운 분야일텐데도, 그럴듯하게 보이기 위해 이런 저런 사전 작업을 한 것이 두드러져 보였다. 자신이 알고 있다는 것에 대한 어느 정도의 확고한 자신감이 아니라면 아프리카와 생화학을 다룬 책을 상상력 만으로 써내려 갈 수 없었을 거란 점에서 작가의 치밀함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적어도 일본에서 벗어나 상상력을 확대하려는 시도가 좋아는 보이더라. 그게 잘 되었다면 더 좋았겠지만서도,  하지만 그럼에도, 다분히 일본적인 소설이었고, 일본에서 벗어나진 못한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역시나 세계적으로 먹히는 책을 쓴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인가 보다. 어쩜 가장 세계적인 것은 무대를 넓히는 것에 있는게 아니라, 얼마나 공감대를 사는 문장을 써내는 것인가에 달린게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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