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학과 교수이자 소설가인 마이클의 아버지 찰스, 그는 지성은 높을지 모르나 좋은 가장이자 남편은 못되었다. 아들에겐 교양과 정직을 외치면서도, 그는 정작 아내와 자식에겐 아무렇지도 않게 모욕적인 언사를 서슴치 않는다.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힘든 성장기를 보낸 마이클은 오랜만에 집에 돌아오는 여정이 불편하다. 인기있는 소설가가 되었지만 아버지에겐 여전히 반푼이일 뿐인 그는 집이 가까워질수록 새록새록 떠오르는 비참한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괴롭다. 하지만 그 날은 어머니의 대학 졸업식날, 아버지와 대립할때마다 그를 감싸주던 엄마 덕에 여지껏 살아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로써는 못마땅해도 돌아와야만 하는 자리였다. 게다가 그는 이번에 기억속에 생생한 어린 시절의 상처를 고스란히 담아 <반딧불이 정원>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내려 한다. 그 속엔 위선적이고 폭력적인 아버지로 인해  고통받는 유년기가 그대로 그려지고 있었고, 그가 아무리 픽션이라고 우긴다 해도 그것이 그의 자서전이라는걸 눈치챌 수 있게 쓰여져 있었다. 가족들의 이야기가 담긴 것이니 그들의 말을 일단 들어보려 하는 마이클, 물론 찰스가 쓰고 다니는 가면이 벗겨지는 충격도 만만찮을 것이겠지만, 유년 시절의 상처를 헤집어야 했던 마이클로써도 그것이 그리 속편한 것은 아니다. 아내와 별거중이라 가뜪이나 마음이 안좋은 그는 공항에 내려 집으로 가는 도중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즉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나마 아버지와의 사이를 중재해주던 존재가 사라지자, 마이클과 찰스의 갈등은 폭발 일보 직전이다. 과연 이 두 부자는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고 화해를 할 수 있을까? 아들과 아버지는 오늘도 여전히 상대가 못마땅하기만 한데...






어머니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인해 자신의 어린 시절의 고통과 마주할 수밖엔 없었던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고통스런 어린 시절을 다감하게 만들어 주던 엄마의 존재, 아름답고 현명한 여성이던 엄마와 살면서도 늘 불만투성이던 아버지, 아들은 그런 아버지가 이해되지 않았었다. 하지만 아들의 존재가 못마땅하기는 아버지도 마찬가지...아들을 자랑스러워 하기는 커녕 늘 미심쩍게 생각하는 찰스는 다 큰 아들을 반푼이 취급하는 것으로 자신의 경멸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자신의 아내의 장례식을 앞두고서도 말이다. 다사로운 엄마의 부재로 인한 부자의 갈등이 심하게 부각되면서 그 갈등이 도대체 어떻게 풀려나갈 수 있을까를 궁금하게 만들던 영화였다. 영화는 왜 마이클이 아버지를 그렇게 싫어하며, 아버지란 사내는 왜 그다지도 가정적인 것하고는 거리가 먼 사내였는가를 설명하는데 많은 부분을 할해한다. 더이상 그가 괜찮은사람이라는 환상을 가질 수 없도록 말이다. 그렇게 고통받던 유년기가 지나고, 성장한 아들은 이제 그 고매하기 짝이 없는 아버지를 고발하려 한다. 하지만 아들이 모르는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그 아버지가 이젠 늙었다는 사실이다. 거기다 그를 지켜주던 아내 마저 떠나 버리고 없자 그는 빈강정처럼 텅 비어 버린다. 아버지는 이제서야 자신이 못난 아버지 였다는 사실을 뼈아프게 깨닫는 듯 보이는데...

시종 잔잔하게 흘러가던 영화였다. 심각한 갈등마저도, 파국에 이르기 전까지만 보여주기 때문에 그다지 극적으로 보이진 않는다. 아버지와 아들이 그들의 평생의 업인 갈등을 풀어내는 과정을 보여주려 한 듯 한데, 출중한 배우진들에 비해 극본이 아무래도 조금 달리지 않는가 한다. 종종 이해가 되지 않는 장면이 나오고, 이야기의 맥이 난데없이 끊어지는데다, 그마저도 자연스럽게 나중과 연결이 되지 않아서 어리둥절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거기에 뜬금없는 들어간 몇몇 장면들은 왜 그런 장면이 들어가 있어야 하는지 당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예를 들자면 오랜만에 만난 이십대 이모가 십대 조카에게 속옷 바람으로 나타나는 장면이나, 아들 내외가 엄마의 장례식장에서 굳이 섹스를 하는 씬같은거 말이다. 그런 장면들이 꼭 필요했을까? 진짜 그럴 가능성이 있는 것인지도 의문이지만서도. 나는 조카건 동생이건 간에 옷 정도는 제대로 차려 입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말이다. 왠만한 보통 사람들에겐 그 정도의 상식은 있지 않나? 거기에 엄마 장례식에서 아버지가 추도사는 하는데 섹스라니... 적어도 슬픔에 정신이 나가서 섹스 정도는 생각이 안 날 것 같은데 말이다. 그러면서도 엄마를 몹시 사랑했다고 주장하는 아들의 말에 동의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 좀 어이없었다.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 라는 문제에 대해 반면교사로 이런 것은 절대 하면 안 되겠다 라는걸 보여주던 영화. 하지만 솔직히 좀 무언가 부족하지 않았는가 한다. 마지막에 갑작스럽게 아버지와 화해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것도 난데없었고 말이다. 영화를 끝내야 하기에 억지로 화해를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보다 설득력 있는, 짜임새 있는 극본이었다면 훨씬 더 좋은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어 아쉬움이 남는 영화였다. 적어도 배우들의 연기력만큼은 안정되어 보였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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