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1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 착수 미생 1
윤태호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동생의 추천으로 보게 된 만화인데, 직장인들의 바이블이라고 불릴만한 책이었다. 제목이 우선 의미심장하다. 미생...아직 살아있지 못함. 바둑에선 두 개 이상의 집이 있어야 살아있다고 하는데, 그전까지는 살아있지 못함으로 처리한다고 한다. 그 작은 두 집을 확보하기 위해 철저히 노력해야만 비로서 살아있음으로 봐준다는 것이다. 그런 것이 어디 비단 바둑뿐이랴. 직장에서도 그렇고 ,인생에서도 그렇고... 자신만의 무언가를 갖기 전에는 그 누구도 살아있다고 말하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겠지.  이 만화는 어릴적 바둑의 신동 소리를 듣던 장 그래가 입단에 실패한 뒤 회사에 들어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비록 바둑에는 실패했지만 이제 새로운 분야에서 자신의 집 두개를 마련하기 위해 도전하는 길, 그는 그저 저 많은 불 빛들 중에서 자신만의 빛 하나를 갖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고졸 출신에 평생 해온 것이라곤 바둑밖엔 없는 신입이, 과연 어디까지 해낼 수 있을까? 아마도 그건 본인만이 알아낼 수 있는 것이겠지. 처음엔 회사에 취직이 된 줄 알았던 장 그래는 자신이 2개월짜리 인턴으로 온 것이며, 다른 쟁쟁한 인턴들과 경쟁을 해서 뽑혀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당연히 주눅이 들어 어쩡쩡한 그에게 하지만 회사란 사회는 많은 것들을 가르쳐 준다. 운 좋게도 인간적인 면모가 살아있는 영업 3팀에 배정이 된 그는 점차 주변을 익혀 나가게 된다. 상사인 오 과장과 김 동식 대리의 적절한 가르침 덕분에 간신히 하루 하루를 연명하고 있던 그는 인턴들과의 P.T 면접에서 한 석률이라는 현장주의자와 팀을 이룸으로써 핵폭탄 처리반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다. 자신이 힘이 얼마나 되는지 가늠조차 하지 못하는 직장 초짜들이 무모한 열정 하나만으로 아득 바득 버티는 곳에서 과연 이 전직 바둑연습생은 어떻게 살아 나가게 될 것인가? 그의 파란만장한 직장 적응기를 보게 되는 것이 바로 이 만화의 관전 포인트로, 무엇보다 디테일한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것이 장점이다. 마치 내가 장 그래가 되서 직장 초년생이 된 듯 공감하기 어렵지 않았으니 말이다. 아, 그런 점은 정말 힘들겠구나, 내진, 이런 상황이라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답이 없긴 하겠네...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하지만 답이 없다고 해서, 공정하지 못하다고 해서, 부당하다고 해서, 배신을 당했다고 해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수 만은 없는 것이 인생 살이 아니겠는가. 해서 장 그래는 열심히 생각하고 답을 내며, 자신만의 인생의 바둑을 두어 나가기 시작한다. 그리곤 깨닫는다. 인생의 바둑 역시 좁은 바둑판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자신이  별다른 재능이나 프리미엄이 없다고 생각했던 장그래는 바둑판에서 배운 통찰력이야말로 회사생활에 쓸모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게 바둑판에 대입해서 직장 생활의 수를 가르쳐 주고 있던 것이 바로 이 만화책이었다.


장점들이야 차고 넘치지만, 그중 하나를 꼽으라면 일단 대입이 쉽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당신이 누군건 간에 장 그래란 사람이 마치 나처럼 느껴지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이다. 그래, 초년생땐 이랬지. 직장 생활 처음 할땐 이런 기분이었고, 상사들의 이런 점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지..라는 추억을 떠올리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으니 말이다. 거기에 뭐랄까. 장그래가 직장에 적응하게 되어 가는 과정들에서 보는 카타르시스가 있었다. 볼품은 없지만 열정만큼은 짱짱한 만년 과장 오과장을 비롯해서, 이기적이 아니라는 이유로 여자들에게 인기가 없는 김 대리와 함께 영업 3팀의 팀원으로써 일을 처리해 나가는 과정들에서 보는 쾌감 말이다. 그들이 기합에 들어가 있건, 안 되는 일을 밀어 붙이느라 고민을 하건, 밀어붙였음에도 통과되지 못해 좌절중이건 간에 그들이 한 마음으로 일을 한다는 것이 무척 뿌듯하게 느껴졌다. 아마도 직장 생활이 고되다고 느끼면서도 다들 아침이면 꾸역꾸역 전철을 향해 가게 되는 것은 바로 그런 성취감때문이 아닐런지...직장 생활에서의 힘듦뿐만이 아니라, 그들이 서로에게 의지하면서 도움을 주고 받는 점까지 그려 주어서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초년생으로써는 절대 무시 못하는 직장 고수들의 한 수를 보게 되는 점도 무시 못하는 장점. 새삼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의 위대함을 느끼게 해주었다고나 할까. 이런 일들을 하면서 다들 애쓰고 있구나 싶은 짠함이 물씬 배어나오게 했다. 그런 선배들을 보면서 장 그래가 성장하는 모습이나, 그전엔 몰랐던 자신의 장점을 찾는 모습도 뿌듯하긴 마찬가지로, 그러다 보니 어느덧 나도 모르게 응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별 볼일 없는 영업3팀을 말이다.


흥미진진한 전개를 가진 스토리가 있는 만화고, 등장하는 캐릭터들 역시 개성 만점인데다, 사회 초년생들의 성장기라는 점에서, 조만간 드라마를 통해 보게 되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 아마도 방영된다면 누가 주인공으로 나오건 간에 인기를 끌게 되지 않을까 한다. 직장 생활의 애완을 알고 싶다시는 분들은 들어보심도 좋을 듯...과거를 추억하건, 현재를 반영하건, 미래를 그려보건 간에, 아마도 즐겁게 읽으실 수 있을 것이다. 복잡하기 마련인 직장 생활의 축소판을 보게 되는건 기본이요, 깨알같은 잔재미는 덤에다, 세상을 보는 지혜를 보게 되는 것은 덤에 덤이니 말이다. 통찰력있는 만화를 읽고 싶다시는 분들에게 추천~~! 다음 웹툰에서 현재 연재중이란 점도 알아 두심 유용하실 듯. 아니, 이미 다들 알고 계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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