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함을 드세요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맛있는 음식들을 배경으로, 그 음식을 먹는 다양한 사람들의 사연을 이야기하고 있던 소설이다.<할머니의 빙수>에선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아무것도 먹으려 하지 않자 그녀를 간병하는 엄마와 손녀는 애가 탄다. 그런 할머니가 오래전 먹었던 빙수를 찾는 것 같자, 손녀는 재빨리 그것을 알아채고 빙수를 사러 밖으로 나간다.<아버지의 삼겹살 덮밥>은 미식가였던 아버지의 단골 식당에 들러 청혼을 하던 남녀의 이야기를 <안녕, 송이 버섯>은 10년간의 동거를 청산하는 자리로 마련된 여행에서 맛본 가장 맛있는 송이 버섯에 대한 이야기가,<코짱의 된장국>에는 죽은 엄마를 대신해 된장국을 끓여 온 딸이 시집가는 날의 아침 풍경을 그린 것이다. 그외 치매 걸린 할머니가 남편과 함께 레스토랑의 만찬을 즐기는 풍경과 돌아가신 아버지를 그리면서 기리탄포를 만드는 모녀의 이야기도 실려 있었다. 각각 작은 단막처럼 짤막하게 소개 되는 것이 특징으로, 한가하게 읽기에 적당하지 않을까 한다. 다만 불만이라면, 그다지 재밌진 않았다는 것? 음식에 대한 묘사가 맛깔나고, 그를 먹는 인간들의 사정과 표정이 다양하다고 해도, 소품 정도의 의미가 있을뿐, 읽고 나서 뒤돌아 보면 잊혀질만한 에피소드들이 아니었는가 한다.


딱 일본스러운 이야기. 흥미로운 것은 이 일곱개의 이야기 속에서도 작가의 생각을 어렴풋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겹치는 이야기가 있어서 말이다. 추리 소설의 단서처럼 그걸 이어 본다면, 아마도 저자에겐 치매에 걸린 누군가가 가족들 중에 있는게 아닐까 했다. 아니면 관심이 많거나....하지만 실제로 간병은 하지 않았던 듯. 왜냐면 치매 환자에 대한 생각이 관념적이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정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뜻. 거기에 작가가 40 근처의 나이가 아닐까 추측되는데, 작품들 중 2개의 여자 주인공이 그 근처라고 소개되고 있었기 때문. 삼겹살 집에서 청혼을 하는 커플을 제외하고는 다들 외롭고, 소외되고, 슬픈 사람들이 많다는 점도 특징이었다. 마치 이런 사람들이기에 그나마 위로가 될만한 것이 음식이라는 것을 보여주려 하는 듯했다. 음식을 따뜻할때 먹어야 한다는 지론이 있어 보이던 작가. 그것만은 마음에 들었다. 그래, 때론 음식이 우리를 구원해 주기도 하지. 음식이 가져다 주는 포만감과 따스함이야말로 우리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힘을 내는 잠시의 위안제이니 말이다. 그런 감상에 잠시 젖게 했던 소설책, 한가하게 읽을 거리를 찾는 분들에겐 괜찮치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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