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으로 대학을 다니고 있던 하나는 강의실에서 늑대처럼 홀로 떨여져 앉아 있는 '그' 를 만나게 된다. 외로운 처지의 두 사람은 곧 사랑에 빠지고, '그'는 어렵사리 자신이 늑대 인간이라는 것을 밝힌다. 사랑하기 때문에 그런 것 정도는 무섭지 않았던 하나는 임신을 하고, 곧 연년생 아이 둘이 태어난다. 눈과 비가 오던 날 태어났다고 아이들의 이름을 유키와 아메로 지은 두 사람은 행복에 젖는다. 하지만 둘째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는 그만 사고로 죽고 만다. 늑대가 어떻게 어른이 되는지 전혀 아는게 없던 하나는 늑대 아이를 어떻게 홀로 키우나 걱정이다. 유일하게 남겨진 '그'의 흔적인 운전 면허증을 보면서 하나는 다짐한다. 비록 혼자일 지라도 아이들 잘 키워 내겠다고, 그러니 지켜 보라고 말이다.

하지만 역시 늑대 아이를 키우는 것은 쉽지 않았다. 본인들도 자신이 인간인지 늑대인지 헷갈리는 듯한 아이들은 화가 나거나 신이 나면 순식간에 늑대로 변해서 뛰어다니기 일수다. 늑대로써의 본성이 그대로 남아있었던 것이다. 아이들을 최대한 사람들의 이목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주고 싶었던 하나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머나먼 시골로 이사를 간다. 결심을 단단히 하고 온 사람들도 얼마 버티지 못하고 나간다는 산골에서 하나는 빈집을 수리하고, 텃밭을 가꾸면서 아이들을 키워 나가기 시작한다. 처음엔 하나 가족을 삐딱하게 바라보던 사람들도 하나의 진지함과 열성에 감화되어 점차 그녀를 도와주기 시작한다. 하나가 산골에서 점차 자리를 잡아나가는 사이 아이들 역시 무럭무럭 자라난다. 외향적이고 겁이 없는 큰 아이 유키는 부산하기 그지 없고, 둘째 아메는 남자 아이임에도 내향적이고 소심하다. 학교 갈 나이가 되자 유키는 엄마를 조르고 졸라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다. 절대 늑대로 변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하고 학교에 다니게 된 유키는 곧 학교에 적응해서 신나해 하지만, 아메는 좀처럼 누나처럼 적응하질 못한다. 결국 초등학교의 마지막 학년쯤 되자 둘의 차이는 인간과 늑대의 간격만큼 벌어지게 된다. 늑대가 되어 숲에서 살고 싶은 아메와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들 속에서 살고 싶은 유키, 둘의 갈등을 지켜 보면서 엄마는 알지 못할 불안감에 떨기 시작하는데...

<유키와 아메의 어린 시절, 놀다가 집을 어질러 놓은 현장을 보고 계심>          

 <하나 가족의 행복한 한때, 그들이 아직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할 수 있었던 때>

늑대와 인간 사이에 아이가 생기고, 그 아이들을 엄마 혼자서 힘들게 키운다는 이야기의 영화다. 맨처음 영화가 시작되면서 드러나는 화면이 압권이었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오는 장면도...어떻게 저렇게 섬세하고 아름답게 표현을 할까 입이 안 다물어 질 정도로 장관이다. 하지만 애니는 영화다. 그림이 전부가 될 수는 없다. 이야기도 재밌어야 한다는 뜻이다. 해서 이야기가 어떻게 풀려나갈지 궁금했었는데 ,일단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전개해 나갔다는 점에서는 다행이지 싶었다. 특히 하나가 아이들을 위해 산골로 가게 되면서 적응하는 과정들이 볼만했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양육 전쟁만 그린줄 알았는데, 오히려 산골에서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들이 더 흥미진진하게 묘사되고 있었지 않나 한다. 마치 이야기는 이렇게 풀어나가는 것이야 하는 듯, 서두르지 않으면서 하나와 산골 사람들과의 관계가 점점 친밀해지는 과정들을 정겹게 그려내고 있었는데, 그것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결국 영화 초반엔 엄마 혼자 키워낼 수 있을까 한없이 걱정되던 두 아이가 조금씩 조금씩 인간 꼴을 갖춘 어린이로 성장해 가는 모습이 훈훈했다. 거기에 주변 사람들의 인정을 보는 건 덤!  불가능해 보이던 미션을 사랑이란 이름으로 해낸 엄마에게 박수를, 하지만 그렇게 대견한 그녀에게 마지막 관문이 남아있었으니, 바로, 그 아이들의 반쪽 유전자는 늑대라는 것, 해서 자신의 본능을 잃어버리지 못한 아메는 결국 엄마와의 충돌이 불가피하게 된다. 과연 하나는 무엇을 선택하게 될 것인가?

                          <아이들의 키를 재고 있는 하나, 아이를 가진 부모라면 이런 장면들이 익숙하실 것이다.>


아이들을 키웠던 12년이 꿈이나 동화같았다고 말하는 한 엄마의 회상기다. 딸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이 양육기는 늑대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라는 변칙성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키우시는 분들에게 아주 아주 익숙하게 들려온다. 늑대의 아이건 인간의 아이건 간에 키우는 것이 쉽지 않은건 마찬가지니 말이다. 그래서 자신이 낳은 아이가 결코 자신과 같을 수 없으며, 언젠가는 그를 보내 줘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 가는 하나의 여정이 매우 쉽게 공감이 되었다. 아이를 놔주는 것이 올바른 길임을 , 자신이 아무리 막고 싶다해도 막아선 안 되는 것임을 결국엔 받아들여야 하는 것 또한 어른이 해야 할 일이니 말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더 보호해 줘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누구에게나 때가 오는 법 아니겠는가. 그가 자신의 길을 간다고 나섰을때 막아설 순 없다는 것을 , 설령 그것이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 엄마라 할지라도 말이다.


걸작이라는 말에 보긴 봤는데, 그저 괜찮다 하는 정도였다. 그래도 중반까지는 재밌게 보긴 했는데, 중반 이후로 마무리가 어째 밋밋하게 흐르는 듯했다. 아무리 내가 낳은 아이라도 나와 다른 존재이니 그의 성장과 선택을 존중해줘야 한다는 주제에는 백번 공감하지만서도, 다만, 그것이 그다지 감동적으로 다가오진 않더라. 아마도 내가 그걸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해서 그런 것인진 모르겠지만서도, 아니면 엄마인 적이 없어서? 하여간 모자의 이별 장면에 눈물을 흘리시는 분들도 있는데 나는 전혀 상관없이 말똥 말똥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면서 든 불평 하나. 누가 이걸 전체 연령가로 해놓은 거야? 이게 전체 연령가라니, 그럼 유치원생이 봐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란 말야? 적어도 12살이나 15살은 되어야지나 이해가 될 듯 싶은 영화를 전체 관람가로 해놓다니, 7 살인 조카랑 갈까하다 혼자 갔는데, 보는 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마 데리고 갔었다간 매우 미안해 하면서 영화관을 나왔을 테니 말이다. 하니, 제발, 전체 관람가는 진짜로 전체가 관람할 수 있는 것에만 붙여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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