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이 넘어서도 아버지 정육점에서 배달일을 데이비드 우즈냑은 걸어다니는 사고 뭉치다. 일을 시켜도 제대로 해낸 적이 별로 없는 그를 가족들 이하 주변 사람들은 갈구기 바쁘다. 그럼에도 꿋꿋이 자신의 페이스로 일을 해나가는 그에게 남 모르는 걱정 거리가 있으니 바로 오래전 진 빚 때문에 깡패들이 쫓아 다닌 다는 것. 어떻게 해서든 빚을 청산하기 위해 이모 저모 노력을 하긴 하지만, 자신의 이름으로 된 것이 아무것도 없는 그에게 돈을 꾸어줄 멍청이가 세상 천지에 있을리 없다는게 문제다. 혹시 돈벌이가 되지 않을까 싶어 대마초의 수경재배까지 시작했건만, 그의 바람과는 달리 잘 자랄 생각이 없는 녀석들때문에 그는 애가 탄다.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어디서 돈을 구해오나 걱정하고 있을 즈음 그에게 청천벽력같은 소식 두가지가 전해진다. 한가지는 여자친구의 임신 소식이고, 다른 하나는 그가 20여년전 정자 은행에 팔았던 씨(?)들이 모두 장성을 해서 그를 찾는다는 것. 자식이 한 명 생길 거라는 소식에도 가슴이 폭삭 내려앉았던 데이비드는 자신의 자식이 이미 533명이나 있다는 사실에 경악을 하고 만다. 그리고 그 중 142명이 자신을 알고 싶다며 소송을 걸었다는 말에 어안이 벙벙해진다. 곧바로 동네 변호사 친구를 찾아간 데이비드는 절대 자식들을 만나지 않겠노라고 선언을 한다. 데이비드를 변호하게 된 폴은 그의 자식들에 대한 정보가 담긴 서류를 건네주고, 아무 생각없이 그 중 하나를 뽑아든 데이비드는 깜짝 놀라고 마는데...

부모님을 이태리 여행에 보내 드리느라 빚을 진 한 청년이 있다. 그에겐 돈이 간절히 필요했지만 배운게 없는 그에게 호락호락 돈을 빌려준 사람은 없었다. 결국 정자은행에 가서 스타벅이란 가명으로 자신의 정자를 팔게 된 청년은 그 이후로 그 일을 까맣게 잊어 버린다. 그 자식들이 그를 찾기 전까지는 말이다. 해서 하루아침에 어마어마한 숫자의 아이들의 아버지가 된 중년의 사내가 이 황당한 상황에 당황하는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는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 나갈 것인가. 이것이 그에겐 불행일까 , 아니면 행운일까. 처음엔 기 막혀 하고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딱 잡아떼던 사내가 결국 자신 안에 있는 부성을 자연스럽게 깨달아 간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뜬금없이 자식이라고 나타났다. 과연 그 아이들에게 부성을 느낄 수 있을까? 라는게 의문이었는데, 주인공이 하도 정이 많은 사람으로 나와서 그런가, 그 점을 설득하는데 무리가 없더라. 아주 자연스럽게 그가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이해가 가도록한 것이 이 영화의 장점. 예를 들어보자면 자신의 아이들 중 하나가 축구 유망주라는걸 알게 된 데이비드는 당장 축구장에 달려간다. 그리곤 경기 내내 안절부절 못하면서 경기를 주시한다. 그 전날까지만 해도 전혀 상관없는 아이었는데도, 자신의 아이라는걸 알게 된 후에 그렇게 달라진 것이다. 우습지 않는가. 하지만 그게 너무 그럴 듯 했다. 실제로 자신이 아는 사람이 경기장을 누비고 다니면 경기를 보는 눈이 달라지는 법이니 말이다. 그걸 시작으로 해서 자신의 아이들을 차례로 찾아 다니면서 조금씩 도움을 주는 데이비드. 딱히 아버지 노릇을 하겠다는건 아니지만, 그보단 수호천사격의 착한 사람으로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모습들이 감동적이었다. 아마도 자신이 아버지라 생각하지 않았더라면 그런 선행을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이에게 눈길을 보내는 사람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누가 알았으리요. 그에게 진한 부성이 내재해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결국 자신의 아이들을 돌봐 주다가 조금씩 조금씩 자신을 성장하게 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기특했다. 아이들을 대하면서 비로서 자신이 어른이 되었다고나 할까. 아마도 아이들이 아니였다면 그가 철딱서니 없는 민폐형 띨띨이에서 벗어날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아이들을 돌보려면 책임감 있는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아이들이 나타나기 전에는 알지 못했었으니 말이다. 그걸 자연스럽게 깨달아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관람 포인트, 주고 받는 대화들이 재치있고 유머스러워서 남세스러운 소재임에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감동적인 가족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마음에 드실지도. 물론 적어도 15살은 넘어야 하겠지만서도 말이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면서 만약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모든 아이들을 제 자식처럼 생각한다면 세상이 얼마나 좋아질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자식과 네 자식의 그 현격한 거리가 이 영화를 통해서도 증명되고 있었으니 말이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동서양 공통이라는것을 깨닫게 해준 영화. 아이를 싫어하시는분들은 한번 보심도... 왜 아이를 가진 부모들이 그렇게 내 자식 내 자식 하는지, 그 마법을 이해하게 될 수도 있을테니 말이다.

< 내 아이들이 소중하다는걸 알게 되자 남의 아이들의 안전에도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 데이비드>

< 자식들 중 하나를 따라 얼떨결에 들어간 호텔에서 데이비드는 그곳이 자신을 찾는 자식들의 모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자식이라는 것을 알고는 감동받아 울컥하는 데이비드. 그가 얼마나 마음이 약한 사람인지 보여주던 장면으로 , 아마도 이런 장면 때문에 아무도 그를 미워하지 못하는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