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per Man (Mass Market Paperback)
Pratchett, Terry / Harper Torch / 2002년 2월
평점 :
절판


디스크월드계의 공식 죽음의 사자인 Death 는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휴가를 가게 된다. 그동안 인간이 벌이는 일들을 냉정하게 바라만 보아 온 Death 는 자신의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기꺼이 인간사회 일원으로 잠입을 시도 한다. 칠순이 넘은 과부 노랭이 농부집에 우연히 들르게 된 Death는 일자리를 찾느냐는 말에 솔깃해 한다. 먹여주고 재워 주는 조건으로 농장에서 일을 하게 된 Death는 다들 힘들어 하는 추수에 투입이 되지만, 알다시피 추수라면 그의 전매특허 아닌가. 갈고리를 가지고 신공의 묘기를 보여주는 그에게 다들 놀라고 만다. 난생(?)처음 인간과 생활하면서 궁금증을 해소해 가는  Death , 그가 점차 인간 사회에 적응을 해가는 반면 , 이상한 기운이 감도는 그에게 사람들은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한편 Death의 스릴 넘치는 생활과는 달리 인간 세상은 시쳇말로 아수라장이 된다. 죽은 자를 거두어 가는  가 사라졌으니 안 그렇겠는가. 인간 사회에 소동이 발생하리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 특히 130여년동안 죽음만을 기다리다 드디어 죽을 날짜가 도래하자 미리 거하게 쫑 파티까지 열고 죽음을 축하했던 마법사 윈들은 죽은 다음 날까지도 여전히 자신이 현세에 남아 있아 있자 펄펄 뛴다. 그간 비교적 착실하게 살아왔노라 자부하던 그는 죽음이 자신을 데려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예상치 못했던 것이다. 현 상황에 대해 자존심 상해하고 분노하던 윈들은 혹시나 자신이 아직 죽지 않은 것이 아닌가 해서 다른 경로로 죽는 방법을 모색해 보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는걸 알아낸 윈들은 결국 다른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


죽음을 이렇게 경쾌하게도 다루다니..역시나 테리 프래쳇의 기발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 싶다. Death라는 가공의 인물을 만들어 내곤, 그가 지극히 단순한 호기심을 가진 존재라는 설정 하나만으로, 그가 가진 호기심을 풀어가는 과정속에서 벌어지는 소동들을 지극히 유쾌하게 때로는 박장대소하게 만들면서 그려내고 있었다. 죽음을 다루는 자에게도 휴식이 필요하며, 죽음을 다루다 보니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냉정하기 그지 없는 존재가 될 수밖엔 없었지만서도, 어떤 면에서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그의 모습에 고개가 끄떡여 지도록 만드는 것은 그야말로 테리 프리쳇만의 신공일 수도... 하여간 인간이 죽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라는 것에 대해 이 책보다 더 유쾌한 소동은 못 본 것 같다. 게다가 죽음이 오지 않는다고 분탕질을 하는 마법사라니...정말 이 양반, 사람 웃기게 하는데는 일가견이 있으시다니까. 전혀 심각하지 않게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던 책으로, 중간중간 정말로 기발하게 폭소하게 만드는 테리 프레쳇의 역발상들이 돋보이던 책이었다. 죽음과 닭과의 실갱이라던가--세상에, 난독증 닭이라니,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당연히 죽을 줄 알고 숙연하게 기다리고 있었는데, 자신이 안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수치스러워 하던 마법사 윈들은 또 얼마나 기 막히던지... 도대체 내가 뭘 잘 못했냐고요를  한탄하던 순진한 마법사를 보면서 웃지 않기란 매우 어려웠다. 그나저나 기발한 상상력에 있어선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하고도 남은 작가 테리 프레쳇, 그가 지금은 치매에 걸려 투병중이시라고 한다. 그렇게 영민한 분이...가슴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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