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코넬리의 < 블러드 워커>가 하도 재밌어서 그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있는 중이다. 이 책은 마이클 코넬리의 비교적 초기작으로, 데뷔작 이후에 쓴 책이라는 말에 좀 어설프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물론 지금의 노련함이 없긴 했지만 힘들여 쓴 듯한 테가 역력한 것이, 지금처럼 성공한 작가가 되기 위한 디딤돌 같은 작품이 아니었을까 한다. 더불어 그가 자신의 작품 주인공들을 그저 일회용으로 사용하는게 아니라, 마치 연작의 여러주인공들처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 책의 주인공인 해리 보슈의 경우만해도 그렇다. 그는 <링컨차를 타는 변호사>의 주인공인 마이클 변호사의 이복동생으로 나온다. 이책의 주인공이 다른 책에서는 자문역이거나 형제거나 친구거나, 뭐 이런 상황인데, 작가는 궁극적으로 LA란 도시를 배경으로 거대한 연작을 쓰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했다 .말하자면 책으로 쓰는 연속 드라마라고나 할까? 흥미로운 구성이고, 자신의 주인공들에게 애정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칭찬할만한 시도란 생각이 든다.
잡담이 길었다. 내용은 이렇다. 호텔에서 일주일전에 죽은 듯한 시체 한 구가 발견된다. 경찰 무선기로 그 소식을 전해 들은 형사 보슈는 그가 얼마전 실종된 경찰관 무어일거라 직감한다. 마약 소속 전담 팀장이었던 그는 내사과의 조사를 받을거란 소식이 전해진 뒤 사라졌었다. 그와 일면식이 있었던 보슈는 무어의 죽음을 캐보기로 하나, 엽총으로 머리가 날라간 시체는 자살을 강하게 암시하고 있었다. 침입 흔적이 없는 방안에 지문이라고는 무어의 것뿐이고, 더군다나 뒷 주머니에서 나온 유서 한장은 자살일수밖엔 없다는 결론을 이끌어 낸다. 무어의 죽음을 알리기 위해 그의 아내를 찾아간 보슈는 그녀의 아름다움에 반하고 만다.
한편 무어가 실종되기 전에 자신에게 서류를 남겼다는 사실을 알게된 보슈는 흥분한다. 마약 똘마니의 살해 사건을 수사하고 있던 보슈는 무어에게 조언을 구했고, 뜻밖에도 그는 그에 대한 조사를 해주었던 것이다. 자살할 마음을 먹은 경찰이 자신에게 서류를 넘길 정도로 정신이 온전했다는 사실에 보슈는 의문이 생긴다. 더군다나 무어가 실종하기 전 익명의 멕시코인 시체를 발견했으며, 그 사건이 유야무야 넘어갔다는 이야기를 들은 보슈는 뭔가가 잘못 되었다 생각을 하게 된다. 실종된 멕시코인 명단이 없나 찾아보던 보슈는 익명의 멕시코인이 무어의 고향 사람이며, 그곳이 신종 마약인 블랙 아이스의 본거지라는 것을 알게 된다. 보슈는 무어가 타살된 것이며, 그의 죽음은 마약 거래와 관련이 있을거란 생각에 멕시코로 향한다. 그곳에서 그는 마약 왕이라는 교황에 대한 소식을 듣게 되는데...
작가가 노련하기 전이라 좀 지리하게 끌고 가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스토리 자체는 탄탄했다. 마이클 코넬리가 그냥 하루아침에 작가가 된 사람이 아니며, 또 노력해서 작가가 된 사람도 아니라는걸 알게 해준 작품이 되겠다.--다른 말로 하면 재능이 있는 사람이었다는 뜻--아버지가 없이 자란 아이였던 보슈가 자신과 같은 처지인 무어의 죽음을 캐 나가는 과정이 압권, 단지 추리 소설로써도 괜찮지만, 사람들의 사연을 다루는 솜씨 역시 탁월하지 않았는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