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먼저 버려라
가토 다이조 지음, 김은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1년 1월
평점 :
품절


마음이 건강한 아이로 키우기 위해선, 부모의 세심한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는 것을 설파하고 있는 책이다. 쉽게 쉽게 쓰여져 있어서 이해하기 쉽다는 것이 장점. 그렇다면 마음이 건강하고 행복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선 어떻게 양육을 해야 하는 것일까?


가토 다이조 님의 책을 몇 권 읽어 보았지만, 특징이라면 아이들 입장에서 서술하신다는 것에 있다. 그건 정말로 든든하다. 어른들 입장이 아니라, 아이들 입장에서, 더군다나 본인 자신도 어린 시절 사랑 받지 못하고 억압적인 부모 밑에서 성장하셔서 그런가 그런 점에 있어서 만큼은 철저하시다. 본인이 잘 안다는 것이다. 그것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 말이다. 전문가들 중에서 어린 시절에 학대 당하다시피 키워진 사람들이 나중에 나서서 이렇게 귀중한 경험을 들려 주는 것이야말로 우리에겐 대단한 자산이다. 그들이 아니라면 잘못된 양육 방식들이 옳은 것인양 여전히 선전되고 있을테니 말이다. 그런 잘못된 믿음들이 너무도 많아서 실은 이 사회의 모든 문제들의 뿌리는 바로 가정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싶다. 잘못된 양육 방식이 불행한 어른을 키워 내고, 또 그들이 결혼을 해서 불행한 부부 생활의 서막을 알려 오고, 그런 부부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나 역시나 혼란과 상처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게 되고...악순환의 연속이다. 그런 악순환을 끊어 버리기 위해서는 현세대의 진지하고 단호한 결심과 노력이 필요한 것일 것이다. 자각을 해야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고, 문제점을 발견하게 되면 적어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하지만 고민을 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실천이 남았으니 말이다. 어쩜 이렇게 많은 양육서가 나왔음에도 여전히 양육에 혼란을 겪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그들에게 주어진 정보가 행동 속에 실천이 되지 않아서 그럴 것이다. 몸에 배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몸에 배이지 못한 양육 정보는 결국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다. 제자리에서 자신이 뭔가 배웠다는 생각만 들 뿐, 현실에는 별 쓸모가 없었다는 뜻이겠지. 그런 점에서, 이 책이 어떤 도움이 될지 하는건 나도 모르겠다. 쉽게 쓰여져 있어서 그냥 선생님이 하시라는 대로만 하면 될 것도 같은데, 과연 그게 하루아침에 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오히려 이런 책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사람은 이미 이런 책이 필요없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 아이를 충분히 사랑하는 사람!


내가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저자가 단호하게,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부모가 있다는 말을 할때였다. 진짜 그렇다. 설마 하시는 분들도 분명 있으실텐데, 아니, 정말로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부모가 존재한다. 왜 부모가 되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들, 아이를 어떻게 키우면 좋을지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 불행해서 아이가 난동을 피우는데도 그걸 보곤 왜 자신은 자식 복도 없는가 라면서 한탄하는 사람들...일일히 열거하는 것도 벅찰 정도로 그런 어른들은 쎄고 쎘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도 설마, 진짜로 자기 아이를 미워 하는건 아닐꺼야. 라고 나는 생각했었는데, 이 분은 단호하시다. 그런 사람들이 진짜로 있다고 말하신다. 속이 다 후련했다. 더이상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되서 말이다. 아이에게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보다 더 불행한 일은 없을 것이다. 이 세상에 그렇게 연약하게 태어났을때는 오로지 부모만 믿고 나온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다만 왜 이 아이가 나를 피곤하게 하고, 나를 불편하게 하며, 나를 귀찮게 하는지 그게 불만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분풀이를 한다. 말도 못하고, 제대로 표현할 줄도 모르며, 행동도 어눌하고, 아는 것도 별로 없고, 할 줄 아는 것도 없는 아이들은 그야말로 본인이 재난 지대가 되어 버린다. 어떻게 해도 야단을 맞는건 기본이고, 야단을 맞지 않기 위해서 눈치를 봐야 하며, 사고를 치지 않기 위해 애를 써야 하니 말이다. 그런 아이들이 그나마 무사히 유년 시절을 보내고 나면 , 그래서 청소년이 되고 나면 왕따의 가해자가 되거나 피해자가 되는건 명약관화한 일이다. 그런 불행한 에너지를 그대로 안고 살 수는 없는 것이니 말이다.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부모가 아이를 사랑하게 만드는 방법은 나도 모르겠다. 아마 이 책의 저자 역시 그걸 모르긴 마찬가지실 거다. 하지만 그 정도가 아니라면, 단지 몰라서 아이를 방치하고 학대하고 오해는 것이라면, 이런 책을 읽고 배워두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한다. 아이를 사랑한다면, 세심하게 관찰하라. 아이를 마음을 읽어주라. 아이의 감정을 잘 파악하라.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데 인색하지 않도록 하라. 아이의 기를 살려 주라. 아이를 가르친다는 명목으로 아이를 조련하거나 학대하지 마라. 아이를 배려하라. 유연하게 아이를 대하라.아이의 말을 귀 담아 들어줘라. 아이와 함께 놀아주라. 아이와 스킨쉽을 하라...물론 이때의 스킨쉽은 잘했다고 토닥토닥 정도이지, 성 학대를 하라는 말이 절대 아니다. 이런 정도의 메뉴얼...어려울까? 아마 아이를 사랑하시는 부모님들이라면 별로 어렵지 않은 사항일 것이다. 이 저자, " 문명의 대가는 불행이다."라고 한 프로이트의 말을 인용하신다. 핵가족이 되고, 문명이 발달할수록 아이들의 행복도는 낮아지셨다고 생각하시는 듯하다. 놀랍지 않은가. 요즘이야말로 부모들이 아이들을 위해 모든 것을 다 해주는 듯한 분위기인데 말이다. 그런데도 왕따같은 문제들이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고, 사라지지 않는걸 보면, 무언가 우리들이 잘못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과연 이런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어떻게 하면 우리의 아이들이 행복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어른이라면, 다들 한번쯤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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