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9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 민음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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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전도 유망한 대학생이었던 루드빅은 여자친구에게 잘 보이려 엽서에 농담 한마디를 적었다가 반동분자로 낙인이 찍혀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축출된다. 자신이야말로 진실로 당국이 원하는 사상을 지지하고 이해하는 사람이라 자부하던 루드빅은 조만간 착오인 것을 깨닫고 자신을 불러 들일거라 생각하지만 그의 말은 이제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강제로 군대에 끌려가 결국 탄광에 배치된 그는 청춘을 그렇게 속절없이 낭비하고 만다. 그 길고 긴 시간동안 분노와 절망속에 살아가던 그는 잠시나마 구원의 빛이 되어준 루치에를 만나지만, 씁쓸한 오해로 말미암아 사랑은 비극으로 끝나고 만다. 세월이 흘러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자신을 그렇게 반동으로 몬 제마넥의 아내, 헬레나를 만나게 된다. 그녀는 그가 보낸 엽서를 받은 당사자로, 어찌보면 그가 그렇게 몰락하게 되는게 일조한 사람이다. 그가 보낸 엽서를 혼자 간직했더라면 그런 소동이 벌어질 리 없었을테니 말이다. 자신이 몰락의 끝은 어디인가를 찍는 동안 그들은 승승장구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루드빅은 복수를 결심한다. 바로 헬레나를 유혹해 제마넥의 자존심을 부셔 버리겠다는 것... 의외로 쉽게 넘어오는 헬레나 때문에 그의 복수계획은 차질없이 진행이 된다. 그런데 그가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었으니, 그건 바로 제마넥의 애정이 식은지 이미 오래되었다는 것이다. 젊은 제자와 바람이 나있던 그는 루드빅이 헬레나와 바람이 났다고 하자 얼씨구나 한다. 이참에 아예 그녀와 이혼하게 도와달라는 제마넥, 루드빅은 할 말을 잃는다. 이미 늙어 매력이 없는 헬레나와 섹스할 기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한편 상황이 그렇게 돌아가는 것이었는지도 모르고, 헬레나는 간만에 자신을 원하는 남자가 있자 흥분하고 만다. 최고의 섹스를 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마친 헬레나는 하지만 악몽같은 상황을 연출하고 마는데...


 1965년에 쓰여진 책이란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이다. 그런데 너무 잘 썼다. 왜 이 책이 밀란 쿤데라의 대표작이 아닌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밀란 쿤데라의 유명하단 책을 다 읽어보긴 했지만서도, 이 책이 제일 맘에 든다. 어디 하나 뺄 구석이 없이 인간의 모순된 모습을 잘 포착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남자 주인공의 내면을 따라가는 묘사가 압권이다. 난 전혀 그가 아님에도, 그의 몰락이 가져다준 충격과 그럼에도 끊임없이 균형을 찾아 가려 애쓰는 그의 모습에 공감하지 어렵지 않았다. 전혀 다른 시대를 살아가는 남자 주인공의 내면을 이렇게도 이해하기 쉽게 써내려가다니, 혀를 내두를 수밖엔 없었다. 어찌나 문장 문장 마다 통찰력이 넘치시던지, 처음엔 감동을 받을때마다  옮겨 적다가 곧 그만 두었다. 아무래도 책 전체를 적게 될 것 같아서 말이다. 이런 책을 만날때마다 구원을 받은 기분이다. 책을 좋아하는 보람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랄까.


농담 한마디 잘못했다가 농담처럼 인생이 꼬여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라 제목이 농담인걸까? 지적이고 선량한 사람이었던 주인공이 시류에 휩쓸리면서 변해가는 모습은 안스럽고 애잔했다.물론 사회 밑바닥 생활을 하면서도 많은 것을 보고 배우긴 하지만서도, 그런 경험들이 인생이 망가졌다는 분노를 잠재울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 누가 일부러  고생을 택해 살고 싶어하겠는가. 더군다나 그것도 자신의 의지나 선택이 아닌 친구의 배신에 의한 것이었다면 말할 것도 없겠지. 결국 악에 받쳐 이번엔 내가 복수를 하겠다고 나섰는데, 그것마저 그의 시나리오대로 되지 않는걸 보니 얼마나 기가 차던지. 줄곧 자신은 피해자라면서 징징대지만,  여자문제에 있어서만큼은 남들 못지 않게 나쁜 남자이던 그가 결국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지는 결과를 낳게 될줄 그 누가 알았으리요.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어쩌면 루드빅이 당한 것은 필연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모든 것을 진심으로 하는 사람은 결국 심장이 없는 사람에게 지고 만다는 것을 말이다. 어쩜 그것이야말로 농담같은 진실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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