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통 탐험가
다카노 히데유키 지음, 박승희 옮김 / 부키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표지만 봐도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난다. 저자의 고통이 그대로 전해지는, 오죽 아팠으면 책까지 썼을까 걱정하게 만드는 그림이다. 파란색으로 눈물 한방울까지 그려 넣었던데, 사실적이라고 마구마구 우기고 싶은 그림이었다. 아마도 다카노 히데유키 자신도 이 표지는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을지...딱 그만의 엉뚱함이 살아있어서 말이다. 일본 원본에는 어떤 표지가 쓰여져 있는가는 모르겠으나, 아마도 한국판이 더 맘에 들어 했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요통을 그려낸 내용이라는 것을 짐작하기에 충분한 표지였으니 말이다. 그림만 봐도 웃긴다는 것도 작가의 성향과 무관하지 않고...


음. 표지에만 이렇게 찬사를 보내면 곤란한데 말이다. 이 책은 표지를 그린 올드 독의 정 우열님 책이 아니라 다카노의 책이니 말이다. 주객이 전도되면 안 되지 싶어서 얼른 급하게 내용으로 선회해 보자면...글쎄. 전 세계 오지를 오지랖 넓게 종횡무진하고 돌아다니셨던 다카노가 요통에 걸리셨다 한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오지 탐험가인 그가!  무식하게 몸 하나 굴린 댓가로 얻어낸 글로 먹고 살아가시는 분이란걸 익히 아는 독자로써 걱정이 앞설 수 밖엔 없었다. 하지만 뭐, 암도 아니고 고작 요통이라는데,  그럭저럭 알아서 고치겠지, 현대 의학이 이처럼 눈부시게 발전했는데, 요통 하나 못 고치겠는가 했건만, 문제는 그렇지가 못하더란 것이다. 한국보단 의료 시설이 더 나을 것 같은 일본에서, 그것도 불치병도 아닌 요통때문에, 그래도 비교적 배웠다는 다카노가 이렇게 시간을 하염없이 낭비했다는 사실은 충격이었다. 이탈리아 영화인 <나의 즐거운 일기, Caro Diario, Dear Diary> 에 보면 감독인 난니 모리티가 피부병으로 고생하다 결국 1년 반만에 암이라는걸 알게 되는 과정이 나오는데, 이게 남의 말이 아니었던 것이다. 다카노 역시 단지 요통 때문에 별별 곳을 다 전전하고, 별별 진단을 다 받아보게 된다. 그가 요통때문에 지난한 1년 8 개월의 지루한 세월을 보내게 되었을 줄 그 누가 알았으리요. 그런데 더 놀라운 점은 그 소동을 겪었음에도 그가  끝내 왜 자신이 요통을 앓게 되는지 병명조차 알아내지 못했다는 것! 와 ~~ 정말 할 말 없게 만드는 현실이다. 사이비 치료원에서, 접골원, 카리스마 치료사, 정형외과, 동물병원장, 야매 침술사, 심지어는 당신은 전혀 아픈게 아니라 꾀병일 뿐이다라고 다그치는 심료 내과까지 고루 고루 섭렵해 주었는데도, 자신의 병명조차 알아내지 못했다니 말이다. 적어도 우리나라는 이 정도는 아닐거야라고 생각하고 싶었지만서도, 모르지. 내가 요통을 겪어본 것이 아니니 말이다. 그렇게 본의 아니게 요통치료계를 전전하게 된 다카노가 자신의 생생한 치료 경험을 늘어놓고 있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그는 자신을 요통이라는 밀림에 갖혀 방황하는 탐험가로 그려내고 있더라. 앞 날이 불투명한 투병 생활을 밀림에 비유하고 자신은 그것을 헤쳐 나가려 노력하는 탐험가로 그린걸 보면 직업 정신이 대단하신 분은 틀림없이 싶다. 그런데 슬픈 것은 우스개 소리라고 자신을 요통 탐험가라 이름 붙였지만서도, 실은 요통을 치유하기 위해 전전하는 과정은 그다지 유쾌하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그나마 다카노는 유머 감각이 워낙 출중하셨던 분이니만큼  이런 기나긴 투병생활에도 지치지 않을 수 있었겠지만서도, 일단 아프기 시작하고,  평소엔 알지 못했던 상황들을 겪고 헤쳐 나가야 하는 상황에 몰리면, 다들 억울하고 분하고 기 막히고 짜증나고 당황하고 식겁하고 서럽고 하게 되기 마련이다. 그리곤 깨닫게 되는 것이다. 안 아픈게 최고라는...아픈 걸 당해낼 장사는 없다는 것을 말이다. 해서 명랑한 목소리로, 이런 저런 대접을 받았다네 라고 투덜대는 그가 내내 안스럽게 느껴졌던 것이 사실이다. 투병기는 원래 아무리 잘 쓴다고 해도 그 억울함을 감출 수는 없는 것이니 말이다.


그나저나 리뷰가 한국어로 작성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안심이 되는지... 왜냐면, 이 책을 읽어보니 이 양반, 인터넷 리뷰에 약하시단다. 약간의 부정적인 평에도 금방 주눅이 든다고 하시던데,  그걸 보곤 내가 일본어를 못하는게 얼마나 다행이냐 싶었다. 나, 이 작가, 다카노 히데유키를 격하게 아끼는 독자다. 그런데 아무리 그를 격하게 아낀다고 해도, 이 책은 다른 책에 비해 약했다는 점에서 거짓말을 할 수 없었다.  미안하다. 하지만 약한걸 어쩌란 말이냐 ! 당신이 아무리 노력을 하고, 날고 긴다는 작가라고 해도 모든 작품에서 성공할 수는 없지 않은가. 너무 실망하지 않으셨음 하고, 그보다 앞서 그가 한국어를 못한다는 사실이 이렇게 안심이 될 수 없다. 그래, 다카노 아저씨, 모든 작품이 다 괜찮을 수는 없어요. 그죠? 그럭저럭 유머가 살아 있긴 했지만서도, 요통을 치료 하는 과정에서 속이 터지긴 하셨겠지만서도, 그럼에도 치료법이나 병명조차 모르신다고 하니 동정이 가긴 하지만서도 말이죠. 그래도 다른 작품에 비하면 조금 약발이 떨어지는 듯 보였어요. 앞으로 계속 이러면 어떡하지 살짝 걱정이 될 정도로 말이죠.하지만 믿어 보아요~~ 당신은 금방 제 페이스를 찾아낼 것이라고 말이죠.


그나마 다행스럽던 것은 생각지도 못했던 한국의 인세로 치료비 걱정을 덜었다고 말하는 장면이었다. 정말 다행이다. 내가 산 책들이 다카노의 불안을 줄여주는데 쓰여졌다는 것이. 뭐, 생각해보면 치료비로 쓰인게 별반 소용이 없었던 것은 사실이지만서도 말이다. 하여간 빨리 요통이 나으셔서, 자신의 화려한 탐험으로 복귀하셨음 좋겠다. 무식하게 쏘싹거리고 다닐 걸 생각하면 조금 걱정이 되긴 하지만서도, 그게 다카노의 트레이드 마크인걸 어쩌겠는가. 하지만 그럼에도 걱정이 되니, 다카노씨, 앞으론 몸 걱정도 해가면서 여행 하시길 바라겠어요. 몸이 최고 재산 아니겠나요? 2 년동안 충분히 경험하셨겠지만, 심하게 아프면 병원은 별로 소용이 없다니까요. 그저 아프지 않는게 최선이라는 것을 오늘도 내일도 꼭 꼭 명심하시길...그래야 좋은 작품 오래오래 쓰실거 아니겠어요. 이상, 오래도록 당신의 작품을 읽고 싶은 독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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