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직아워
츠마부키 사토시 외, 미타니 코오키 / CJ 엔터테인먼트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보스의 애인인 마리와 놀아나다 현장에서 잡혀온 빙고(츠마부시 사토시 역) 는 자신을 수장시킨다는 말에 보스가 열심히 찾고 있는 '데라 토가시' 를 안다고 떠벌린다. 5일안에 토가시를 데려오면 살려 준다는 조건으로 일단 풀려난 빙고, 문제는 그가 데라 토가시가 뭐하는 사람인지 조차 전혀 알지 못한다는 것! 풀려 나서야 토가시가 전설적인 킬러이며 누구도 그 모습을 본 적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 빙고는 막막해진다. 정해진 시간은 다가오는데  데라 토가시의 흔적조차 알 길이 없자, 결국 그는 모종의 계획을 세우게 된다. 자신의 동네가 마치 영화 세트처럼 고풍스럽다는 점을 이용해, 영화를 찍는다고 배우를 섭외해 오기로 한 것. 누가 과연 그런 거짓말에 속겠느냐며 빙고 친구들은 말려 보지만서도, 잔머리의 천재 빙고는 이미 계획이 서 있는 상태다.



   < 전설의 킬러역에 낙찰된 무라타, 생애 처음 주역을 맡아 한껏 들떠버린 그는 자신의 모든 연기혼을 불태우기로 결심한다.>


한편, 만년 엑스트라 무라타(코이치 사토 분)와 그의 충실한 매니저는 날로 찬밥 신세가 되어 가는 자신들의 처지가 한탄스럽다. 낙담하고 있는 그들 앞에 처음 영화를 찍는다면서 찾아온 신인감독은 뜻밖에도 그에게 주연을 제안한다. 찜찜해하는 매니저와 달리 자신을 누군가 필요로 한다는 사실에 흥분한 무라타는 열과 성을 다해 연기에 임할 것을 다짐한다. 전설적인 킬러 데라 토가시를 연기하게 된 그는 대본 없이 설정만으로 연기를 하라는 감독의 주문에 의아해 한다. 더군다나 카메라와 스탭도 보이지 않는 촬영 현장, 건너편 창문에서 찍고 있다는 말에도 의심을 풀지 못하고 있던 그는 현장같은(?) 긴장감 가득한 촬영장(!)에 들어서자 모든 것을 잊고 연기에 돌입한다. 최고의 연기를 끌어내고 있는 무라타의 허세찬 연기에 영문을 모르는 보스와 부하들은 깜빡 속아 넘어간다. 자신을 가공의 킬러로 여기는 주변의 반응에 진짜로 신이 난 무라타는 더욱 더 혼신의 연기에 몰입하고, 결국 보스를 인질로 잡고 총을 겨누는 액션 연기에 도전하기에 이른다. 순간 난장판이 된 촬영현장, 다급하게 컷을 외친 빙고 덕분에 아슬하게 목숨을 건진 무라타는 그런줄도 모르고 자신의 과감한 연기에 마구 마구 자신감이 샘솟는다. 한편 무라타가 고무총을 들고 설친거라는 걸 알게 된 보스는 그의 용감함(?)에 찬탄을 금치 못하고, 역시 그는 전설감이었다면서 맘에 들어한다. 이 참에 아예 데라 토가시를 영입한  보스는 토가시가 자신과 손을 잡았다는 사실을 상대편 진영에 알린다. 한편, 가짜 토가시가 자신을 사칭하고 돌아다닌다는걸 알게 된 진짜 데라 토가시는 이 세상에 토가시는 하나뿐이라면서 분노에 떠는데...



         <이들이 도달해야 할 필연의 결과. 이것이 실제임을 모르는 무라타는 진짜 시멘트를 부었다며 불평을 해댄다.>



                < 혼신을 다해 열연중인 무라타, 그의 진지함에도 불구하고 웃음이 실실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 놀랐다. 이런 이야기가 가능하다니 말이다. 설정 자체가 독특하기 이를데 없었다. 보스를 속이기 위해 만년 엑스트라를 킬러로 영입하고, 영문을 모른 채 그저 전설의 킬러를 연기하는 줄 알고 투입된 배우는 진심으로 총을 들고 설쳐댄다. 도무지 두려움이라고는 모르는 킬러에게 산전수전 다 겪은 보스는 감탄사를 연발하고, 조직원들은 앞다퉈 그에게 갱단이 되는 법을 전수받기에 이른다, 라니... 이렇게 아귀 딱딱 맞는 코디미를 봤나!  그것도 그들이 웃기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음에도 말이다. 단지 서로가 서로의 정체를 오해함에서 비롯되는 웃음은 정작 본인들은 죽을만치 심각함에도 보는 이들로 하여금 폭소를 터트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설정이 아무리 특이하다고 해도 그걸 쓸만한 이야기로 끌어낸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인데, 놀랍게도 이 영화는 그것마저 깜찍하게 잘 해내고 있더라. 이렇게 잘 만든 영화가 입소문이 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였다. 비교해 보자면 대본의 트릭이 <스팅>만큼이나 참신했다고 할까. 감독이 일본 최고의 코미디 황제라 불린다던데, 정말 빈말이 아니지 싶다. 이렇게 자연스러운 대본을 만들어 내는 것이 쉬운게 아니니 말이다. 천재라는 수식어를 붙인다고 해도 과장은 아니었다.


 마지막까지 낄낄대고 웃게 만든다는 점에서 일단 코미디물로써 합격점이다. 하지만 장점이 단지 그것뿐일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장점들 투성이인 영화였으니 말이다. 예를 들어 보자면, 첫째, 대본이 지극히 자연스럽다. 조금은 억지스러운 설정임에도 어쩜 그리도 그럴듯하게 이야기를 엮어내려 가던지...서로가 서로를 오해하면서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가 그렇게 웃길 수 없었다. 코디미는 타이밍이라던데, 이 영화는 그 타이밍을 너무도 완벽하게 캐치해 내고 있었다. 허투루 버려진 장면이 없다는 점에서 진짜 코디미 황제다웠다. 


둘째, 배우들의 연기가 좋다. 영화 DVD 타이틀엔 한국에서 비교적 이름이 알려진 츠마부키 하토시나 아야세 하루카를 내세웠던데, 실제 이 영화를 끌어가는건 그들이 아니다. 내가 주목해서 보게 된 배우들은 무라타 역의 사토 코이치나, 보스역의 니시다 토시유키, 매니저 역의 코히나타 후미요, 보스의 행동대장 역의 테라지마 스스무, 그리고 보스의 정부 역의 후카츠 에리등이었다. 그 중 천연덕스럽게 킬러 역을 해대던 사토 코이치는 마치 물 만난 물고기인양  자신의 역을 하고 있었다. 이 영화는 그만의 원맨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 마치 자신이 진짜 무라타인양 몰입하는 연기는 관객으로 하여금 그 무명 배우의 운명에 절로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고 있었다. 그 외 목소리가 좋은 배우, 등장만으로도 웃음이 나게 하는 배우, 목소리 만으로도 연기가 되는 배우, 한번도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는 배우인 보스 역의 니시다 토시유키는 거들먹거리지 않아도 충분히 보스역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힘뺀 듯 중얼거리는 목소리로 대사를 내뱉을때마다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는데, 작은 역을 맡건 큰 역을 맡으시건 흔치않는 존재감을 자랑하시는 그, 역시나 명배우시다. 매니저 역의 코히니타 후미요는 여기서도 그만의 사람 좋은 웃음으로 한물간 배우를 물심양면으로 서포트해주는 역을 맡고 있는데, 맹하지만 충성스런 역을 비실대는 몸짓만으로 설명하고 있었다.  그외 양아치 역이 이보다 잘 어울릴 수 없다 싶으신 행동 대장 역의 테라지마 스스무는 나름 머리를 쓰긴 하지만 전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진 못하는 조직원 역을 잘 해내고 있었고,  토라진 모습이 매력적인 후카츠 에리 양은 뇌쇄적이지만 변덕이 심한 댄서 역을 설득력있게 그려내고 있었다. 배우들의 연기가 출중한 덕분에 어떤 장면이건간에 남새스러울 일이 없다는 건 어찌나 안심이던지... 요즘은 서툰 연기를 보면 내가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싶을만큼 부끄러워 지니 말이다.


셋째로, 등장인물들 각각의 개성과 그들의 관계가 뚜렷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는 영화를 이해하기 쉽도록 하고, 자연스런 공감을 얻어 내는데 일조하고 있었는데, 특히 애인인 마리가 마냥 사랑스러운 보스와 그의 사랑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확인하고픈 마리, 퇴물 배우와 그의 열혈 팬인 매니저, 퇴물 배우와 그가 흠모하는 노장 배우 사이의 이야기등이 이물감없이 전체 이야기와 조화를 이뤄내고 있는게 보기 좋았다. 진짜 실제의 이야기인듯 자연스럽게 느껴졌다고 할까. 더불어 영화계 뒷면의 이야기도 줏어 들을 수 있었는데, 어른이라면 절대 하지 못할, 총들고 난리 법석 떠는 씬을 배우들이 어떻게 찍을까 궁금했었는데, 이 영화 보고선 알게 됐다. 그들이 한없이 진지하다는 것을. 왜냐고?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으니까 ! 이상, 간만에 거침없이 웃게 해줘서 고마웠던 영화, 2시간 여의 상영시간이 긴 줄도 모르게 해 준 < 매직 아워 >에 대한 리뷰였다. 이 영화에 너무 반해서 앞으로 이 감독의 작품에 올인하기로 결심했다. 아마도 끝을 보고 나서야 멈추지 않을런지...어쨌거나 보고싶은게 있다는건 좋은 일 아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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