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이런!  알고보니 우리가 5대양 6대륙에서 살게 된 것도 다 요 다람쥐 스크랫의 허락되지 않은 도토리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었다고 한다. 이 영화에 의하면 말이다. 어찌나 간단해주시고 황당무계하던지, 이해가 되자마자 빵~ 웃고 말았다. 허풍선이 남작이 왔다한들 명함도 내밀지 못할 대단한 뻥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그럭저럭 먹힌다는 거다. 왜냐고? 하도 어이가 없어서?  그것도 그렇지만, 그보단 설명이 무척이나 명확해서 그런게 아닐까 ? 인간은 늘 단순함의 아름다움에 매료되기 마련이니 말이다. 하여간 영화는 오늘도 불철주야 도토리 쫓기에 여념이 없던 스크랫이 그토록 바라바지 않던 도토리를 손에 넣고 땅에 꽂는 걸로 시작한다. 그리곤 으드드득~~~~땅이 갈리고, 스크랫은 지구의 핵안으로 떨어진다. 사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전혀 상관하지 않은 채 그저 도토리를 위해 달렸을 뿐인 스크랫은 그리하여... 지구의 판게아(Pangaea)를 현재의 모습으로 바뀌어 놓기에 이른다. 만약 지구 과학 시간에 이렇게 가르쳐 주었다면 절대 헷갈리지도 졸지도 않았을텐데 , 정말 아쉬운 대목이다. 하여간 박진감 넘치는 설득력에도 불구하고 과학성 제로를 지향하는" 다람쥐 대륙 이동설" 은 거창하게 영화의 초반을 장식하면서 이야기의 시작을 알려온다. 그렇다면 스크랫의 도토리 사랑에서 촉발된 대륙 이동은 과연 아이스 에이지 군단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이제 그 나비 효과 분석에 들어가보기로 하자.



오, 매니 매니 매니...한때 못 말리는 아내 사랑으로 영화 한 편을 날로 찍으셨던 맘모스 매니는 이제 10대 딸의 아빠가 되었다. " 십대" " 딸 " 두 단어 만으로도 그가 날마다 노심초사 안절부절 못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훤히 보이실 것이다. 문제는 한창 호기심이 많은 딸 피치에게 짝사랑하는 상대가 생겼다는 것, 해서 동네 친구들과 어울리고픈 딸과 딸을 제외한 모든 청소년을 불량하게 보는 매니 사이에 갈등이 싹튼다. 아빠 몰래 친구들을 만나러 갔던 피치는 그만 딱 걸려 버리고, 둘은 대판 싸우기에 이른다. 서로에게 못할 말을 주고 받던 와중, 하필 그때 대지가 무너지고 갈라지기 시작한다. 그 엄청난 혼란속에서 매니와 검치 호랑이 디에고, 나무 늘보인 시드는 가족들에게서 떨어져 나와 빙하 한자락에 의지해 망망대해를 떠돌게 된다. 바다가 이리도 넓었더냐...를 외치면서 끝없이 표류하던 그들은 드디어 육지를 발견하고는 환호성을 지른다. 그런데 그 육지라고 생각했던 것이 실은 '캐리비안 해적단'의 빙하시대 버전격인 거트 선장의 해적선이었다. 잔혹하고 무자비한 거트는 세 주인공에게 해적단에 합류할 것을 종용하나, 매니는 그저 가족에게 돌아갈 생각뿐이다. 우여곡절끝에 해적선을 파괴하고 무인도에 도착하게 된 아이스 에이지 일행은 그 섬에 자신들만 있는게 아니라는걸 알게 된다. 거트 일행이 새로운 해적선을 만드는 중이라는걸 알게 된 매니 일행은 그 배를 탈취해  가족들을 찾아가기로 계획을 세우는데... 과연 그들의 프로젝트는 성공할 것인가? 어떻게?



                    < 오합지졸 같아 보이지만 나름 해적으로써 자신들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는 해적단원들>



       < 의외로 큰 웃음을 선사해 주시는 이 영화의 히든 카드, 시드의 할머니. 조카 말에 의하면 그녀가 제일 웃겼다고 하니, 할머니라고 무시하지 마시고 주목해서 보시길.>



    < 얼라리 꼴라리~~디에고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대요~~~! 적이 친구가 되는 길은 멀고도 험난하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는걸 증명하고 있던 한 쌍. 아마도 5편엔 이들의 아들이 조연으로 출연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점쳐본다. 디에고를 닮았다면 모르긴 몰라도 무척이나 어리버리할 듯...>


시리즈의 4편인데, 과연 재밌을까? 라는 궁금증에 보게 된 영화다. 결론만 먼저 말하자면, 일단  무난하게 이름값은 했지 싶다. 매니나 시드, 디에고등 전편에서 캐릭터 구축에 성공한 주인공들이 그 성격 그대로 새로운 환경에서 모험을 하게 된다는 설정도 좋았고,  다양한 새 캐릭터들이 제 몫을 해낸다는 점도 괜찮았으니 말이다. 새 등장인물중 매니의 딸인 피치는 사랑스러움을 더해 왜 매니가 그렇게 노심초사하는지 이해하게  했고, 정신이 나간듯 보이지만서도 절체절명의 순간에 한 건씩 해주던 의뭉함의 대명사 시드의 할머니는 의외의 복병이었다. 악당 역의 원숭이(혹은 오랑우탄?)  거트 선장 역시 냉정하고 무자비한 역활을 잘 해내고 있었으며 , 팜프파탈의 치명적인 매력의 소유자인 암호랑이 쉬리는 왜 디에고가 영웅이 되고 싶어 하는지 이해하고도 남게 만들었다. 다양한 캐릭터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한번쯤은 주장할만한 기회를 갖게 된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거기에 긴장감이 감도는 극박한 순간마다 터지는 유머는 왜 사람들이 아이스 에이지를 사랑하는지 생각나게 했는데, 특히 지루할만하면 나타나 주어서 우리에게 강력한 웃음을 선사하고 있는 스크랫은 여전히 도토리에 대한 무한 애정을 과시해 보는 사람들을 짠하게 만들었다. 스크랫을 고생시키는 것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법칙도 무시하던 제작진의 상상력은 그야말로 존경스럽더라. 이젠 스크랫이 도토리를 차지할건지 아닌지가 아니라 어떤 고생으로 우리를 즐겁게 할 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는데, 그걸 보면 나도 이 시리즈에 꽤나 적응이 된 모양이다. 설정이라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다람쥐에게 도토리를 허하기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3D 영화임에도 그 효과가 미미했다. 배경이 날 수 있는 하늘이 아니라 바다라는 것이 3D엔 별다른 매력을 주지 못한 듯했다. 폭풍이 치는 바다를 생동감있게 그려낸 점에는 박수를 받을만했지만, 그것이 3D 영상과는 연결되지 못한듯했다. 2D로 보는 것과 별 차이가 없을 것 같아 아쉽던데, 그걸 보면 3D로 만든다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지 싶다. 거기에 이야기 자체도 조금 산만했다. 정리 되지 않은 채로 이야기가 정신없이 흘러 가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그렇게 급박하게 돌아감에도 종종 지루해질 타이밍이 생긴다는 것은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다. 오죽하면 스크랫이 나올때마다 안도감이 들었을까. 여기서 지루함을 끊어주겠지 싶어서 말이다.


하여간 재밌는 만화 영화를 보신다면 적어도 후회는 안 하시겠지만서도, 강력하게 기대하고 가신다면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실지도...기대했던 것만큼은 아니었지만서도, 그럼에도 오랜만에 매니와 디에고, 시드를 보는 감상은 괜찮았다. 오래된 친구에게서 발견하는 신선함이랄까.  다음편도 나와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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