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네코무라 씨 넷
호시 요리코 지음 / 조은세상(북두)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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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고양이 가정부 네코무라를 만났을 때, 비록 내가 인간이긴 하지만 그녀가 부러웠다. 물론 실제로 그런 고양이 가정부가 있다는 가정하에 말이다. 왜냐면 난 여자지만 대체로 가사에 재능이 없다. 재능만 없나. 관심도 흥미도 그닥 없다. 빨래 하는 것도, 음식을 만드는 것도, 청소를 하는 것도, 그저 마지 못해서 하는 정도지 마음이 내켜서 한다는건 상상도 못한다. 그러니까, 내게 가사일이란 그저 마지못해 해야 하는 지겹고 짜증나는 지루한 일에 불과할 뿐이다.


그런데 이 고양이 무라씨를 보소. 어린 시절 자신을 키워준 도련님을 만나기 위해 일을 하고는 있다지만서도, 일을 해도 너무 잘 한다. 진짜 자기 가족보다 더 공을 들여서 집을 돌보고, 음식을 하고, 가족들을 챙기고, 그걸 전혀 힘들어 하지도, 귀찮아 하지도 하지 않는 고양이 무라씨를 보면서 감명을 받았다. 내가 절대 그런 사람이 될 수 없다는걸 잘 알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네코무라씨를 직접 우리 집에 영입하고 싶었을까. 그녀 같은 가정부만 있다면 세상 살 맛 날 것 같았다. 그녀가 가사일을 그렇게도 좋아하니, 시켜 먹는 입장에서도 미안할 거 없고 . 오히려 그렇게 마음을 써주는데도 알아주지 않는 현재 이누가미 가족들 보다, 그녀의 마음을 진정으로 알아주는 주인이 될터이니 네코양에게도 윈윈이 아닐까. 그런 상상을 했다. 부질없음을 안다고 해도 잠시 흐믓해 지는 기분 억누를 수 없어 헤헤거리면서 말이다.


물론 고양이가 아닌 진짜 그녀 같은 가정부가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만은, 만약 그런 사람이 실제로 있다면 그는 로봇이거나, 정상이 아닌 사람일 것이다. 인간이라면 그럴 수 없다는 뜻이다.뭐, 만화를 보면서 정상 운운 하는 것이 우습긴 하지만서도, 아니, 고양이 가정부를 주인공으로 한 만화를 이야기 하면서 정상 운운하는 자체가 말이 안 되긴 한다. 하여간, 그런 가정부는 없다. 실제로 인간으로써 그녀 같은 가정부가 있다는게 바람직한 것인지도 의문이긴 하다. 자신이 노예인줄 모르는 채 살아가는 노예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그런 사람이 없다는걸 알면서도 그녀에게 빠져드는 것은, 그녀가 가진 순진한 매력때문이다. 인간이 가진 영악함이 없는 그녀는 묘하게 통찰력이 있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순진무구하달 정도로 천진하다. 그녀의 천진함이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걸 지켜 보면서 대리 만족을 하고 있었는데...문제는 그게 4편으로 이어지면서 이젠 슬슬 지겨워 지고 있다는 것이다.


왜냐면 같은 이야기가 도돌이표처럼 반복되고 있으니 말이다. 이누가미 가족은 여전히 콩가루 가족을 표방하고 있고, 네코무라씨가 그렇게도 보고 싶어하는 도련님은 어디고 사라졌는지 여전히 알길이 없다. 주변으로 이야기가 뻗어가나 싶은 순간에도 작가가 말하는 것은 1편에서, 2편에서, 그리고 3편에서 줄곧 되풀이하고 있는 이야기의 변주거나 그 자체일 뿐이다. 한마디로 이야기가 더 이상 나아가질 못하고 있었다. 순진한 캐릭터의 힘에 기대 3편까지는 그럭저럭 버텼다고 보지만서도, 4편 정도 되니 이젠 한계다. 식상하다. 이야기가 재미 없어지다보니 그림 마저도 형편없이 느껴진다. 예전에도 이렇게 설렁설렁 성의없이 그렸던가? 못 그려도 너무 못 그렸다. 라는 반발심까지 생긴다. 여지껏은 그래도 그림이 나쁘다는 말은 한번도 입밖에 내지 않았는데 말이다. 아~~~네코무라씨, 어쩌다가 이 지경에 까지 오게 된 것인가요? 당신은 정녕 이누가미 집안에 너무 오래 있었던게 아닐까요. 다들 제 정신 차리고 살 생각이 없는 집안에 말입니다.보다 흥미롭고, 재치있으며, 정상적인 캐릭터가 많은 집안으로 이직을 하는건 어떨까요? 권유하고 싶구만요. 지금의 집에 오래 있으면 있을 수록 어째, 그닥 재밌는 이야기가 더 나오긴 어렵지 않을까 합니다. 네코무라씨, 인간 사회에선 줄을 잘 서야 한답니다. 어쩜 당신은 줄곧 줄을 잘못 서고 있는지도 모르겟어요. 이 참에 작가를 졸라서 보다 나은 집으로 이직을 시켜 달라고 졸라 보시길. 그렇담 제가 다시 한번 희망을 갖고 당신을 찾아 볼테니 말여요. 이상, 당신의 가사일 재능이 그렇게 썩여 가는 것이 몹시 안타까운 독자였습니다.정 갈 곳이 없으시다면 우리집으로 오심도 환영합니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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