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박사가 사랑한 수식
코이즈미 타카시 감독, 후카츠 에리 (Eri Fukatsu) 외 출연 / 와이드미디어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리뷰가 길어지는 관계로 인상만 적기로 하겠다. 영화는 수학선생인 내가 아이들에게 내 별명인 루트를 설명하면서 시작된다. 미혼모였던 쿄코는 가정부만 9명을 갈아치운 수학박사님 댁으로 일하러 가게 된다. 한때는 천재 소리를 듣는 박사님이었지만 교통 사고 후 기억이 거기에서 멈춰 버린, 무엇보다 일상의 기억이라곤 80분밖엔 저장 못하는 박사님을 위해 일하게 된 엄마는 우려와는 달리 박사님과 잘 지내게 된다. 같은 말을 만날때마다 물어보는 성가심에도 일일히 처음 대답하는 질문처럼 대꾸하던 엄마는 점차 박사님의 수제자가 되어 간다. 그녀에게 9살난 아들이 있다는 말을 들은 박사는 집으로 데려 오게 하고, 처음 나를 본 박사는 머리가 평평하다면서 나에게 루트라는 별명을 지어준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은 결국 나에게 수학과 야구를 좋아하는 인생으로 바꾸어 놓게 되는데...
기억이 80분밖엔 지속되지 않은 박사님과 아들을 키우기 위해 고분분투하는 미혼모, 그녀의 배려 깊은 아들이 펼쳐 나가던 이야기를 풀어내던 영화다. 정적인 일본 영화에 익숙하신 분이라도 지루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속도감 느리게 진행되는 것이 특징으로, 그걸 감안하고 영화의 주제를 생각하면서 본다면 아름다운 영화라고 생각되실 수도 있겠다 싶다. 수학을 둘러싼 흥미로운 이야기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나가고 있다는 점도 좋았고, 상반되는 두 여자의 이야기를 대비하게 해준 것도 흥미로웠지 싶다. 남들의 손가락질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미혼모로써 살아가는 루트의 엄마와 우아하고 세련된 아우라를 지녔지만 남들의 시선이 두려워 낙태를 할 수밖엔 없었던 박사의 형수 이야기를 들어보면서 말이다. 여자로써, 과연 어떤 선택이 옳았다고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는데, 아마도 그건 본인만이 내릴 수 있는 결론일지도. 그래서인가, 쿄코의 아들을 보면서 쓸쓸히 뒷모습을 보이면서 걸어가던 형수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그게 아마도 그녀의 결론이고 후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