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색히 탐정이긴 하지만 사무소 장만할 돈을 마련하지 못한 나는 단골 술집 " 칼러 오하타"에 죽치고 앉아 고객들의 전화를 기다린다. 왜 영화 제목이 저 모양일까 궁금하셨던 분들을 위해 미리 언질을 준 것인데, 탐정 사무소를 술집으로 삼을 정도라면 이 사람이 대충 어떤 캐릭터인지 설명이 될 거 같아서 적기도 했다. 그렇다, 그는 미래는 별로 생각하지 않으면서 대충대충 그날그날 되는데로 살아가는 인간의 표본같은 인물이다. 그럼에도 그가 탐정으로써 꽤 쓸만하다고 생각되는 점은 자신이 탐정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살아가는 것과 여자에게 관대하다는 점 정도. 한마디로 돈을 받은만큼은 떼먹지 않는 신사 탐정이라는 것이다. 해서 그가 해결하게 된 이 사건을 들여다 보자면, 삿뽀르 유흥가 스스키노 거리를 무대로 탐정 사업을 하고 있던 나는 어느날 걸려온 한통의 전화에 긴장하게 된다. 자신을 곤도 쿄쿄라고 밝힌 이 여성이 다짜고짜 자신이 시킨 일을 해달라고 부탁해 온 것이다. 왠지 불길하다고 속삭이는 탐정의 직감을 무시한 채, 쿄쿄의 아름다운 목소리에 반한 그는 그녀의 청에 응하기로 한다. 그런데 문젠 그 결과가 바로 다음날 그가 눈 속에 파묻히는 사건으로 연결이 되었다는 점. 간신히 목숨을 건진 그는 쿄쿄에게 격렬하게 항의를 해보지만 의외로 그녀는 담담하다. 이에 본격적으로 분기탱천한 나는 그녀를 찾아 나서게 되고 놀랍게도 그녀가 1년전 죽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놀라는 마음을 진정하고 사건을 캐던 나는 그녀가 살해 되었으며, 살해범 역시 살해되었고, 그녀의 죽음의 진실을 쫓던 쿄쿄의 아버지 역시 의문의 사고로 죽음을 맞게 되었다는걸 알게 된다. 게다가 그가 사건을 파헤치면 파헤치려 할수록 그를 죽이려 하는 자들의 악랄함도 도를 넘어선다. 이쯤 되면 딱히 탐정이 아니라도 이 사건이 모종의 음모가 있다는 것 정도는 눈치챌 터, 다만 이제부터 문제는 그것이 자신의 목숨을 걸고 해결해내야만 하는 일인가를 결정하는 것일 것이다. 이에 다른건 몰라도 탐정으로써의 자부심은 대단했던 나는 사건의 배후를 본격적으로 파보기로 하는데...
일명 뽀글이 파마라 불리는 요요이즈미 요와 그닥 내 취향은 아니지만 일본에서는 미인으로 소문이 난 코유키가 주연으로 출연하는 영화다. 가볍게 볼 수 있는 탐정물로, 그닥 기대를 하지 않고 본다면 의외로 재밌게 보실수 있을지도.별로 탐정다운 듬직한 자세는 하나도 구비하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임기응변으로 그럭저럭 살아가는 허허실실 탐정을 지켜 보는 색다른 재미가 있었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이 탐정의 조수로 나오는 타카타가 마츠다 류헤이 라는걸 보면서도 몰랐으니, 역시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은 자신들을 깜쪽같이 속이는데 천부적인 재주가 있는가 보다. 연작으로 나와줘도 좋지 않을까 싶은데, 원작이 12부작으로 이미 나와 있다고 하니 기대해볼만한 일이지 싶다. 적어도 소재 면에서는 달릴 일이 없을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