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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서기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희정 옮김 / 지혜정원 / 201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스런 두 아이와 남편, 자신만의 가족을 건사하는 일상으로 평범하게 나날을 보내고 있던 올가는 뜻밖의 상황에 맞닺뜨리게 된다. 남편이 젊은 여자랑 바람이 나서 집을 나가 버린 것, 비교적 자신을 착한 여자라고 생각하면서 살고 있던 그녀는 한순간에 무너져 버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아이를 건사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이웃들에게도 더이상 예전의 올가가 아닌 퉁명스런 올가로 등극하게 된 그녀는 점차 자신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알 수 없게 된다. 남편의 바람으로 상처를 입었음에도 여전히 남편이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과 아이를 돌봐야 한다는 모성도 귀찮기만 한 그녀의 일상은 서서히 그렇게 무너져 가고, 결국 자신은 이렇게 실패자로 생을 마감하게 될 것인가 자괴하게 된다. 과연 그녀는 처절하기만 한 우울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홀로서기를 할 수 있을 것인가?
기대를 많이 하고 본 책인데, 의외로 평범하달 정도로 단순한 책이었다. 남편이 바람이 났다. 그것도 이웃에 살던 소녀에 가까웠던 아이랑. 그들의 파렴치함에 분노를 해야 하건만, 그녀가 바라는건 남편이 돌아오는 것이라는 사실에 본인조차 놀라고 만다. 그가 돌아오기만 한다면, 이제라도 정신을 차리기만 한다면 다 용서해줄 것만 같은 기분인데, 이 더러운 연놈들은 그럴 생각조차 없다. 오히려 오죽하면 남편이 바람나는 것도 몰랐냐는 식이다. 그러니 버림을 받는다면서. 그렇게 막장 드라마의 한가운데 떨어진 그녀는 자신이 자랑스런 엄마였다는 사실도 잊어버린채 깊은 우울에 빠지고 만다. 그리고 왠지 자신을 여자로 봐줄 것 같은 사람에게 비참할 정도로 매달린다. 과연 이것이 여자의 운명일까? 과연 이 나약한 여자는 홀로서기가 가능할까?
순화되지 않은 감정을 걸러내지 않은 언어로 만나게 하던 소설이었다. 홀로서기를 하는 아름다운 여자를 만나게 되는 아름다운 소설일거라 생각하심 착각이다.--실은 나는 그런 기대를 하고 이 책을 집어들었었다.--기대를 완전히 깔아뭉개는. 도무지 버림을 받았다고 이 정도로 망가져야 하는 것일까? 주인공이 하도 악다구니를 쓰고 발악을 하다보니, 중반을 지나니 어느새 남편이 이해가 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나라도 이 여자랑은 살고 싶지 않겠다. 상대가 있건 없건 간에. 그나마 그동안 이 여자랑 살아준 남편은 많이 참은 걸지도 몰라 하면서. 아무리 남편의 불륜에 화가 나고, 참을 수가 없고, 인내하기 힘들다고 해도 말이다. 이 정도는 좀 심하다 싶다. 이런 것 까지는 알고 싶지 않았어 라는 심정이었다고나 할까. 어쩜 이 책은 이 주인공과 비슷한 경험을 하신 분들에게 더 많이 와닿을 책이 아닐까 싶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런 감정이 생기는지 아닌지 알고 싶지도 않을테니 말이다.
어쨋거나 어쩜 이게 현실일지도 모른다. 부부들은 평범하게 살다가 한쪽이 바람을 피고, 그리고 버림을 받은 나머지는 이렇게 분노하고 길길이 뛰고 상처로 눈물을 흘릴 지도 모른다. 주인공이 보이는 증상은 우울증의 전형적인 증상으로 그녀는 치료를 받지 않으면 홀로서기는 커녕 아이들에게도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할지도 모른다. 인간은 그렇게 강하지 못한 존재이니 말이다. 그녀는 홀로서기를 하겠다고 나서긴 하는데, 과연 그게 가능할지, 그건 잘 모르겠다. 바람에 대처하는 주인공의 자세를 보니, 어째 잘 헤쳐 나갈 것 같이 보이지 않아서다. 하여간 감동적인 성장 소설을 기대하신다면 이 책은 피하심이 좋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