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동안 결혼 생활을 한 에블린은 남편이 죽은 뒤 빚이 많다는걸 알게 된다. 판사인 그레이엄은 동료 판사의 장황한 은퇴 연설을 듣던 중 은퇴를 결심한다. 더글라스와 진 부부는 딸 사업에 투자를 했다가 퇴직금을 몽땅 날린다. 부잣집 가정부겸 집사였던 뮤리엘은 평생을 일했던 집에서 늙었다는 이유로 해고된다. 고관절 수술을 해야 하는 그녀는 인도 병원으로 가라는 말에 어안이 벙벙해진다. 아이를 봐달라는 딸과 사위의 요청에 마지는 가방을 싸서 집을 나온다. 또다른 남편감을 찾아서...나이에 상관없이 여전히 뻔뻔스러울만치 여자를 밝히는 노먼은 상대를 구하기 점점 힘들어지는 현실이 슬프다. 


 그렇게 각각 다른 사연을 가졌지만 황혼의 나이에 갈 곳이 없다는 공통점이 있던 일곱 명은 인도에서 남은 여생을 보내라는 웹싸이트 광고에 혹하고 만다. 식민지 시대에 지어진 품격있고 고풍스런 궁전으로,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그곳은 바로 <베스트 엑조틱 메리 골드 호텔>!  웹싸이트에 소개된 그대로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비슷은 하겠지라는 심정으로 호텔에 도착한 일행은 영락한 전경에 실망하고 만다. 포샵을 했다는 항의에도 지금은 단지 '리모델링' 중이라서 그렇다고 대꾸하는 인도 청년 소니, 그는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호텔을 재건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으로 동분서주중이었다. 다만 문제라면 그에게 있는 것이 젊음과 야심과 한없이 긍정적인 마인드 뿐이라는 것, 돈도 능력도 요령도 경험도 부족한 그는 주먹구구식으로 호텔을 운영하면서 마냥 헤매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숙박객들이 인생 경험 풍부한 노장들이라는 것은 그에게 다행스런 일이었을 것이다. 사기라고 소란을 떠는 대신 실망을 접은 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인도에서 시작된 그들의 새로운 인생, 그들의 운명은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


  

다양한 사연으로 인도에 오게 된 일곱 사람들이 새로운 삶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자신의 노년이 맘에 드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 나오는 일곱 명의 사연을 들어보면 늙는다는게 다소 두렵기까지 하다. 40년을 함께 살아왔지만 남편이 빚을 비밀로 했다는걸 알게 된 에블린은 자신의 결혼 생활에 회의를 느낀다. 매사에 부정적이고 언어로 남편을 학대하는 맛에 살고 있는 진은 그럼에도 자신을 이해하려는 착한 남편이 밉살맞기만 하다. 로맨스와 섹스를 빼고 나면 자신들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면서 미지의 상대를 개척하기 위해 나선 마지와 노먼은 인도에서도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평생 한 가족만을 위해 살았지만 결코 그들의 가족이 될 수 없다는걸 뒤늦게 깨달은 뮤리엘은 그녀가 그토록이나 싫어하는 유색인종들 사이에 있게 된 것이 못마땅하다. 마지막으로 그레이엄 판사, 게이인 그는 그제서야 용기를 내어 40년전의 사랑을 찾아 나선다.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사랑, 그때만큼 행복했던 순간이 자신의 인생에서 없었다는걸 깨달은 그레이엄은 지금이라도 그를 만나야 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상대 역시 그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제와서 그를 찾아도 되는 것일까? 기대와 함께 두려움이 교차한다. 


그렇게 한평생을 열심히 살아왔지만 어째 말년이 그다지 괜찮지 않은 숙박객들은 뒤늦게 자신들의 삶을 바로 잡으려 한다. 삶을 정리해야 하는 때이지 시작하는 때가 아닌 황혼에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낙관적이기만 한 인도 청년 소니는 " 끝은 언제나 괜찮아야 한다. 괜찮치 않으면 끝이 아닌 것이다." 라는 말로 그들을 계몽하지만 과연 그게 맞는 말일까?


영화는 결국 소니의 말이 (한편으론) 옳다는 것을 증명해내고 있었다. 즉,  괜찮지 않다면, 인생의 어느 순간에라도 고통이 있다면,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게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비참한 인생이라도 인내하고 참고 버티는게 아니라 괜찮게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걸 보여준다는 점에서 점수를 높이 살만하다. 그래, 다들 행복하기 위해 산다고 말들은 하지만 과연 진짜 행복을 느끼며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책임과 의무에 짓눌려서, 내진 불행과 고통에 절어버린 삶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다른 삶을 꿈꾸는 것이 불가능해진 사람들이 오히려 더 많지 않을까. 그렇게 이게 삶이겠거니 하면서 저항마저 잊어버린 사람들에게 다른 대안을 제시해준다는 점에서 마음에 들었다. 그걸 해결하는 산뜻한 방식에도. 그리고 행복이 찾아왔을때 마다하지 않고 손을 내미는 그들의 주름진 손에도. 삶이 이어지는 한, 아직은 괜찮아질 수 있다고, 고통이 있다면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는 노년의 지혜에 박수를...


대배우라 할만한 영국 배우들이 총출동하기에 보게 된 영화다. 그들이 다 나온 영화 치고는 작품성이 높진 않았지만--이런 배우들을 가지고 이런 영화밖에 못 만든다는 것은 낭비지 싶다. 하지만 뭐, 대배우라고 해서 늘 걸작에만 출연해야 하는건 아니니까.--그렇다고 그들의 이름값도 못하는 영화는 아니었다. 일단 빌 나이나 주디 덴치, 매기 스미스등의 배우를 한 영화에서 본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 그들의 연기야 뭐,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오건 황홀하게 들려왔으니 말이다. 배우는 목소리가 좋아야 한다고 하던데, 대배우들의 특징이 그것이 아닌가 한다. 얼굴이 아니라 목소리만으로도 연기가 가능하다는 점. 언제나 매혹적이다. 내용도 괜찮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도 나쁘진 않았다. 썩 마음에 든 것도 아니지만서도... 별다른 기교 없이 이야기에만 충실했던 통에 살짝 지루해지는 순간들도 있었는데, 그건 눈감아 주기로 하자. 심각한건 따로 있었으니 말이다.


그건 바로 인도 배우들의 연기가  이 영화에 어울리지도 매끄럽지도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들이 보여준 오글거리고 과장된 연기는--아마도 인도 영화 특유의 표현방식일-- 침착하고 안정된 연기를 하는 영국 배우들 앞에서 그 어색함이 두드러졌다. 왜 그들은 아직도 제 3세계 무지 몽매한 유색인종으로밖에 자신들을 보여주지 못하는지 씁쓸하다. 그것이 아직도 인도인에 대해 서양인들이 가진 편견이라면,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자국인인 인도 배우들은 알 것 아닌가. 자신들도 그냥 별다를게 없는 보통 인간이라는 것을 말이다. 오바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기를 했다면 오히려 설득력이 있었을 텐데도, 지상에서 10 센티미터 정도는 붕 떠서 살아가는 듯한 그들이 나와 떠들어대기 시작하면 영화가 확 이상해져 버렸다. 장르 구분조차 애매해진다. 노년의 희망을 다룬 진지한 드라마인지, 아니면 노년의 비참함을 부각시켜 웃기려 한 코미디인지 말이다. 그들이 빨리 화면에서 사라져주길 바랄뿐이었다. 그나저나 서양인들이 인도인들과 어울리는게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현실에서 말이다. 보통 평범한 사람들처럼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이해하는게 가능하지 않으려나? 갑자기 궁금해진다. 충분히 그럴수 있다고 생각되는데 말이다. 하여간 배우들의 연기 톤의 부조화가 영화를 망치고 있었다. 물론 그래도 못 봐줄 정도는 아니었지만서도. 그저 완벽하진 못했다는 뜻이다. 그랬더라면 영화가 더 재밌었지 않았을까, 하지만 아마도 지금 현실에선 그게 최선이었을꺼야 라는 생각을 하면서 영화관을 나왔다. 언젠가는 인도 배우들도 자연스럽게 연기를 해도 된다는걸 깨닫게 되는 날이 오겠지. 그날이 오게 되길 기대하면서. 설마 안 오는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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