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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품격
신노 다케시 지음, 양억관 옮김 / 윌북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책을 읽고난 지금에도 왜 제목이 <연애의 품격>인지 모르겠다. 연애도 그다지 많이 나오지 않지만 연애에서의 품격을 논하는 책은 아니었는데 말이다. 전작인 <공항의 품격>에 이은 후속작이라, 제목이 주는 품격이 워낙 맘에 들어서 버리기 힘들었는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제목하고는 별 상관이 없는 그런 소설이 되겠다. 뭐, 그렇다고 해서 딱히 불만을 내세울 필요는 없어 보이지만서도 말이다. 그냥 그런갑다 하고 읽으면 되니 말이다. 설마, 이 책이 제목이 연애의 품격이라고 해서 연애의 품격을 배워보겠다는 일념으로 책을 드는 사람은 없겠지.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필시 낭패하게 되리니...분명이 밝히건데, 이 품격 시리즈엔 품격과는 별 상관이 없다는걸 알려 드리겠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게 못마땅하신 분들은 출판사에 항의해 주시길...
전작인 <공항의 품격>에서 한직인 공항으로 밀려 났다고 징징대다가 드디어 슈퍼바이저로 우뚝 서게 된 엔도는 새로운 신입사원이 들어오자 긴장을 한다. 말로는 괌에서 잘 나가는 투어리스트 였다고 하나, 막상 일을 시켜보니 한없이 느리지, 요령은 없지, 가르쳐도 잘 알아듣지도 못하지...한숨이 절로 나오는 신입이다. 그 신입인 에다모토를 슈퍼바이저로 키워야 하는 엔도 입장에선 복장이 터질 일이다. 그를 과연슈퍼 바이저로 키워야 하나, 아니면 적당히 하다 내쳐야 하나 고민하던 그는 일은 못하면서도 열성 만큼은 지지 않는 에다모토가 적잖이 고민거리다. 다른 직장을 알아보라고 해야 할 판인데, 이 공항의 일이 너무도 좋다면서 열심히 가르쳐 달라고 부탁하니 말이다. 언젠가는 말해야지 하면서도 마음이 약한--다시 말해 소심한--엔도는 말할 기회를 찾지 못하고 날리고 만다.
그가 기회를 날리는 것은 해고 통고만이 아니다. 그간 자신의 옆에서 늘 든든한 지지를 해주던 모리오라는 부하직원에 대한 일도 그렇다. 늘상 그녀의 한마디에 위로를 받던 그는 모리오가 공항 상주 경찰과 만나는 것을 보고는 뜨끔하고 만다. 왠지 정상은 아니여 보이는 상주 경찰 아이다, 아끼던 모리오를 그에게 빼앗겨야 하는 것일까. 왜 내 연애 전선은 이다지도 흐린 것일까 상심하던 엔도는 아이다가 모리오를 스토킹 하고 있다는 사실에 식겁한다. 내 애인이 아니라도 부하직원인 모리오가 스토킹을 당한다는게 가만 있을 수는 없는 일, 그는 당장 행동에 나서지만, 오히려 아이다의 제지를 받고 만다. 네가 뭔대 내가 하는 일에 나서냐고 항의를 받은 것이다. 이에 엔도는 자신도 알지 못했던 진실을 그에게 털어놓게 되는데...
과연 그가 알지 못했던 진실이란 무엇일까? 삼십이 넘어도 연애 전선만큼은 여전히 먹구름 투성이던 그에게 드디어 햇살 비치는 날들이 찾아오게 될까나?
전작에 이은 엔도의 공항 일대기다. 하루 하루를 공항에서 여행자들을 접객하면서 보내는 공항 근무자들의 일상에 대해 알게 해준다는 점이 좋았다. 특별히 강렬하게 충격을 가하는 그런 사건들은 없었지만, 소소하게 일을 해나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흥미를 끈다. 우리 주변의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라서 그런게 아닐까 싶다. 공항에 근무한다는 한정된 공간이 있긴 하지만 , 그들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가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라는 점이 좋았다. 일본 사람들 이야기지만서도, 그다지 낯설지 않게 다가오는건 그만큼 인간적인 이야기라서 그럴 것이다. 아무리 국경은 상관없다지만서도, 한국 이야기가 나오는 부분에서는 아무래도 더 귀가 쫑끗했다. 한류 배우에 빠진 일본 중년 여성들 이야기나, 재일 한국인들의 비애들 공항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한류라고 해서 왠만큼 한국인의 위상이 좋아지지 않았는가 했는데, 알고보니 그 덕분에 그나마 재일 한국인의 비애를 재조명해서 보고 있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 모양이었다. 과연 한류가 없었을때 일본인들이 우리를 얼마나 무시했을까. 바로 견적이 나와서 기분이 별로였다. 뭐, 너희들이 우리를 그렇게 무시하니까, 우리도 너희들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거였다는거 혹시 아나 모르겠어? 라고 묻고 싶었다. 뭐, 그건 이 책의 본문과 별 상관이 없는 이야기고.
그냥 시간 때울 용으로 한가하게 읽으시면 좋을 책이다. 대단한 철학이나 인생은 없지만 그저 우리 주변에 있음직한 이야기들을 과장되지 않게 써내려 갔다는 점이 좋았지 않나 한다. 타인의 인생을 엿 본다는건 언제나 흥미진진한 일이니 말이다. 특히나 공항에 근무한 적이 없는 분들에겐 그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게 되는 기회가 될지도...